2025년 5월호

‘이재명 집권’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3가지 허들

[초점 | 6·3대선, ‘탄핵 후폭풍’이냐 ‘이재명 비토론’이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5-04-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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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 ‘당락 최대 변수’ 선거 구도 ‘尹 심판론’ 대 ‘巨野 심판론’

    • ② 3권분립 형해화… 단점 정부 견제론

    • ③ 주목되는 호남의 선택

    4월 9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6·3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4월 9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6·3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헌재)가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이후 4월 8~10일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으로 실시해 11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7%를 기록했다. 이 전 대표에 이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 홍준표 전 대구시장 5%,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4% 순이었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전체 지지율 합이 이 전 대표 1명의 지지율보다 낮았다. 만약 한국갤럽의 해당 여론조사 결과가 6·3 대선 때까지 그대로 이어진다면 ‘이재명 대통령’ 탄생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에 비유되곤 한다.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정지된 식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물에 비유하는 것은 정치의 가변성과 역동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오늘 민심이 어제와 다르고, 오늘 여론조사 결과는 1주일, 한 달 후 얼마든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6·3대선에 ‘이재명 대통령’이 현실화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허들 3가지를 꼽아봤다.

    ‘윤석열 심판론’과 ‘거야 심판론’의 대결

    선거 당락을 가르는 3요소로는 구도와 인물, 그리고 바람이 꼽힌다. 이 3요소 중 선거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대결 구도다. 일대일 맞대결 구도로 치러지느냐, 아니면 야권 이재명 전 대표 한 사람에 범여권 성향 후보 두 사람이 대결하는 3자 대결 구도로 치러지냐에 따라 대선 유불리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5월 12일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 이후 대선 대진표가 어떻게 짜이느냐가 이재명 대통령 탄생을 가늠할 첫 번째 변수가 될 전망이다.

    4월 14일 기준, 6·3대선 대진표는 3자 구도가 유력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 등 의석을 여럿 확보한 3명의 대선후보가 본선에서 겨룰 가능성이 높다. 일찌감치 대선후보를 확정 짓고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다. 이 후보의 정치적 뿌리가 국민의힘에 있다는 점에서 대선 막판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열려 있기는 하지만, 4월 중순 현재 이 후보는 대선 완주를 공언하고 있다. 따라서 6·3대선은 최소 3자 대결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는 대선과 같은 전국 선거가 치러질 때 공정한 선거관리에 전념한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에 따른 ‘궐위’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독특하게도 한 총리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한덕수 차출론’이 흘러나오고 있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 다수가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촉구에 뜻을 같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대행은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사실상 대선 불출마를 암시했다는 주장과 공직자로서의 마지막 과제를 언급한 것일 뿐 대선 출마를 배제한 것은 아니란 해석이 엇갈렸다. 4월 15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추가적인 한 대행 출마설 언급은 국민의힘 경선 흥행은 물론 권한대행으로서 업무 수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 대행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불참이 곧 6·3대선 불출마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직자 사퇴 시한인 5월 3일 이전까지 거취를 결정하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자가 ‘선수’로 뛰느냐는 비판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헌재 탄핵심판에 따른 ‘궐위’로 대선이 치러지게 됐다는 특수한 상황이 한 대행의 출마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만약 한 대행이 대선에 뛰어든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 대선후보와 한 대행까지 4자 대결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 대행이 후보단일화에 나서거나, 정치적 뿌리가 같은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 대행, 그리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까지 3자가 후보단일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이재명 견제론’이 거세져 이 전 대표 집권을 막기 위해 반(反)이재명 빅텐트가 만들어지는 경우다. 이 같은 일대일 구도가 형성되는 게 이 전 대표에게 가장 불리하다.

    민주당과 이 전 대표는 2022년 3·9대선 이후 3년 가까이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탄핵’과 ‘특검’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 왔다. 그런데 12·3계엄과 12·14국회 탄핵, 그리고 4·4헌재 탄핵심판으로 ‘윤석열 심판’은 일단락된 측면이 있다. 물론 ‘내란 혐의’ 재판은 아직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윤 전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고 한남동 대통령관저에서 나오게 하는 데 성공한 만큼 ‘윤석열 심판론’이 지난 총선 때처럼 위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따라서 6·3대선이 ‘윤석열 심판’ ‘내란 심판’ 선거로 흐를 가능성보다는 원내 거대 의석을 갖고 입법 독주와 탄핵을 주도한 ‘거야 심판’ 선거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아 파면된 만큼 6·3대선은 윤 정부 3년 내내 적대적 공생관계에 놓여 있던 ‘이재명 견제론’이 거세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만약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 이어 제4후보로 거론되는 한덕수 총리까지 무소속 출마 후 반(反)이재명 전선 형성을 위한 ‘빅텐트’ 구성에 합의해 선거 구도를 일대일 구도로 만들 경우 ‘이재명 대통령 탄생’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4월 11일 한국갤럽 조사 때 ‘차기 지도자 지지도’에서 이 전 대표가 37%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는 했다. 하지만 범여권 후보 지지 외에 30%에 이르는 부동층과 중도층이 존재한다. 이들은 이 전 대표가 아닌 반이재명 연합 후보 지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승자독식의 선거는 단 1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당선하는 잔인한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지지를 받기 위해 선거 연대, 선거 연합을 추구한다. 

    이 전 대표 중심의 연합 세력이 커지느냐, 반대로 이 전 대표 집권을 막기 위한 연합 세력이 더 많아지느냐에 6·3대선 승패가 달라질 공산이 크다. 투표장에 가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때로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후보’의 낙선을 위해 투표하는 경향도 있다.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 투표론’이 그것이다. 6·3대선이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개딸들이 더 많이 결집하느냐, 반대로 ‘이재명 대통령 저지’를 위한 반이재명 성향 유권자들이 더 많이 투표장에 나오느냐에 대선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행정부까지 장악 시 3권분립 형해화된다는 두려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집권에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두 번째 허들은 ‘단점 정부론’이다. 이 전 대표는 각종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강성 지지층의 견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적 건재를 유지해 왔다. 건재한 것을 넘어 ‘일극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막상 대선을 앞두고는 ‘일극 체제’가 힘이 되는 게 아니라 ‘짐’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절반을 훌쩍 넘는 거대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에서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득표로 두 번이나 대표에 오른 이 전 대표가 만약 대선까지 승리해 행정부까지 장악하게 되면 3권분립이 사실상 형해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전 대표가 집권하게 되면 원내 과반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당이 돼 200석 이상이 필요한 ‘개헌’을 제외하고 이 전 대표와 민주당 주도로 정책 입안은 물론 입법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절대 반지’를 끼게 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1987년 개헌 이후 출범한 과거 정부에는 저마다 국정 안정을 기할 수 있는 ‘안전핀’ 구실을 한 나름의 정치구조가 있었다. 노태우 정부는 출범 직후 실시한 1988년 13대 총선에 여소야대 상황이 전개되면서 여야 합의 없이는 원활한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거대 여당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3당 합당 후에도 당내에서 김영삼, 김종필 양김이 견제 세력 구실을 하면서 노태우 정부의 독주를 막았다. 김영삼 정부 출범 때는 JP가 한동안 정권의 안전핀 구실을 했고, DJP 연대로 집권에 성공한 김대중 정부 때에도 JP가 정권 내 견제 세력으로 DJ와 동교동계의 독주를 예방했다. 호남이 선택한 영남 후보 콘셉트로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 인사들이 견제 세력 구실을 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여권 내 비판 세력으로 견제 장치 구실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86세력과 PK친노·친문 세력, 민평련 세력이 세력균형을 이뤘다. 그에 비해 박근혜 정부는 마땅한 견제 장치 없이 독주하다 탄핵을 맞이했고, 윤석열 정부는 ‘여소야대’를 정권 독주를 막는 안전핀으로 여겼어야 함에도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야당 대표를 정치 파트너로 인정치 않고, 야당은 ‘탄핵’과 ‘특검’으로 맞서다 ‘계엄’이란 극단적 최악의 정치 상황을 맞이했다.

    과거 정부 중 특정인 또는 특정 세력이 독주한 때는 어김없이 불협화음과 파열음이 일상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친명 일극 체제로 변모한 상황에서 집권까지 성공할 경우 어떤 정부가 펼쳐질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이 같은 단점 정부에 대한 우려를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이 대선 국면에 어떻게 불식하느냐가 6·3대선 ‘집권’ 성공의 변수가 될 걸로 예상된다.

    호남서 ‘의외로’ 인기 없는 이재명의 과제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가려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지만 4·2 재보궐선거 결과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4·2재보선은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의 완패, 민주당과 진보 진영의 압승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6·3대선 때 민주당 우세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다만 전통적 텃밭으로 여겨지던 전남 담양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아닌 조국혁신당 후보가 당선한 점이 눈에 띈다. 민주당 독주에 대한 견제 여론이 호남에서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재명 전 대표는 2022년 8월 28일, 2024년 8월 18일 두 번의 민주당 전당대회(전대)에서 당원과 대의원, 일반 국민의 압도적(?) 득표로 대표에 올랐다. 그러나 투표율을 따져보면 호남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호남 권리당원들의 당대표 투표율이 낮았다. 2022년 전대 때 전북의 경우 권리당원 선거인단 대비 투표에 참여한 권리당원 비율은 34.1%, 전남 37.5%, 광주 34.2%에 불과했다. 2024년 전대 때는 더 낮아졌다. 전북 권리당원 중 20.3%, 전남 23.2%, 광주 25.3% 만이 당대표 투표에 참여했다. 전체 호남 권리당원 가운데 이재명 후보를 대표로 선출하기 위해 투표한 권리당원을 따져보면 더 낮아진다. 2022년 전대의 경우 전북 26.2%, 전남 29.6%, 광주 26.9%에 불과했다. 2024년 전대 때 호남 전체 권리당원 가운데 이 후보를 대표로 지지한 권리당원 비율은 전북 17.2%, 전남 19.1%, 광주 21.2%에 불과했다.

    이재명 전 대표가 호남 권리당원 다수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당대표에 올랐다기보다, 다수 호남 권리당원들이 전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음으로 인해 강성 지지층의 열성적 투표에 힘입어 이 전 대표가 당대표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4월 2일 치러진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 투표율은 61.81%였다. 이 가운데 51.82%를 득표한 조국혁신당 정철원 후보가 48.17% 득표에 그친 이재종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민주당 전대 때 호남 권리당원의 낮은 투표율과 4·2 담양군수 재보선에서 나타난 높은 투표율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선거의 성격이 다를 뿐 아니라 후보자 면면도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재명 전 대표가 ‘방탄조끼’까지 껴입고 위험을 무릅쓰고 담양군수 재보선 지원 유세에 나섰음에도 민주당 후보가 패했다는 점에서 4·2담양군수 선거에 드러난 호남 민심이 6·3대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더욱이 호남 출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만약 6·3대선에 나섰을 때 호남 여론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 탄생이 불투명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는 ‘광주 경선의 기적’을 통해 대선후보에 올랐고, 정몽준 당시 국민승리21 후보와의 막판 후보단일화를 통해 극적 승리를 거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은 ‘호남’, 특히 광주가 대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으로 ‘영남 후보’인 노무현을 선택했기에 가능했다. 만약 6·3대선에 호남 출신 한덕수 대행이 나서고, 영남이 대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으로 한 대행을 선택했을 때 호남 민심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6·3대선 승패를 좌우할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선 투표일은 정해졌다. 대선 승리를 위해 각 당 후보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략과 전술을 총동원할 것이다. 그런 노력을 묵묵히 지켜본 대한민국 주권자 국민은 ‘누가 더 대한민국 국익과 국민 행복을 위해 일할 적임자’인지를 깐깐히 따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2022년 3·9대선 패배 직후 그해 6월 치러진 인천 계양을 재보궐선거로 곧바로 정치 전면에 나서 윤석열 대통령과 3년 가까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해 온 이 전 대표가 선거 구도와 단점 정부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고 호남의 선택까지 받아 ‘포스트 윤석열’이자 ‘차기 대통령’에 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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