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수천만의 노무현이 계엄 막아내
권력 독점 막기 위한 개헌 절실한 상황
나의 국가 미래 구상 설명하면 지지율 달라질 것
당선보다 중요한 건 정권교체
與, 내란 세력과 결별한다면 연정 가능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대선캠프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 전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행정수도 세종시로 완전한 이전”을 공약했다. 김 전 지사는 “내란의 상징인 용산을 더 이상 대통령실로 사용할 수 없다”며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겨오고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노, 친문 적자’라는 별명답게 그의 출마 선언문 곳곳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녹아 있다.
“2002년 노무현은 한 사람이었습니다. 한 사람이었던 노무현은 2025년 오늘 수백만, 수천만의 노무현이 되었습니다. 깨어서, 살아 있는 우리들의 이웃으로 얼굴을 맞대고 있습니다…국민이 계엄을 막아냈듯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등에 업었지만 김 전 지사의 지지율은 아직 낮다. 리얼미터가 4월 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 김 전 지사 지지율은 1.3%. 같은 조사에서 지지율 48.8%를 기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차이는 까마득하다.
물론 1등과 지지율이 역전되는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도 2001년 12월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을 때 지지율은 미미했다. 하지만 영남후보론과 당시 강력한 경쟁자였던 이인제 전 의원의 당적 정체성을 언급하며 주요 후보로 뛰어올랐고, 경선을 거쳐 대선에서 승리했다.
김 전 지사는 제2의 노무현이 되어 대권을 쥘 수 있을까. ‘신동아’는 4월 15일 그의 대선 출마 이유와 향후 계획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전 지사는 “내란 세력의 종식을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며 입을 열었다.
내란 종식을 위해선 개헌이 필요
대선 출마를 마음먹은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인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024년 8월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때 사면·복권됐다. 뉴스1
김 전 지사는 3월 9~22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벌였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때까지 단식을 이어나갈 예정이었지만, 의료진의 만류로 3월 22일 병원에 입원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고 관련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반헌법적 내란 주범인 윤 전 대통령은 파면당했지만,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가는 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내란 종식을 위한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국가 운영의 틀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 내란 종식의 완성은 개헌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개헌 논의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지금 이 시점에 다시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개헌을 미뤄오다 보니 비상계엄 선포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일어났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개헌이 필요하다. 개헌으로 권력을 나누고, 감시하며,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100일의 대타협과 비전 만들기’를 추진할 계획이다. 헌법을 수호하는 세력이 모여 국가적 위기의 해법과 미래 비전을 치열하게 토론할 것이다. 이를 통해 ‘빛의 연정’을 구성하겠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지금의 여당도 연정 대상인가.“개헌 논의가 내란 세력의 책임 면피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여당은 내란세력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헌정 질서 파괴 세력과 동거하는 사람들과는 개헌 논의를 할 수 없다.”
여당이 내란 세력과 결별한다면 연정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는 ‘함께’의 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촛불 연대를 통해 탄생했지만 정권 운영 과정에서는 아쉽게도 이 연대가 이어지질 못했다. 뒤돌아보면 인수위 대신 구성되었던 국정자문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촛불 혁명에 참여했던 모든 정치세력과 단체가 함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지율 격차는 크다.
“경선 기간에 내가 가진 국가 미래에 대한 구상을 설명하면 지지율은 분명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내 지지율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정권교체다. 내란 세력의 준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 세력의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절실하다. 누군가와 경쟁하기 위한 경선,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 원칙을 확인하는 대선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보겠다.”
대선 후보들과는 다른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나는 입법, 행정, 국정 경험을 모두 갖춘 유일한 후보다. 지금까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어떤 후보도 갖지 못한 경험이다. 민주당이 배출한 3명의 대통령(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정 운영을 직접 해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는 지방정부를 운영하며 가장 먼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했고, 이를 관철했다. 지방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할 때 부·울·경 메가시티를 구상해 추진했다. 그 누구보다 국가균형발전과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 왔다.”
김 전 지사의 아킬레스건은 ‘드루킹 사건’이다. 김 전 지사는 2018년 1월 댓글 여론조작 김동원(일명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2021년 7월 21일에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형 집행 종료 후 2028년까지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김 전 지사의 선거권을 되찾아 준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윤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8·15 광복절 특별 사면 및 복권’을 통해 김 전 지사를 복권시켰다. 김 전 지사 측은 여론조작 사건과 윤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에 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복권이 결정된 8월 13일 김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복권을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습니다.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