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호

이재명 “국민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 되고 싶다”

[특집 | 대선후보 11人 연쇄 인터뷰 & 정밀분석] ‘지지율 1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5-04-26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지금까지 단독 선두, 어차피 차기는 이재명?

    • 尹, 탄핵으로 대선 일정 앞당긴 일등 공신

    • 선거법 항소심 무죄, ‘사법 리스크’ 한숨 돌려

    • “‘절대 권력’ 우려, 어떻게 불식하느냐가 과제”

    • “기회 불평등, 불공정한 경쟁이 사회문제 근원”

    • 당락 최대 변수는 ‘반명(反明) 빅 텐트’

    4월 11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 및 캠프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4월 11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 및 캠프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6·3대선 최후 승자는 누가 될까. ‘D-50일’인 4월 14일 발표된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얼미터가 4월 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48.8%로 절반에 근접한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했다. 2위는 10.9%를 기록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6%로 3위에 올랐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2%, 홍준표 전 대구시장 5.2%,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3.0% 순이었다. 정당 지지율도 민주당이 46.7%로 33.1%에 머문 국민의힘을 크게 앞섰다. 이 같은 지지율 격차를 근거로 민주당 일각에서는 “6·3대선에서 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전 대표가 될 것”이란 이른바 ‘어대명’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 100%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7%였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법 리스크 뚫고 총선 압승 일군 ‘불사조’

    이 전 대표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 도전은 2017년이었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돼 치러진 5·9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에 도전한 것. 그러나 당시 당내 친문 세력을 단단히 구축한 문재인 후보의 벽에 막혀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2022년 두 번째 도전 때는 당내 경선을 통과해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0.73%포인트, 24만여 근소한 표차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대선 패배에도 그는 정치적 공백기를 갖지 않고 대선 직후 곧바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에 진출했다. 그해 8월에는 당대표에 도전해 당권도 거머쥐었다. 

    금배지를 달고 야당 대표에 오르며 정치적 재기를 노린 그에게 각종 사법 리스크가 따라붙었다.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사업, 성남FC 후원금과 대북송금 의혹은 물론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까지 윤석열 정부 3년 내내 이 전 대표는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했다. 그 과정에 두 차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도 했다. 2023년 2월 첫 번째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지만, 그해 9월 두 번째 표결 때는 국회를 통과해 법원에서 구속적부심을 받아야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구속영장 발부가 불발되면서 그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며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각종 사법 리스크로 풍전등화 위기 속에 치른 2024년 4월, 22대 총선에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압승을 일궈냄으로써 야권은 물론 한국 정치권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에 올라선다. 총선 공천 과정에 불거졌던 ‘친명횡재, 비명횡사’ 잡음은 총선 압승이란 결과에 봄눈 녹듯 사라졌다. 

    지난해 8월 두 번째 당대표 도전에서는 첫 번째 당대표 때 기록한 77.77%를 훌쩍 뛰어넘는 85%라는 압도적 득표로 다시 당대표에 올랐다. 이후 이 전 대표는 김영삼·김대중·김종필 이른바 3김도 경험하지 못한 정당의 수직계열화, 이른바 ‘이재명 일극 체제’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 세 번째 대선 도전에 최후 승자가 돼 국정 최고책임자가 되는 것만 남았다.



    순탄치 않은 정치와 인생 궤적

    대선 패배 직후 3년 만에 ‘일극 체제’를 구축한 그에게는 ‘불사조’ ‘절대반지’ 같은 최고의 수사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가 지금껏 걸어온 인생 궤적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1964년 경북 안동에서 5남 2녀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소년공 생활을 했다. 소년공 시절 공장 프레스기에 팔이 끼여 팔이 비틀어지는 장애를 입기도 했다. 소년공 시절 공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그는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이 전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민주연구원장과는 당시 학생과 야학교사로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대 법학과 졸업 후 사법고시에 합격한 그는 주로 경기 성남시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6년 첫 성남시장 선거 도전 때는 실패했지만,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 당선하며 재선 성남시장을 역임했다. 성남시장 시절 그는 무상 산후조리비 지원과 무상 교복 지원, 청년배당 등 이른바 3대 무상복지 시리즈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주목받기도 했다.

    ‘변방의 장수’이던 그가 중앙 정치 무대로 진출하게 된 계기는 2016년 가을 불거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였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가장 먼저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그를 당시 야권 지지층이 주목해 일약 대선후보로 밀어 올린 것. 

    ‘이재명 일극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초에는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받아 진짜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고, 각종 사법 리스크 가운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실형이 선고되면서 정치생명이 백척간두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선고에 이어 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까지 무죄를 선고받음으로써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4월 14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와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4월 14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와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8년째 부여잡고 있는 ‘공정국가론’

    계엄과 탄핵으로 대선이 2년 앞당겨 치러지게 된 것은 각종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이 전 대표에게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 3년 내내 그를 옭죄던 각종 사법 리스크가 조기 대선으로 뒤로 밀려났을 뿐 아니라, 만약 그가 이번 대선에 승리한다면 ‘대통령은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의 적용을 받아 당분간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법부를 장악한 이 전 대표가 대선 승리로 행정부까지 장악하게 되면 제어받지 않는 ‘절대 권력자’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더욱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추천 등 사법부까지 일정 부분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3권분립이 아닌 3권 통합의 단점 정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6·3대선은 대통령 이재명을 승인할 것이냐, 거부할 것이냐의 선거”라며 “절대 권력을 쥘 가능성이 큰 이 전 대표가 시스템적으로 권력 분점을 하면서 국민이 안심하게 선택하도록 하는 게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전 대표에게 3년 가까이 주홍글씨처럼 사법 리스크가 따라다닌 탓에 정작 정치인 이재명이 정치하는 이유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는 2017년 첫 대선 도전을 앞두고 당시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공정한 국가를 만드는 게 평생의 꿈이다. 공정한 사회, 공정한 국가….”

    “너무 추상적이다”라고 지적하자 그는 이렇게 부연했다.

    “그렇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다. (공정 국가를 두고) 보수냐, 진보냐 논쟁으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내가 바라는 것은 법치다. 법이 지켜지고, 원칙과 상식이 발현되는 그런 나라. 나는 진짜 보수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사람이다. 농담이 아니다.”

    최근 ‘중도보수’를 선언해 ‘중도진보’ 성향의 야권 지지층을 깜짝 놀라게 한 그이지만, 그는 일찍이 스스로를 ‘보수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사람’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기회 측면에서 불평등하고, 경쟁은 불합리하면서 불공정하다. 그 결과 엄청난 격차가 발생했다. 그것이 우리 사회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25년 4월 10일 그는 비슷한 얘기를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그날 공개한 영상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립 갈등이 지금 아주 크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경제력이다. 먹고살기가 어려워져서 그렇다. 세상 사는 게 힘들어서 그렇다. 더 잘살게 됐는데 왜 부족하게 됐느냐. 편중됐기 때문이다. 소위 양극화, 불평등 격차, 이게 너무 커졌다. 우리 사회가 총량으로는 과거보다 더 많은 걸 갖게 됐는데 개별적으로 보면 너무 많이 한군데에 몰려 있다. 그게 갈등의 원인이다.”

    8년 전 ‘불평등’ ‘불합리’ ‘불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대선에 뛰어든다던 그는 8년이 지난 2025년 4월에도 여전히 같은 이슈를 부여잡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일까.

    그가 최근 밝힌 비전은 ‘잘사니즘’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22년 대선 때 ‘기본사회’를 제시하며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른바 ‘먹사니즘’에서 한 발짝 진화해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잘사니즘’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그는 ‘잘사니즘’ 구현을 위한 대선 비전으로 ‘K-이니셔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4월 14일 그는 “AI(인공지능) 투자 100조 시대를 열어 ‘AI 기본사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AI산업 육성 비전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돼 AI관련 예산을 선진국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증액하겠다”며 “대한민국을 AI 3대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2년 3·9대선 직전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이 전 대표는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산업을 대전환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대전환과 에너지 대전환을 통해 산업 대전환을 위한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3년 만에 다시 대선에 도전하는 그는 이번에는 ‘AI 기본사회’를 제시하고 있다. 시대 변화와 트렌드를 적극 수용하려는 그의 ‘실용’적 면모가 대선 핵심 공약에 그대로 묻어난 셈이다.

    ‘중도 확장’에 성공 여부 달려

    3년 전 대선 직전 ‘후보단일화’ 논란이 한창이던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좌우,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는 유연하고 실용적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실용주의자’다.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실력을 갖춘 인재라면,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영입하겠다.”

    그러나 그해 대선 결과는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윤석열 후보의 박빙 승리였다. 3년 만에 또다시 대선에 도전하는 그의 당선을 위협할 최대 변수로 또다시 ‘단일화’가 꼽히고 있다. 이른바 ‘반명 빅텐트론’이다.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단일화는 물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민주당에서 탈당해 새미래민주당을 창당한 이낙연 고문까지 이른바 ‘반명’을 위한 빅텐트가 현실화할 경우 중도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는 6·3대선에 ‘반명연대’를 이겨내고 대선 승리의 월계관을 쓸 수 있을까. 그는 3년 전 대선 투표를 앞둔 유권자에게 ‘미래지향적 판단’을 주문하며 이렇게 호소한 바 있다.

    “우리 국민께서는 대통령이라는 ‘대리인’을 선출하는 기준으로 ‘누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지, 누가 책임질 능력이 있는지, 그 능력이 검증됐는지’ 등을 고려하실 거다. 당장 삶을 개선해 줄 대리인을 선출하고 싶어 하시기 때문이다. 민생 문제 해결과 국민의 삶 개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가 준비한 정책을 알리는 방식으로 국민께 더 다가가겠다. 실력과 책임 있는 공약으로 국민께 더 다가가고,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국민 삶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을 계속 찾아 해결책을 제시해 나가겠다.”

    4월 10일 영상 메시지에서 그는 이런 바람을 밝혔다. “대한 국민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가 되고 싶다.” 6월 3일 대한민국 주권자 국민은 과연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로 최종적으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