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호

김동연 “대기업-노동자-정부 ‘3각 빅딜’로 경제 대전환 실현하겠다”

[특집 | 대선후보 11人 연쇄 인터뷰 & 정밀분석] ‘트럼프 시대’ 집중하는 김동연 경기지사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5-04-26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탄핵 정국으로 민생경제 각자도생의 벼랑 끝 내몰려

    • 진보와 보수, 노사 모두 ‘통 큰 빅딜’ 결단할 때

    • 대기업은 청년 일자리 창출, 노동계는 노동유연성 수용해야

    • 美 핵심 인사들과 회담 통해 관세 협상 가능성 확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4월 15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해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동아DB

    김동연 경기지사는 4월 15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해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동아DB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과 내란, 길어진 탄핵 정국으로 민생경제는 각자도생의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발(發) 관세 폭풍마저 밀려온다. 민생경제의 위기 속에서 정치권에서 촉발된 분열과 적대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10년 안에 세계경제 지도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김동연(68) 경기지사는 4월 15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경제와 통합”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은 김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등록한 날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경제통’으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몇 안 되는 대항마로 꼽힌다. 김 지사는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필수”라며 “대통령 임기 단축 등 희생을 결단하고, 여러 정치세력을 포용하는 상생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면 대한민국이 다시 뭉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야 통틀어 글로벌 경제외교 주도한 유일한 현역 정치인”

    이재명 전 대표와 비교할 때 강점을 꼽는다면.

    “경제위기를 해결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있으면서 추경 편성, 기준금리 인하, 통화량 확장 등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실행했다. 덕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010년 1분기 8.1%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2017년 탄핵 이후 이어진 정치·경제적 혼란 속에서도 경제부총리를 맡아 경제 도약의 최전선을 책임졌다. 당시 경제성장률 3%대를 달성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3만 달러를 웃돌았다.”

    한국 경제의 최대 변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상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여야 정치권을 통틀어 글로벌 경제외교를 주도해 본 유일한 현역 정치인이다. 경제부총리 시절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 테이블에서 3번 마주했다. 실리 중심의 경제외교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환율 협상 등에서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냈다. 대통령이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경험 및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급변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국익을 지켜낼 것이다.”

    김 지사의 약점으로는 부족한 당내 지지기반이 꼽힌다. 민주당이 경선 방침을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정하면서 향후 이 지점이 김 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아닌 ‘어대국(어차피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다)’”이라며 “계파도, 조직도 없지만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국민이 제 계파이자 조직”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대선후보들이 세력과 계파가 아닌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제가 구상하는 제7공화국은 ‘모두의 나라, 내 삶의 선진국’이다. 단지 국가 차원의 선진화를 넘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삶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극단적 갈등을 끝내고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저 역시 절박한 마음으로, 그리고 겸허한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경제 대연정’을 통해 한국의 경제 지도를 다시 그리겠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한국 사회는 오랜 기간 저출생, 고용 없는 성장,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 사회적 정의와 공정의 문제 등 얽히고설킨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이 복잡한 매듭을 풀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야는 물론 진보와 보수, 노사 모두가 ‘통 큰 빅딜’을 결단할 때다.”

    어떤 식의 통 큰 빅딜을 구상하고 있나.

    “대기업, 노동자, 정부가 함께하는 ‘3각 빅딜’을 제안한다. 재벌 개혁은 지속돼야 하겠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대기업의 역할은 확대돼야 한다. 대기업은 미래 전략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재계는 노동계의 정년 연장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노동계 또한 일정 부분 노동유연성을 도입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혁신하고, 노동자에 대한 복지 및 안전망을 튼튼히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를 비롯한 전담 기구를 설치해 규제 혁신을 신속하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국민연금, 퇴직연금, 연기금 등 약 500조 원 규모의 투자 자금을 마련해 국내 주식시장에 전략적으로 투입해 자본시장도 활성화해야 한다.”

    경제주체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대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정부가 각자 역할을 하면서도 서로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비정규직 계약 기간을 최장 5년으로 연장하고, 호봉제 폐지와 연계된 단계적 정년 연장을 도입하는 식이다. 정부 역시 전 국민 고용보험을 통해 노동시장의 안정성과 신뢰를 높여야 한다.”

    김 지사는 4월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대선 출사표를 던진 직후 곧바로 미국으로 향했다. 대미 관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이번 방미 경험과 성과는 지방정부 차원의 협력을 뛰어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동맹으로 확대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건설적 대화와 협력을 이루는 토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출사표를 던진 직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 결실이 있었나.

    “한미 지방정부 간 최초의 공식 협력 기구인 ‘경기도-미시간주 상생협의체’ 설립에 합의했다. 양국 자동차산업 간 상생을 도모하고,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공유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체계적 플랫폼을 마련한 것이다. 미국 완성차 기업과 한국 부품업체 간 대화 채널 개설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채널이 구축되면 정보 교류는 물론 가격 협상, 납품 조건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시간주 정부는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를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며, 세제·금융 인센티브도 확대하기로 했다.”

    관세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나.

    “미국 공화당 및 민주당의 핵심 인사들과 회담을 통해 관세 문제를 포함한 주요 통상 이슈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에 몸담았던 스티브 비건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인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 지사와 대화했다. 올해 경기도에서 ‘미래 모빌리티 테크쇼’를 개최하는데 미국 빅3 완성차 기업(제너럴모터스·포드·스텔란티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휘트머 주지사가 협조를 약속했다. 앞선 경험은 향후 외교를 위한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조기 대선을 촉발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12·3계엄’은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려 한 망동이었다. 국민들이 ‘빛의 혁명’을 성공시켜 내란을 획책한 대통령을 법에 따라 탄핵했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는 흔들리고 깊은 분열도 발생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해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이루는 것이다. 탄핵은 종결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