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호

이준석 “과감한 규제 해제로 전 국민 AI 활용 국가 만들 것”

[특집 | 대선후보 11人 연쇄 인터뷰 & 정밀분석] ‘만 40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5-04-2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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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6세에 당대표, ‘청년 정치’의 환호와 절망

    • 非尹과 非明 아우르는 확장성 기대

    • 조부모 묘 성묘, 마라톤 참가…“TK 공략”

    • “경제계 못지않게 정·관계도 젊어질 필요”

    • “총리는 국회 합의로 추천, 매월 4자회담 상설화하겠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동아DB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동아DB

    6·3대선에 ‘이준석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이번 대선이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개혁신당 3자 대결로 치러질 경우 이준석(40) 개혁신당 의원이 두 자릿수 지지율로 올라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국갤럽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4월 10~11일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한 ‘대선 3자 대결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은 3자 대결 시 모두 1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vs 김문수 vs 이준석 3자 대결에서 이 의원 지지율은 14%로 가장 높았고, 이재명 vs 홍준표 vs 이준석, 이재명 vs 한동훈 vs 이준석 3자 대결에서도 11%를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3자 대결에서 이 의원이 두 자릿수 지지율로 올라선 것은 이번 대선 최종 변수가 국민의힘 후보와 이 의원 간 후보단일화 성사 여부가 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2년 가까이 앞당겨진 6·3대선이 ‘40세 대통령 출현’으로 귀결되는 ‘한국 정치의 세대교체’ 무대가 될지가 대선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이 의원은 2021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당시 ‘36세 당대표’가 되면서 정치 세대교체 가능성을 보였다. 내친김에 국민의힘은 2022년 3·9대선에서 신승하고, 6·1지방선거에서도 승리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계 의원들과 끊임없이 대립하면서 한때 희망을 줬던 ‘청년 정치’도 금세 막을 내렸다. 2023년 12월 그는 윤 대통령을 “상대를 악의 상징으로 만들어 콜로세움에 세우는 검투사”에 비유하며 자신을 키워준 당을 떠났다.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하는 경쟁 무의미”

    2024년 4월 치러진 22대 총선에서는 신생 정당 개혁신당 후보로 경기 화성시 동탄(화성을)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그의 승리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지만 그는 지역구 아파트 단지마다 다른 주민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며 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런 그가 6·3대선에 도전하는 까닭은 뭘까. 출마 선언문을 화두로 4월 14일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일치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이유는 뭔가.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하는 경쟁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좌파 사상과 우파 사상이 철학적으로 맞닥뜨린 상황도 아니다. 진보세력은 한미일 협력을 비판해 오다 갑자기 조기 대선을 앞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교의 가장 큰 가치인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상실했다. 보수세력은 광우병 괴담을 비판하면서 이성을 강조해 오던 모습을 잃고 부정선거에 ‘올인’하는 반지성의 정치에 들어섰다. 낡은 틀 속에 더는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철 지난 노래를 엇박자로 부르는 두 세력을 과거로 남겨두고, 우리는 미래의 노래를 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대교체를 주장하지만 노·장·청 세대 간 조화와 공존도 필요하지 않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각계에서 과대표되고 있는 것은 관료와 노장층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젊은 세대를 요직에 기용할 필요성이 있다. 재계에서도 최근 3·4세대 경영자가 나오면서 40대 총수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경제계 못지않게 정·관계도 젊어질 필요가 있다.”

    실력이 있다면 누구든 선수로 뛸 수 있다는 얘기 같다. 

    “그렇다. 우리는 올림픽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를 국가대표로 내보낸다. 간혹 협회에서 실력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비리가 발생하면 국민은 분노한다. 메이저리그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에게, 국제 무대에서 경쟁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연공서열을 강조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최근 경북 칠곡의 조부모 묘 성묘와 산불 피해 지역 봉사활동, 마라톤대회 참가 등 TK(대구·경북)에 공을 들이는 거 같다. 

    “지금 TK 주민들이 의기소침한 건 사실이다. 산불 피해도 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측면이 있다. 이게 TK지역 주민들이 잘못한 게 아니다. 앞으로 TK 정치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게 정치인들의 역할이고, 내가 그 길에 앞장서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주말(4월 13일)에는 대구에서 열린 마라톤대회 5km 코스에 도전했는데, 대선에서도 많은 사람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짧은 코스를 완주했다.”

    4월 13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하프마라톤대회 5㎞ 코스에 참가해 달리고 있다. 뉴스1

    4월 13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하프마라톤대회 5㎞ 코스에 참가해 달리고 있다. 뉴스1

    “집권하면 정계 개편, 거국내각 불가피”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생각인가. 

    “현재 나의 유튜브 채널에서 매주 주말마다 두 분씩 원로를 모셔 경청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처럼 당파성을 가리지 않고 주요 산업과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나.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한 만큼 과학 대통령, 미래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즉답 대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최근 주장한 ‘무상 AI정책’을 비판하며 말을 이었다. 

    “이 전 대표의 ‘무상 AI정책’이 무엇을 무상화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AI가 보편화하려면 단순 무상화를 이야기할 게 아니라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 확보를 더 쉽고 예측 가능하게 해야 된다. 전자정부에 축적된 데이터로 구축한 AI 모델은 행정과 관련해 국민이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예측 가능한 결론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통사고 분쟁처럼 다수의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민사 갈등 영역에서 AI가 판사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시범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전 세계 각국이 이런 데이터 확보 가능성이나 윤리적 문제로 AI 활용 범위를 제약하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과감한 규제 해제를 통해 앞서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원내 3석을 가진 소수 정당 대선후보인 만큼 대통령이 돼도 원활한 국정 운영이 어려울 거 같은데, 이에 대한 복안은 있나. 

    “이준석이 집권하면 1차적으로 개혁 성향 여야 인사들이 두루 포함된 정계 개편이 일어날 것이다. 정계 개편 후에도 원내 소수당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거국내각 구성은 불가피할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의정 활동을 하면서 여야 동료 의원 중 분야별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들과 교류하고 있다. 그분들과 거국내각을 구성해 협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협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선 국무총리는 국회 합의를 통해 추천받아 국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그게 어려우면 다수당이 복수의 총리 후보를 추천하도록 제안하겠다. 또한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과 패스트트랙의 무한 대립을 막기 위해 안보 및 재정과 관련된 법안을 제외하고는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겠다. 물론 국회 패스트트랙의 사용 조건을 엄격하게 하는 데 상호 합의할 것을 제안할 계획이다.”

    국회의장과 각 정당 대표와도 자주 만나 조율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여야 대표와 대통령, 국회의장 간 4자 회담을 매월 상설화하겠다. 영수 회담이 일정과 형식 조율로 공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국 PMQ처럼 더 빈번하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하겠다.”

    PMQ는 ‘Prime Minister´s Questions’의 약자로, 영국 의회민주주의를 상징한다. 말 그대로 총리를 상대로 한 정치권의 날카로운 현안 질의인데, 매주 수요일 낮 12시에 열린다. 

    “정치적 생채기 지워지지 않지만 후회 안 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결국 파면됐다. 윤석열 정부 탄생에 공을 세웠지만 가장 먼저 ‘비윤’의 길을 걸었는데. 소회는 어떤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근 여러 가지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는 이미 3년 전부터 윤 전 대통령이 가진 위험성과 한계성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그 과정에 겪었던 고난과 나에게 새겨진 정치적 생채기는 쉽게 지워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가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서슬 퍼런 집권 초기 권력기관을 꽉 잡고 있던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국민을 대변해야 하며, 그것이 때로는 큰 희생을 요구하더라도 회피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43세에 대통령이 됐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역시 43세에 ‘제3의 길’을 제시하며 총리에 올랐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46세에 대통령이 돼 미국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올해로 딱 만 40세로 대선 출마 자격이 된 이 의원이 ‘40세 대통령’이 돼 한국 정치의 세대교체를 이끌 수 있을지, ‘협치 부재’라는 한계를 드러내며 소수 정당 후보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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