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수명은 생물학적이기도 하지만 생물학적인 현상과 연계된 문화적인 측면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를 다루는 인류학적 시각을 기본으로 하여 세계의 장수지역을 비교연구함으로써 인간의 장수 현상에 관한 문화적인 설명과 해석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장수 현상은 21세기에 인간집단이 직면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들 중 하나다. 생명이 연장되면서, 자연스럽게 노인들의 부양문제가 앞으로 큰 사회과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노인복지의 문제는 가난하거나 불행한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사회전체가 반드시 직면해서 필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00년 11월1일 현재 65세 이상 노령층은 337만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7.3%를 차지했다. 1995년 이후 5년 사이 노령 인구는 27.7% 늘어난 반면 15세 미만은 5.8% 줄었다. 1990년에 13% 증가했던 생산 연령층(15~64세)은 지난해 1995년 대비 4.1% 증가에 머물렀다. 인구전문가들은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20년 뒤에는 생산연령 인구가 즐어들 가능성이 크므로 그 안에 국부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부란 그렇게 쉽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전에 할 일이 자립형 노인인구의 팽창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양에만 의존하는 것은 노인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인구의 노령화 정도를 나타내는 노령화 지수는 35.0으로 1995년의 25.8보다 크게 높아졌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를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수로 나눈 노령화 지수가 15미만이면 연소인구사회이고, 30이상이면 고령인구사회로 분류한다. 1995년에는 고령인구 1명을 청장년(15~64세) 12명이 부양했는데, 지난해에는 9.8명으로 줄었다. 그만큼 고령인구에 대한 부양 부담이 커졌다. 젊은층의 미혼율이 늘어나(25~30세의 55.6%) 늦게 결혼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이혼율이 증가해 독신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노인에 대한 가족의 부양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 가능 연령층인 15~64세의 청장년 인구의 증가율은 1985년 14.0%, 1990년 13.2%, 1995년 5.3%, 2000년 4.1%로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100세 노인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누워 있는 상태의 노인수가 급속히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원 시설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따라서 그 기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복지사회의 과제다. 활동백세(活動百歲)와 와상백세(臥床百歲)의 구분이 필요하다. 이미 오키나와의 연구자들이 보고한 것처럼 수명은 늘어나는데, 늘어나는 만큼의 숫자가 활동백세가 아니라 와상백세라는 데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건강백세(健康百歲)는 사실상 이상론일 뿐이다. 100세가 되면, 자연적으로 신체의 기능들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노년 인구가 부양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립형 노인의 출현을 목표로 하고, 노인들의 시설의존도를 극소화하는 방안의 강구가 절실하다. 이상에 가까운 건강백세를 발굴하여, 장수문화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방법이다. 모델 케이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제주도 노인들은 “왜 죽지 않는지 모르겠다. 오래 사는 것이 죄다”라고 말한다. 중년부인들도 그러한 얘기를 한다. “오래 사는 것은 죄악이다. 밥만 축내고 자식들에게 짐이나 되고 있다”는 자각을 하는 것이다. 오래 살아서 조상과 후손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강한 오키나와 할머니들의 정신상태가 바람직하다.
100세 노인들이 사회적 역할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따라서 제주도와 한국사회에서 장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와상백세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장수는 죄악이라는 인식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축복받을 수 있는 활동백세와 이상적인 건강백세를 향하여 장수문화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편안하게 산다고 해서 오래 사는 것도 아니며 돈이 많아서 부자로 사는 것이 100세로 이끄는 것도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유전적으로 장수의 요인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섭생이 올바르지 못하면 장수하기는 힘들다. 장수의 가장 공통적인 요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좀더 체계적이고 많은 비교문화적 자료의 수집이 필수적이다.
세계적으로 장수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북유럽의 나라들과 남유럽과 코카서스 산맥의 지방들 및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그리고 중국의 위구르 자치구인 신장성과 서복의 고향이 있는 산둥성, 일본의 여러 곳과 특히 오키나와에 관한 광범위한 자료의 비교분석을 통해서 우리는 장수와 그에 관련된 요인들에 대해서 몇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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