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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밑 인도네시아에 한국 발사장 짓자”

인터뷰 |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적도 밑 인도네시아에 한국 발사장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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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수소로켓인 H-2를 개발했으나 막대한 발사비용 때문에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이유가 없다. 한국은 안전성과 경제성이 높은 케로신+액체산소 로켓을 개발하고 이를 다양하게 조합해 여러 발사체를 만들어 머지않아 열릴 우주관광+우주산업 시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ARI)의 김승조 원장(62)은 서울대 항공공학과 졸업 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항공우주 분야의 전문가다. 귀국 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11년 6월 항우연 제8대 원장으로 부임했다.

김 원장은 어려운 항공우주 분야를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특기가 있다. 이 때문에 오래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이해하기도 쉽다.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도 그의 특징이다. 그는 과학자 특유의 ‘연구를 위한 연구’에 집착하지 않는다. 기초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한국은 후발국인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내는 실용연구를 중시하자는 것. 그와 나눈 대화 가운데 한국의 우주 개발과 관련해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을 발췌해 정리한다.

▼ 왜 우리는 일본만큼 우주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는가?

“적도 밑 인도네시아에 한국 발사장 짓자”
“일본은 미군정이 끝난(1952년) 직후 도쿄대 이토카와 교수 주도로 우주 개발을 시작했으니 60년의 역사가 쌓여 있다. 그러나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서인지 미국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미국 NASA(항공우주국)의 특징이 무엇인가. 냉전기 소련과의 경쟁에 이기기 위해 우주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한 곳 아닌가. 그 결과 다양한 발사체를 만들었지만 경제성 있는 발사체는 만들지 못했다. 상업성을 따지지 않고 연구한 탓이다.

일본은 초거대국인 미국과는 사정이 다른 데도 상업성을 따지지 않고 연구하는 NASA 모델을 따랐다. 대표적 사례가 기술적으로는 최첨단이지만 상업성면에서는 문제가 있는 H-2의 개발이다. H-2는 제작과 발사비용이 너무 비싸 대신 H-2A를 만들었지만, H-2A도 경제성이 적다. 위성을 올리는 것이 우주 개발의 1차 목표라면, 가장 좋은 기술이 아니라 가장 싸게 위성을 올리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세금을 아끼고 외국 위성을 발사해줌으로써 돈도 벌 수 있을 것 아닌가. 일본은 잘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일본은 잘하고 있는 게 아니다”

▼ 몇 해 전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 중공업의 H-2 제조공장을 둘러본 적이 있다. 그때 생산 책임자가 “세계에서 수소로켓을 만드는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일본뿐”이라며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정지위성을 올리려면 힘 좋은 수소로켓 발사체가 유리한 것 아닌가.

“H-2 발사체의 전체 무게는 500t에 달하는데, 1단인 수소로켓의 추력이 100t 정도다. 이 정도 힘으로는 H-2 발사체를 띄울 수 없기에 주위에 여러 개의 고체로켓 부스터를 붙였다. 일본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 만들어지기 전 미국 기술을 도입했기에 추력 제한을 받지 않고 고체로켓을 만들 수 있었다. H-2 1단에 붙이는 고체로켓 부스터의 추력이 280t 정도다. H-2는 이러한 부스터를 두 개 이상 붙였기에 우주로 올라가는 것이다. H-2 1단에서 큰 힘을 내는 것은 수소로켓이 아니라 고체로켓인 부스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수소로켓과 고체로켓 부스터는 고가(高價)이기에 H-2는 값비싼 발사체가 되고 말았다.

“적도 밑 인도네시아에 한국 발사장 짓자”
기술적인 한계로 당분간 더 큰 추력을 내는 수소로켓 개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술적으로 쉽고 가격도 저렴한 케로신+액체산소 로켓을 만드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이를 미국의 스페이스X사가 입증했다. 스페이스X사는 추력 65t의 케로신+액체산소의 멀린(merlin)엔진을 개발하고, 이 엔진 9개를 묶어 1단, 1개로 2단을 구성한 ‘팰콘(falcon)-9’ 발사체로 우주왕복선을 대신해 국제우주정거장까지 물품을 보냈다. 우주왕복선도 수소로켓을 사용하는데, 스페이스 X사는 3분의 1 가격으로 우주왕복선이 하던 일을 수행했다.

스페이스X사는 팰콘-9 1단 좌우에, 9개의 멀린 엔진을 묶은 팰콘-9 1단을 부스터처럼 붙이고, 그 위에 멀린엔진 1개로 2단을 만든 ‘팰콘-헤비(heavy)‘를 제작해 정지위성을 쏘아 올리겠다고 했다. 사업은 이렇게 해야 한다. 로켓은 추력이 작을수록 만들기 쉽다. 대량 생산하면 제작비도 낮아지니 한 종류를 개발해 다양하게 활용하는 게 경제적이다. 항우연은 스페이스X사를 벤치마킹하려고 한다. 수소로켓을 만들어놓고 값비싼 제작·발사 비용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길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똘똘한 75t 로켓으로 모든 것 해결”

▼ 그런 말을 들으면 추력 75t 엔진 개발을 전제로 하는 KSLV-2 사업은 상당히 장밋빛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늦어지고 있다. 잘되고 있다면 늦춰질 이유가 없을 텐데….

“이 엔진 개발을 놓고 말이 많았다. 애초에는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공동 개발하기로 했는데, 러시아가 자국 기술보호를 이유로 난색을 표해 난관에 부딪혔다. 그에 따라 ‘30t 추력의 엔진을 만들어 지상실험까지 해봤으니, 이 엔진도 자력으로 만들자’는 결정을 내리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그때 이 엔진의 추력을 ‘60t으로 하자’‘70t으로 하자’로 논쟁하다, 어렵게 75t으로 개발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동시에 ‘항우연이 과연 이 엔진을 개발해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2008년 기획재정부는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기술 확보 수단이 부족하다’며 예산 배정을 거부하려고 했다. 그로 인해 또 밀고 당기는 게임을 하다, ‘먼저 나로호 발사를 성공시키고 그 여세를 몰아 75t 엔진을 개발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2009년, 2010년 나로호 1, 2차 발사가 실패해 수행하지 못하다 2011년 간신히 개발이 재개됐다.

힘든 과정을 거쳐온 만큼 우리는 75t 엔진을 가장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개발하고, 이것으로 KSLV-2를 제작해 가장 저렴한 가격에 위성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반드시 ‘똘똘한 로켓’을 개발해 대한민국을 우주산업을 수행할 중추국가로 만들 것이다.”

▼ 나로호 1차 발사도 계속 늦어졌다. 왜 그랬는가.

“나로호 사업을 하기 전 한국은 러시아와 우주기술보호협정을 맺고 양국 국회 비준을 받기로 했다. 우리 국회 비준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러시아는 기술 보호를 이유로 반대 여론이 형성돼 비준이 늦어졌다. 그리고 항우연은 흐루니체프 사와 계약을 맺었는데, 나로우주센터 공사 등에 차질이 생겨 또다시 사업이 늦어졌다. 우주 개발은 처음 도전하는 분야라 애초 계획한 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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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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