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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정부·기업부담 늘려야

<의료보장>

건강보험, 정부·기업부담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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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재정 수입·지출 부문의 정책과 함께 시급히 보험급여를 확대해야 한다. 보험급여 확대야말로 보험재정 위기 극복의 목적이자 건강보험 구조개혁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 ‘파산’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몇 차례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재정지출은 계속 늘어, 2000년 9조원 수준의 보험재정 지출이 2001년에는 약 14조원 또는 그 이상이 될 전망이다. 갑작스러운 건강보험 재정난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부당한 수가인상’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의료계에서는 ‘준비 안된 의약분업 도입’ 때문이란다.

예상치 못한 보험재정 지출 증가로 갑작스럽게 문제의 중요성이 부각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건강보험 재정위기는 조만간 사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건강보험 재정은 이미 1996년부터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상태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의 재정위기는 국고지원 등 몇 가지 단기대책을 통해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지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건강보험의 재정위기는 ‘실정(失政)’의 사례가 되기에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건강보험 재정위기는 진료비 지급 중단 또는 지연 사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의료제공자들에게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보험재정 위기는 국민들로 하여금 보험료를 더 내도록 강요하며 보험료의 인상은 실질 임금의 감소로 이어진다. 건강보험 재정위기는 보험급여 확대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예방접종, MRI, 초음파 등에 대한 급여 확대 일정이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건강보험 재정위기는 소액진료본인부담제와 의료저축제도,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과 같은 건강보험의 재편시도를 용이하게 한다. 물론, 현재로서는 정부의 고려 대상이 아니겠지만, 보험진료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지속될 경우 정부는 건강보험의 ‘파산’을 선언하고, 사회보험의 틀을 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정부(또는 보험자)와 의료제공자, 국민의 삼자가 보험재정 위기 극복방안에 합의한 것도 아니다.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떤 방안은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다른 방안은 반대할 필요도 있다. 재정위기의 극복을 위한 건강보험 구조개혁 방안을 검토하는 데 있어서, “보험재정 위기를 넘기기만 하면 된다”는 ‘재정위기 극복 지상주의’는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즉, 재정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건강보험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구성과 구조적 문제



건강보험이 진정한 사회보험으로 거듭나는 데 가장 큰 과제는 보험급여 확대다. 즉, 현재의 본인부담 수준이 너무 높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할 때,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은 50% 수준으로, 총진료비가 1만원이 나왔다면 이중 평균 5000원을 환자 호주머니에서 지불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보험급여비가 올해 14조원이라면, 같은 규모의 돈을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높은 본인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없다. 외국처럼 저소득층의 본인부담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도 없는 상황이다.

본인부담이 높으면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마치 보험이 없는 상황과 유사해져 저소득층이 경제적 장벽 때문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본인부담이 높은 상황에서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이 동일한 의료서비스 양을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불평등하다. 같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본인이 부담하는 돈이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상대적 크기가 빈자(貧者)에서 더 크기 때문이다.

보험급여를 확대하려면 돈, 즉 보험재정이 있어야 한다. 보험재정도 가계부와 같아서 수입과 지출항목이 있다. 보험재정이 충분하려면 수입은 늘고 지출은 줄어야 한다.

그림에서 불 수 있듯이 건강보험 재정의 수입원은 크게 정부, 기업, 개인이라는 세 경제주체의 기여금이다. 그런데 삼자 중에 누가 부담하느냐가 문제다. ‘적정부담-적정급여’라고 했을 때에도, 부담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저소득층에게 돈을 더 받아서 고소득층의 의료보장에 쓰는 방식의 적정부담-적정급여가 결코 바람직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조세정책은 간접세 비율이 높아 역진적 성격이 강하다. 건강보험의 보험료도 소득 비례제로 되어 있다. 자영자 소득파악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은 보험료 인상을 통한 보험재정 안정화라는 정책 방안을 어렵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핑계 삼아 ‘능력에 따른 보험료 부담’이라는 사회보험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회피하는 것이다.

보험재정을 안정화하기 위해 우선 고려되는 방안이 국고지원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물론 2001년의 경우, 갑작스러운 재정난으로 인해 국고지원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지만, 작년만 하더라도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은 지역건강보험 재정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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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호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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