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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21세기 한국을 위한 교육 · 복지 · 기업문화 개혁론

교수교류로 대학교육 활성화하자

<대학교육>

  •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

교수교류로 대학교육 활성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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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라는 울타리 속에 안주하는 분위기가 국제경쟁에서 뒤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교수의 능력과 업적에 따라 자유롭게 대학을 이동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21세기 지식산업시대에는 국가 경쟁력이 기본적으로 과학기술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기에 세계 각국은 모두 국력을 쏟아부어 자기 나라의 과학기술력을 증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나라도 최근 정부가 다른 예산에 비하여 과학기술 투자를 빠른 속도로 증가시키고 있으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주춤하던 민간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도 급속히 회복되는 등 정부와 민간 모두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많은 분야가 그러하듯이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잘못된 제도와 운영 시스템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 많아 올바른 개혁이 시급히 요구된다.

우선 국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체제에서 지적하고 싶은 문제점은 정부 부처간이나 정부와 민간 부문 사이에 적절한 역할 분담이 안 되어 있으며, 이를 조정할 메커니즘도 없다는 점이다. 현재 공공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정부 부처는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교육인적자원부를 비롯하여 무려 19개 부처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이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계획하고 수행할 때 부처간 협의를 통해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큰 그림을 합의하고 그 그림에 맞도록 각자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타 부처와는 관계없이 독립적인 계획을 입안하여 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보통신(Infor- mation Technology: IT) 분야를 예로 들면, 제품개발과 인력양성 사업, 인프라 구축사업 등을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및 산업자원부가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균형 잡힌 연구개발이 되지 못하고, 쓸데없이 중복 투자되는 부분도 있는 반면, 꼭 필요하지만 아무도 수행하지 않는 부분도 생긴다.

또한 정부는 공공성이 높은 기술, 기초과학을 비롯한 원천기술, 그리고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기술 등을 위주로 개발하여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를 보완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장기 투자 방향보다는 사회 여론과 상황에 따라 단기적인 상품개발에 집착하거나 유행만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시장성 없는 상품개발을 하느라고 공공 예산을 낭비하거나, 소위 ‘뜨는’ 분야만 기형적으로 키워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체제를 절름발이로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국민의 정부 들어와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주요 부처 장관을 위원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아직도 운영이 미숙하고 부처간에 실질적인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장관급 위원회에서는 실무적인 협의를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므로, 실무를 맡은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구체적인 협의기구를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와 더불어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연구개발사업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 제고를 들 수 있다. 부처간 실무협의가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들이 그 분야의 전망과 문제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정부 부처의 순환 보직제는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고 있으며, 특히 과학기술정책처럼 그 성과가 장기에 걸쳐 나타나는 경우에는 책임이나 공적의 소재를 분명히 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적어도 국가연구개발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순환근무제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시급히 요청된다.

둘째로 연구개발 주체별, 특히 정부출연연구소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과거 민간기업과 대학의 연구 능력이 부족한 시기에 정부가 출연연구소를 설립하여 많은 분야에서 기술개발을 주도하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정책은 당시의 상황에서는 당위성이 있었고, 실제로 정부출연연구소가 그 동안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능력 신장에 크게 기여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구개발 주체별 위상정립 시급

하지만 이제는 민간기업과 대학의 연구능력도 일정 수준에 이르러 일부 정부출연연구소가 담당하는 역할은 오히려 민간기업연구소에 더욱 적합한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에 안주하면 비효율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정부는 정부출연연구소의 효율을 높인다는 명분 아래 연구원 수를 동결하거나 정년을 단축하고 과제 수행에 따라 인건비를 지급하는 PBS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연구원들의 사기만 떨어뜨리고 연구성과의 증진 면에서는 별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제는 모든 연구소를 서서히 고사(枯死)시키는 이러한 대증요법을 쓸 때가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이다. 예를 들어 공공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출연연구소는 정부가 충분히 지원해주고, 그렇지 않은 연구소라면 과감히 민간으로 이양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는 우수한 연구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결국 사람이 창출하는 것이므로 우수한 인재 양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기술분야에서 일하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사항을 포함한 과학기술계의 많은 문제점들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가장 근본적인 과제이며 개혁의 최종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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