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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혁의 교육현장⑧|순천향 대학교

중부권에 뿌리내린 學·産一體의 성공모델

  • 곽대중 < 자유기고가 > bitdori21@kebi.com

중부권에 뿌리내린 學·産一體의 성공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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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향대학교는 올해로 개교 23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따지면 거칠것 없는 스물세 살 청년이다. 20대의 패기와 열정으로 순청향대는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중부권에 뿌리내린 學·産一體의 성공모델
하늘의 뜻을 따르는 고을 순천향(順天鄕). 대개 두 글자의 교명(敎名)을 갖고 있는 여느 대학과 달리 순천향대학교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건학이념은 인간사랑. 특이한 교명과 건학이념 때문에 특정 종교와 연관되지 않았냐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왜 종교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이채로운 이름과 거창한 건학이념을 내걸게 됐을까.

‘순천향병원’으로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순천향대는 의과대학으로 출발했고 지금도 의학과 생명공학을 간판으로 하는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순천향’이라는 교명과 ‘인간사랑’ 정신, 그리고 순천향 의과대학으로 출발해 오늘의 순천향대로 이어온 배경과 미래좌표를 설명하자면 1999년 타계한 설립자 고(故) 서석조(徐錫助) 박사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1946년 일본 경도부립(京都府立) 의과대학을 졸업한 서박사는 일본에서 돌아와 서울대 의과대학 내과 조교로 일하던 중 선진의학 공부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없어 미국 유학길에 다시 오른다. 뉴욕에서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코넬대학교 신경내과 교수로 재직하다 다시 귀국한 해가 1955년. 배고픔에 신음하고 질병에 고통 받는 국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사랑’을 구현하는 대학

서박사는 고국에 현대식 종합병원을 짓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고급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자신의 숙제임을 깨닫는다. 실현할 길이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언젠가는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신경내과 분야의 권위자로 대통령 부통령 영부인 국무총리의 주치의를 맡으며 명성을 쌓은 서박사는 1964년 서울 한남동에 동은병원을 개원하면서 ‘오래된 꿈’을 현실에 옮겨 놓기 시작한다. 동은병원은 현재 순천향대의 학교재단인 ‘동은(東隱)학원’의 모태(母胎)다. 동은병원은 1974년 순천향병원으로 개명하고 의료환경이 취약하던 음성 구미 천안 등지에도 순천향병원을 세웠다.

‘순천향’은 ‘천리(天理)를 따르는 것이 인간 삶의 순리’라는, 서박사의 좌우명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평소에 그는 “환자는 의사가 고치는 게 아니라 하늘이 고치는 것이다. 의사는 단지 이러한 하늘을 뜻을 돕는 사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높은 의학기술 못지않게 그가 중요시한 것이 의사와 환자의 ‘관계’였다고 한다. 이러한 정신은 순천향대를 설립하고 이후 학교를 운영해온 과정과 ‘인간사랑’이라는 건학이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녀왔던 꿈의 반쪽인 의과대학을 설립한 것은 1978년. 이후 서박사는 서울 순천향병원을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3개 병원을 의료법인화한다. 서박사는 1987년 4월17일자 순천향병원 회보에 “병원은 어느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 없는 공익기관이라는 평소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법인화의 뜻을 설명했다. 이익을 따르지 않고 ‘하늘의 뜻’에 따라 살아간 그의 삶의 한자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충남 아산군 신창면에 입학생 80명, 강의동 하나로 시작한 순천향 의과대학은 1980년 의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생물학과의 4개 학과를 갖춘 단과대학으로, 1990년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아산시로 승격된 개교 당시 위치에 5개 단과대학, 3개 대학원, 47개 학과, 1만여 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다.

최근 순천향대가 각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학생의 70%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집에서 통학을 한다. 서울 안양 수원 등지로 운행하는 학교버스를 이용해 통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통학시간으로 따지고 보면 서울시내에 위치한 대학들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02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인 고속전철이 개통되면 학교까지 약 30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순천향대는 최근 수도권 인근의 신생 대학들이 ‘서울에서 ○분 거리’임을 내세우는 광고를 하는 등 서울 지향적인 홍보전략에 나서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순천향대는 반대로 ‘지역에 뿌리를 내린 지방대학’임을 강조한다. ‘지방대학’은 감춰야 할 약점이 아니라 적극 활용하고 지방의 학문중심으로서 제 역할을 하여야 할 ‘강점’이라는 생각에서다.

“지역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면서 세계에서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지역문화를 선도하고 지역 산업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지방대학으로서의 당연한 자기 역할입니다. 우리 대학의 경우 학생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탓에 예전에는 수업을 마치면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기 바빴습니다. 취업도 수도권에서 하려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지방대학의 온전한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와 밀착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순천향대 서교일 총장의 말이다.

이러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순천향대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캠퍼스 사회정착’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CamSOS(Campus Society Settlement) 단지 조성도 그중 하나다. 올해 순천향대는 학내에 있는 기숙사 이외에 대학 인근에 있는 아파트 2개동을 통째로 매입했다. 이를 ‘샘마을생활관’이라 이름 짖고 남녀 학생들에게 1개동씩 저렴한 가격에 임대했다. 생활관 개소 축하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알까기 대회’에 총장이 직접 참가해 학생들과 바둑알을 튕기는 흐뭇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순천향대 대외협력실장 김학민 교수는 “기숙사의 안전함과 자취와 하숙의 편리함, 자유로움을 조화시켜 학생들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벤치마킹을 위해 여러 대학에서 견학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순천향대 캠퍼스에선 학생종합복지관 건설이 한창이다. 이곳에는 실내 수영장, 볼링장, 실내 골프장, 인터넷카페 등이 들어서게 된다. 또 문화체육관과 컨벤션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다. 학내의 편의시설도 신세대 대학생들의 취향에 맞춰 현대식으로 개선하고 있다. 대학을 작은 소도시 형태로 꾸미겠다는 취지의 이런 계획은 학생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생활할 수 있는 캠퍼스 타운을 조성, 캠퍼스가 공동화(空洞化)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역사회로의 정착을 위해 추진중인 RegSOS(Regional Society Settlement) 단지 구성 계획도 눈에 띈다. 이 계획의 목표는 대학이 지역에서 인정받고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 각 대학들이 면학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도서관에 통제기를 설치하고 출입하는 차량에 주차증을 발급하는 것과 달리 순천향대는 오히려 대학의 문을 지역민들에게 열어놓고 있다.

먼저 2500석 규모의 중앙도서관과 각 단과대학 도서관을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열람실 이용은 물론이고 초고속인터넷, 각종 시청각 자료, 도서대출 등도 재학생들과 똑같이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옥상에는 영화상영관을 만들어 주민들은 이곳에서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고 있다.

순천향대는 또 대학 뒷산의 숲을 삼림욕장으로 조성,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약 2km 거리의 삼림욕장에는 평행봉, 의자, 쉼터 등을 설치해 지역주민과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관리에 신경을 쓰게 마련인 잔디구장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해 평일에는 유치원 어린이들의 소풍장소로, 주말엔 주민들의 체육행사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봄에는 학교 입구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을 매개로 한 벚꽃축제를 열고, 가을에는 음악회를 개최하는 것도 주민들에게 가까이 가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주민과 함께하는 대학

주민들을 학교로 불러모으는 사업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직접 ‘뛰어드는’ 서비스도 진행중이다. 순천향대는 의과대학으로 출발한 대학답게 무료진료봉사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인근의 신창향교와 교류협정을 맺고 내과의사인 총장이 청진기를 목에 걸고 앞장서 매월 1회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찾는다.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인근 읍면의 다른 향교들과도 교류협정을 확대하고 지역 주민이 순천향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의료비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신창향교 박충일(68·신창면 읍내리)씨는 “대학에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이런 혜택을 나누어주니 송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에는 건축학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학생들에게 무료 인터넷교육을 실시해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지방대학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이와 같은 사업을 통해 순천향대는 3년 연속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에 선정되는 개가를 올리는 등 지역과의 연계 부문에서 다른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순천향대에서 유행하는 조어(新造語)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코피티션(Copeti-tion)과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이다. 코피티션은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로 이른바 ‘협력적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약육강식적인 경쟁과 승리를 강조하는 세태에서 협력과 경쟁의 두 가지 기질을 두루 갖춘 인재를 육성한다는 ‘인간사랑’의 건학이념을 시대에 맞게 승화시킨 개념이다.

글로컬리제이션은 지역화(Localization)와 세계화(Globalization)의 합성어. 무분별한 세계화가 아니라 지역화를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겠다는, ‘지역·세계화’한 대학에 대한 포부다.

한반도의 서해안 지역인 충남, 충절의 고장인 아산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을 살려 순천향대는 특색 있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산에서 자란 충무공 이순신의 생애와 사상을 연구하고 각종 관련사업을 추진하는 이순신연구소. 이 연구소에서는 충무공의 문무겸비, 즉 문학성과 용맹성을 재조명해 청소년 및 대학생을 위한 ‘21세기형 인성교육의 모델’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매년 충무공과 관련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충무공 캐릭터사업, 중고생 백일장, 해전(海戰)모형 경진대회 등도 충무공의 정신을 대중화하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다.

다른 한 곳은 충남 태안군 남면에 위치한 순천향대학교 해양수산연구소. 이 연구소는 서해안 지역의 수산양식업 활성화를 위해 돌돔, 넙치 등의 어종을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사육하면서 대량 사육과 분양연구에 심혈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토종 광어를 양식하는 방법을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수산업 만큼 경쟁력 있는 분야는 없습니다. 최근 수입자유화조치에 따라 수산물의 국제경쟁력이 의문시되고 있으나 수산물의 신선도와 활어를 선호하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지금까지 수산 양식업은 민간업계가 주도하여 왔습니다. 양식업은 연도별 기복이 매우 심한데 이는 과학화, 기계화 및 운영체계에 대한 연구 노력을 등한시한 결과입니다. 기계화 및 운영체계 개선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고 국제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해양수산연구소장 방인철(40·해양생명공학)교수의 말이다.

의료·생명공학 분야의 특성화

순천향대가 전통적으로 강한 분야는 당연히 의료분야. 최근에는 이를 의료·생명공학분야로 확대, 개교 30주년을 맞는 2008년까지 전국 최고수준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작업 역시 분주하다. 우선 대학내에 ‘순천향 벤처밸리’라는 이름의 산학협동관을 건립하고 1998년 ‘의료창업보육센터’를 설치했다.

의료분야의 창업을 전문으로 하는 창업보육센터는 순천향대가 전국에서 최초로 설립한 것이다. 의료보조기와 기능성식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가 소정의 심사과정을 거쳐 입주, 대학으로부터 인적 물적 지원을 받고있다. 이들 입주업체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의료창업보육센터의 장점은 의료기기와 식·의약품을 연구 개발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인 ‘임상실험’이 용이하다는 것.

창업보육센터에서 개발된 시제품은 순천향대학병원에서 효능 효과에 대한 실험이 가능하다. 또한 각 업체는 배정받은 책임교수로부터 의학분야의 전문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고 의료자문단도 구성돼 있다. 입주한 업체간에 기술교류가 원활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의료분야의 연구 개발에는 합동연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에서 주최한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의료창업보육센터의 존재를 알고 올해 3월 입주한 C&C메디컬 박수학 대표는 “처음 창업을 생각했을 때는 인·허가에서부터 자금유치, 기술개발, 임상실험 등 모든 것이 답답했는데 이곳에 입주하고 모든 고민이 한꺼번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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