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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해부|호남 4대 명문고 정·관계 인맥

청와대의 광주일고, 국세청의 광주고, 검찰의 목포고, 홍보의 전주고

  • 김당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청와대의 광주일고, 국세청의 광주고, 검찰의 목포고, 홍보의 전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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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가 입수한 3급이상 공직자 현황 관련자료에 따르면, 적어도 3급이상 공무원의 경우 DJ정부 출범 전과 현재를 비교했을때 호남편중 인사가 아니라 과거의 영남편중 인사가 시정되어 가는 과정에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 2월29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마치고 나온 각료들의 표정은 자못 심각하면서도 긴장돼 보였다. 다음날인 3월1일은 공휴일이고 3월2일은 김대중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는 날이었다. 대통령이 자신의 부재중에 국정 운영에 혼선이 없도록 주무 장관들을 독려하거나 적당히 ‘군기’를 잡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통과의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의례적인 ‘군기 잡기’라고 하기에는 대통령의 어조가 너무 강경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른바 특정 고교 중심의 인맥 형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당연히 장관들과 고위 공직자들은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대통령이 왜 갑작스레 그런 경고를 했을까? 그러나 딱히 맞아떨어지는 해답은 찾기 어려웠다. 요 근래에 주요 공직 인사도 없었거니와 DJ가 엄중 경고할 만큼 특정고 출신들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도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장관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린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다만, 대통령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보고 받기 때문에 ‘그럴 만한 뭔가가 있겠지’ 하는 정도였다. 청와대는 그 다음날 민정수석실의 이만의 공직기강비서관, 정무수석실의 정영식 행정비서관을 맞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그 때문인지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두고서도 언론은 ‘지역주의 배격’이니 ‘파벌형성 차단’이니 ‘인사편중 시비 차단’ 의지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했다. 총선 공천과 관련한 특정고 파벌 움직임에 대한 경고 및 예방조치(경향신문)니 인사 잡음 방지 및 현정권의 인사 편중 시비에 대한 ‘선수치기’(동아·중앙일보)니 하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발언 다음날 단행된 청와대의 ‘비서관 맞바꾸기’는 김대통령의 지역주의 배격 의지로 해석할 수 없다(조선일보)며 ‘편파 인사’ 시정을 촉구하는 사설도 있었다.

신이 난 쪽은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은 DJ의 특정고 인맥 경고 발언을 신호탄으로 DJ 정부의 ‘인사편중’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지역감정 문제로 연결지었다. 한나라당은 3월2일 ‘DJ 정권 2년, 호남 편중인사를 고발한다’는 제목의 책자를 긴급 배포하고 “인사편중 문제는 호남에 비해 여타 지역인 수도권과 강원, 충청, 영남, 제주 출신이 불평등하게 차별 받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영남 차별’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고 ‘호남 독식’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DJ는 왜 선거를 앞둔 미묘한 상황에 자칫 본전도 건지기 어려운 그런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일까? DJ가 경고한 정부 주요 부처내 특정고 인맥의 실태를 짚어보고,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지역편중 인사의 실태가 과연 어디까지 사실인지 면밀하게 살펴 보기로 한다.



[ 제1부 특정고 약진의 허실 ]

김대중 대통령이 2월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내각에 강조한 사안은 네 가지였다. 첫째는 제조업 분야의 사기와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고 제조업과 정보화 산업의 병행 발전 대책을 경제 부처에 주문한 것이었다. 둘째로는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인 사업가를 표적으로 한 범죄 대책과 재발 방지책을 주문하고 범죄 예방을 위한 한국인의 이미지 제고를 요구했다. 외교통상부와 문광부, 산자부 등이 해당되었다. 셋째는 바로 문제의 특정고 인맥에 대한 경고 발언이었고 넷째는 젊은이들에 대한 해외 취업훈련 제안이었다. 이 가운데 박준영 청와대대변인이 밝힌 DJ의 특정고 발언 대목을 옮기면 이랬다(논리적인 전개를 좋아하는 DJ는 순서를 매기는 버릇이 있다).

DJ가 빼든 ‘옐로 카드’의 의미

“셋째, 일부 고등학교 중심의 인맥이 공직사회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이나 문민정부 시절에도 일부 고등학교 중심으로 인맥이 형성됐었는데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느냐와 국가에 봉사하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래서 인사 문제에 출신 고등학교별 정실인사를 하거나 압력을 넣어서는 절대 안 된다. 국민의 정부 들어 그런 인맥이나 파벌 조성을 용납하지 않고 있으나 최근 일부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폐단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감독을 철저히 해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정실인사라든가 고위 공직자 임명에서 이런 폐단은 없어졌다. 나라를 바로 잡기 위해서 우리가 나라일을 맡아서 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모범을 보이고 있다. 장관들도 이런 점에서 각 부의 기강이 바로 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체 문맥으로 보면 “특정고 인맥의 폐단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김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신임 이억수 공군참모총장을 임명하는 자리에서도 “호남의 일부 고교 출신들이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오늘까지는 참겠으나 앞으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행사에서 하루에 두 번씩이나 경고한 것은 대통령이 ‘작심’하고 말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DJ가 빼든 ‘옐로 카드’의 의미는 그 다음날 좀더 분명해졌다. 청와대는 다음날 이만의 공직기강비서관과 정영식 행정비서관을 맞바꾸는 다소 이례적인 보직 변경 인사를 했다. 공직기강비서관은 민정수석실 소속이고, 행정비서관은 정무수석실 소속이다. 그런데 검찰 출신의 신광옥 민정수석과 이만의 공직기강비서관은 둘 다 광주일고 출신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말한 일부 고등학교, 즉 특정고 출신은 광주일고를 가리키는 셈이 됐다.

그런 조짐은 이미 그전의 공군참모총장 인사에서도 엿보였다. 작전사령관이 공참총장에 임명되어온 관행에 비추어 당초 군에서는 대체로 선두 주자인 이기현 작전사령관의 기용을 점쳤다. 더구나 이사령관은 ‘잘 나가는’ 호남 출신이었다. 그런데 이기현 작전사령관(공사 13기·전남 고흥) 이억수 공참차장(공사 14기·강원 원주) 안병철 공사교장(공사 13기·대구) 등 후보군(群) 3인 중에서 예상을 뒤엎고 이억수 중장이 공참총장으로 임명되었다.

조영길 합참의장(전남 영광) 이수용 해참총장(전남 나주) 등 호남 출신들이 군 수뇌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 특정지역(전남) 출신이 나란히 공군참모총장과 해군참모총장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이억수 중장이 공참총장으로 기용되자 이번에는 같은 강원도 출신인 황원탁 외교안보수석이 이 인사에 발언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자 대다수 언론은 ‘강원도 무대접을 의식한 인사’니 ‘선거를 의식한 인사’니 하는 식으로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호남 출신을 임명하면 ‘호남 독식’이라고 비판하고 다른 지역 출신을 임명하면 ‘선거용’이라고 비판하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것이냐?”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한광옥과 신광옥, ‘양광옥’의 신경전?

어쨌든 광주일고가 특정고 발언의 타깃으로 비치게 된 배경에 대해 정치권의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뉜다. 각각 음모론과 일반론에 입각한 두 가지 시각은 대통령의 여론 수렴 채널과 연관되어 있다.

음모론의 시각에서 보면 ‘양광옥의 신경전’과 ‘전주고 반격설’이 그럴 듯하다. 여기서 ‘양광옥’은 한자 이름까지 같은 한광옥(韓光玉) 청와대비서실장과 신광옥(辛光玉) 민정수석을 빗댄 표현이다. 이 시각에 따르면 대통령의 특정고 발언의 진원지는 한광옥 청와대비서실장이다. 이유인즉, 한광옥 비서실장 방에서 3급 이상 고위 공직자 인사파일을 관장하는 이만의 공직비서관에게 공직자 인사파일을 요구했는데도 업무 협조가 잘 안되자 이를 보고받은 한광옥 실장이 다시 대통령에게 민정수석실의 신광옥 수석-이만의 비서관 체제(광주일고 선후배)의 문제점을 보고해 즉각 조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실장은 서울 중동고 출신이지만 중학교는 전주고의 전신인 전주북중을 졸업해 전주고 인맥으로 분류된다. 이것이 ‘전주고 반격설’의 배경이다.

전주고 인맥은 지난 2월 민주당의 4·13 총선 후보 공천 과정에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민주당이 창당할 때만 해도 광주·전남과 전북 지역에서는 신당의 개혁 공천 이미지 차원에서 상당수 현역의원들의 물갈이가 예상되었다.

그런데 당초 전북에서 이런저런 사유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된 김태식(완주)·장영달(전주 완산)·조찬형(남원) 의원을 포함해 정동영(전주 덕진)·장성원(김제) 의원 등 전주고 출신 의원들은 죄다 공천을 받게 되었다. 그러자 당내에서는 조세형 전 총재권한대행, 정동영 대변인, 한광옥 비서실장 등 전주고 인맥이 ‘동문 밀어주기’ 차원에서 막후 지원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공천에서 떨어진 경합자들과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를 ‘전주고 마피아’의 농간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서울 구로을 보궐선거 공천에 이어 고향인 남원 공천에서도 연거푸 분루를 삼킨 이강래 전 정무수석은 기자회견을 갖고 ‘실세 부인들의 공천 로비’까지 거론하며 공천 결과에 강력 반발했었다. 따라서 음모론의 구도에 따르면 당 안팎에서 여론의 비난을 받은 전주고 인맥이 그동안 일부 부처에서 갈등을 빚어온 광주일고 인맥에 일종의 반격을 가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인맥 심기’ 경쟁에 대한 다목적 경고용

음모론이 한광옥 비서실장의 보고 채널을 특정고 발언의 진원지로 꼽는 데 반해 일반론은 대통령이 접하는 다양한 보고 채널에 근거한다. 특정고 발언의 진원지는 한광옥 비서실장의 보고 채널이 아니고 특정고 발언의 배경도 일반적으로 우려되는 ‘인맥 만들기’ 현상을 지적한 것이지 딱히 광주일고를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대통령의 특정고 발언은 결과적으로 광주일고를 지칭한 것처럼 되었지만 그보다는 전주고 인맥의 공천 구설수와 일부 시중은행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 나타난 광주일고·광주고 인맥의 과열 경쟁 같은 부작용이 더 커지기 전에 쐐기를 박으려는 다목적용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국민은행과 광주은행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 여권내 호남 출신 실세들이 ‘인맥 심기’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투서가 빗발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은 청와대비서실의 보고 외에도 국정원, 경찰, 검찰 등 다양한 공적인 채널과 시중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여러 사적 채널을 통해 공직 기강과 시중 여론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그래서 1차적으로 공직 기강 실태에 관한 국정원의 보고서가 대통령의 특정고 경고 발언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관측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에도 특정고 출신 간부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는데 그런 보고서를 올릴 수 있겠냐”면서 “그런 보고서가 있다면 공조직보다는 사적인 채널을 통해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발언은 “일부 고등학교 중심의 인맥이 공직사회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는 식으로 전문(傳聞) 형태를 띠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 주요 부처에 포진해 있는 특정고 출신의 현황은 어느 정도이며 그로 인한 문제점은 무엇일까. 호남지역의 명문고 가운데 이른바 특정고로 지목되고 있는 광주일고·광주고·목포고·전주고 출신 공직자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면 이렇다.

●청와대 : 광주일고 최다

청와대의 경우 일반의 인식에 비해서는 호남 지역 특정고의 편중 현상이 그리 심하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김영삼(YS) 정부와 비교하면 그와 대별되는 김대중(DJ) 청와대의 특징이 뚜렷이 드러난다.

우선 YS 정부의 청와대 비서관 이상 60명(98년 2월 기준)의 출신고 분포는 ▲경기고 12명 ▲서울고 7명 ▲경남고 4명 ▲경복고 4명 ▲경북고 3명 순이었다. 경기고 출신이 압도적 우세를 차지했다. 출신고 소재 지역으로 분류하면 부산-경남(PK) 출신이 12명(20%), 대구-경북(TK) 출신은 7명(11%)이었다. 이에 반해 DJ 정부 청와대 비서관 이상 48명(2000년 2월 기준)의 출신고 분포는 ▲광주일고 5명 ▲경복고 3명 ▲서울고 3명 ▲전주고 3명 순이다. 그 밖에 광주고·목포고·인창고·중동고 출신이 각각 2명씩이고 나머지는 거의 한 명씩이다. 출신고 소재 지역으로 분류하면 호남 출신은 30% 안쪽으로 수석급 이상 9명 중에 신광옥 민정수석, 이기호 경제수석, 김유배 복지노동수석 등 3명이 포진해 있다.

2년 전의 YS 시절과 비교하면 영남세의 쇠락과 호남세의 확장이 두드러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취임 초기에 비해 광주일고의 약진이 뚜렷하다. DJ 취임 초기에는 경기·경복·광주·광주일고 출신이 각각 3명씩으로 ‘공동 최다’였다. YS 시절 광주일고·광주고 출신은 1명씩이었다. 이에 반해 YS 시절 주축을 이룬 경기고·경남고 출신은 현재 1명씩이다. 정반대 현상이다.

전주고 인맥의 부상도 눈에 띈다. 중동고 출신이지만 전주북중을 다닌 한광옥 비서실장을 포함하면 전주고 인맥은 4명이다. 특히 전주고 인맥은 공보수석실에 집중돼 있다. ‘동아일보’ 출신의 김대곤 국내언론비서관·김기만 해외언론비서관, ‘중앙일보’ 출신인 고도원 연설담당비서관 등이 모두 전주고 동문이다. 여기에다 역시 ‘중앙일보’ 출신인 오홍근 국정홍보처장도 전주고 인맥이다. 국정홍보와 국내·해외 공보 그리고 대통령의 연설까지를 전부 전주고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전주고 인맥은 한나라당 ‘입’까지 커버하고 있다. 한나라당 선대위 대변인을 맡은 이원창 총재공보특보는 ‘경향신문’ 출신으로 역시 전주고 인맥이다. 전주고 출신 언론인들이 주축이 된 전언회(全言會)의 막강한 힘이 느껴지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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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당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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