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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특집|역사의 대전환, 남북화해시대

한반도 민족주의와 양김의 모험

  • 김민웅 미국 뉴욕 길벗교회목사·정치학 박사

한반도 민족주의와 양김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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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동북아시아에서 과거의 ‘대동아 공영권’을 새롭게 복구하는 것이 내심 최대의 국가적 목표다. 그래서 일본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대동아 공영권의 축으로 삼아 미국 유럽 등과 나란히 어깨를 겨누고, 세계 3대 지역통합에 중심세력으로 부상하고자 한다.

더욱이 현재 유럽이 경제통합을 일정 정도 완료하고 정치통합까지 지향하면서 유럽합중국이 등장할 가능성이 보이면서, 일본은 이에 뒤질 세라 아시아 통합의 기반을 마련하는 구상 에 몰두하고 있다. 그 기초는 일단 국제통화기금(IMF)을 대신하는 아시아통화기금(AMF)으로, 일본 엔화가 이 지역의 기축 통화가 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견제하고 있으며 일본이 아시아 지역에서 통합의 구심점으로 부상하는 것을 미국의 패권전략에 기본적인 위협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과 미국의 갈등이 시작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일본은 자신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일에 미국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어느 단계를 넘으면 미국이 최대의 장애요소가 되는 딜레마에 처하는 것이다. 이 대목은 일본이 다른 아시아 국가, 특히 중국과 은밀하게 연대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북아시아 패권구도의 복잡성을 드러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일본은 미국과 중국 모두가 자신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 필요하면서도, 장래에는 두 나라 모두와 근본적인 대립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현실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정세는 일본의 이러한 위상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략이 대칭적으로 맞닿는 지역이 바로 한반도이기 때문이다. 일본으로서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한반도 정세의 전개과정에 자신의 몫을 일정 부분 확보하는 것을 중차대한 문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일본은 한반도 전체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회복함으로써 통일로 인해 강력해질 이웃을 견제할 수 있다. 또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적 위상을 강화하는 조건을 마련하는 작업에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의 세력 조율과정에 자신에게 유리한 입지를 조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본은 그간 북한과 관계를 개선함에 여러 가지 조건을 달면서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했지만, 남과 북이 긴장완화를 향해 진력하게 되는 상황에는 그런 전략이 더 이상 효용성을 상실해 다급한 처지에 있다고 하겠다. 더군다나 한반도의 민족주의는 일본의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역사적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일본은 한반도의 대화재개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조성하지 않도록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중국의 시각

중국으로서는 한반도가 미국과의 대치선에서 자신의 안전판 구실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처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한반도 내의 정세변화가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을 당연히 경계하고 있으며, 이 점과 관련하여 북한과 전통적 유대를 재확인하고 새롭게 다지는 작업을 중요시하게 된다.

북한으로서도 이러한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중국을,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역량의 하나로 삼고 있다. 이들 두 나라가 북한과 대립하고 충돌하는 문제는 결국 중국과의 대립과 충돌을 의미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국제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 직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은 이런 대목과 관련해서 의미있게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이 한·미·일 삼각동맹체제를 통해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을 추진하고 북한도 이 포위권에 포함시키려는 데에 강하게 제동을 걸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중국이 북한의 체제안정과 한반도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독자적인 영향권을 형성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중국은 이 지역에서 미국이 가지고 있던 패권적 위상에 끊임없이 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러한 국제적인 역학 때문에 지금 일본과 대립적인 관계가 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 미국과의 대립구도에서 일본이 중립적이거나 중국에 우호적인 위치에 서지 않을 경우, 현재 중국의 역량상 이 두 나라와 맞선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겠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한반도가 이들 두 나라의 국제적 영향력을 일정 부분 퇴각시켜줄 것을 소망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한반도 전체가 자신에게 우호적이 되는 분위기를 마련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포위전선에 한반도가 합류하지 않도록 하는 장기전략을 관철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주변열강 가운데 기존질서를 타파할 반미(反美), 반일(反日) 민족주의가 한반도에서 힘을 얻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민족주의가 대륙을 향한 팽창주의로 전개되는 것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우리의 민족주의가 현재의 패권구도를 타파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으로 주목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조선족 주거지역에 대한 영향권 확대를 비롯해서, 중국대륙에 대한 팽창주의적 접근의도까지 간과하지는 않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의미

이 점이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중국의 복잡한 심사다. 이런 측면은 향후 우리와 중국 간에 부담스러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남한사회가 조선족 자치주와 접촉하고 교류하는 과정에 이미 이와 같은 팽창주의적 민족주의의 일단을 드러냈던 전례가 있다. 중국이 한반도 내부의 민족주의적 기류가 자신에게 어떤 움직임으로 나타나게 될 것인지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구려 고토(故土) 회복을 민족주의 정서의 밑바탕에 은밀히 깔고 동북아시아의 중심국가로 부상하려는 극우 민족주의는 이런 의미에서 중국을 자극하여 동북아시아 정세에 긴장을 조성한다는 점을 유의, 한반도 통일이 팽창주의적 민족주의로 가는 기초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정리해낼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동북아시아 패권전략에 맞서서 이미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동북아 전략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한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동북아시아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급격히 퇴조한 현실에 대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의 형편상 과거와 같은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는 것은 일단 불가능하다. 러시아로서는 다만 자신이 빠진 상태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패권구도가 재편될 경우, 이런 상황이 자신의 장래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러시아는 한반도를 세의 재편과정에 국제적인 발언권을 확보하는, 이른바 6자 회담(남·북·미·중·일·러) 형식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동북아시아 정세에 관여함에 중·러 연대를 기초로 한 ‘중국 지렛대’ 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지역 경제가 활력을 얻게 될 경우 여기에 참여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우선 시베리아 지역에 대한 남한의 강력한 진출의사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내세워 긴장이 완화된 한반도의 경제력과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업이 성공할 경우 다른 열강에 못지 않은 기반을 이 지역에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극적일 수 없는 형편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조만간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이런 각도에서 냉전체제 와해 이후 러시아의 동북아 전략이 본격화되는 시발점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한반도 주변 열강 가운데 현재 가장 국가적 역량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개입과 관여 정도가 낮을 수밖에 없으며 관건적인 구실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측면은 우리가 러시아와 더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놓을 수 있는 기반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러시아 홀대는 향후 러시아의 입지가 차츰 복구될 때 우리에게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대처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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