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호

언어폭력 유언비어 창궐하는 사이버범죄

  • 박은경 자유기고가

    입력2006-10-04 0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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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바 ‘사이버 범죄’가 갈수록 기승이다. 명예훼손, 음란물 거래, 사기, 절도 등 범죄 유형도 각양각색. 죄의식 없이 범행이 이뤄진다는 게 사이버 범죄의 특징이다. 그러나 사이버 상에서 저지른 ‘사소한 장난’이 현실세계의 감옥행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
    최근 한 PC통신 업체가 회원을 상대로 한 ‘공지사항’에 다음과 같은 경고성 글을 띄웠다.

    “요즘 행운의 편지와 유사한 좋지 않은 장난성 미신 글이 게시판에 번지고 있습니다. 내용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로 시작해 ‘이 글을 옮기지 않으면 소중한 사람이 죽는다’ ‘이 이야기를 남에게 전파하지 않으면 물질적 정신적 불이익을 당하거나 이야기 속에 나오는 귀신들이 따라다니게 될 것’이라는 등. 이러한 글은 주로 마음 약한 어린이나 청소년이 현혹되어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사람에게 유포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행운의 편지는 1억원, 8억원 등 돈을 벌 수 있다는 편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편지, 편지를 보내면 좋아하는 사람과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주로 e메일을 통해 유포되고 있습니다. (중략) 행운의 편지 등을 보내는 사람들은 운영기준에 의해 경고 또는 사용중지 등의 엄격한 제재를 받습니다.”

    죄의식 못 느끼는 사이버범죄

    수많은 네티즌이 장난 또는 재미 삼아, 혹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사이버 공간의 물을 흐리면서 사이버 범죄가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경찰청이 발간한 ‘경찰백서’에 따르면, 99년 한해 동안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한 범죄는 총 1693건에 달했다. 이중 2092명이 검거됐는데, 이는 98년에 비해서 무려 4.3배나 증가한 숫자다. 범죄 유형을 보면 음란물 불법 유통이 1334건에 달해 가장 많았고, 통신 사기는 247건이었다. 이외에 자료조작, 해킹과 바이러스 유포, 포르노사이트 운영, 프로그램 크래킹, 이메일폭탄 발송, 사이버 성폭력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상대를 향해 욕설과 비속어 등을 퍼붓는 언어폭력, 유언비어 유포 등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의 행위는 미처 범죄라는 인식을 갖지 못한 채 사이버 공간에 두루 만연해 있다. 심지어 현직 교사가 천박한 ‘야설’(야한 소설)을 써서 통신에 게재해 돈벌이를 하다 들통난 사례도 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인터넷 조사 전문업체인 코리아메트릭스와 함께 전국 네티즌 15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이버 윤리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네티즌들이 국내 사이버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질문에 응한 네티즌의 80.7%가 “문제가 있다”는 답변. 이 가운데 “문제가 매우 많다”고 응답한 사람도 18.1%를 차지했다.

    실제로 많은 네티즌들이 인터넷상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85.5%가 대화 도중 욕설 또는 반말 등을 경험했다고 대답했고, 저속한 말이나 의미없는 말로 게시판 또는 대화방을 점령하다시피 하는 ‘도배’를 경험한 사람도 27.8%나 됐다.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 관계자의 말이다.

    “많은 네티즌이 사이버상에서 불법을 저질러도 범죄행각이 들통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다. 이는 익명성이 주는 그릇된 인식이며, 나아가 자신의 행위가 범죄라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일반 범죄와 달리 실체가 없는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죄의식을 훨씬 덜 느낀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음란물을 파는 경우 대다수의 판매자나 고객들은 불법임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음란물을 사고 팔 경우 판매자나 구입자가 서로 만나지 않고 통장과 우편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미처 범죄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이버 경찰서’ ‘사이버 감옥’도 등장

    일각에서 사이버 윤리의식 실종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는 가운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입증하듯 최근 들어 특정 사이트들이 자체적으로 ‘사이버감옥’이나 ‘사이버경찰’을 창설하고 불량 회원들을 적발해 자체적으로 조처를 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채팅을 겸한 사이버 주식거래 사이트인 이스톰(www.estorm.co.kr)은 사이버경찰서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곳은 민원실, 참회장소, 사고친 사람(일명 범죄자) 등의 코너로 꾸며졌다. 먼저 경찰서 입구에 도착하면 “여기는 신용있는 도시를 지키기 위해 땀나도록 뛰고 있는 사이버경찰서입니다. 우리 이스톰에서 정한 최소한의 규제를 외면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ID를 격리, 수용할 작정입니다”라는 경고문이 나붙어 있다.

    민원실은 주로 불량 회원들을 적발해 고발하는 신고센터로 이용되고 있다. 반면 참회장소는 격리, 수용된 회원이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비는 글을 올리는 곳이다. 민원실이나 참회장소에 게재된 글 중에는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참회자가 있는가 하면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한 ‘죄수’는 “참회를 하라는 멜을 받고, 참…, 제가 게시판 중간중간에 소개한 사이트들이 좀 무리를 일으킨 것 같은데, 사실 뭐 기분 좋으라고 올린 거지 다른 의도는 없었슴다. 때론 좀 야한 그림도 봐주고 그래야 하는데… 어쨌든 이젠 그런 사이트 소개를 자제 하겠슴다. 잘 부탁함다”라며 다소 불만 섞인 고백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죄수는 “제가 이스톰에 가입해서 물을 흐려 놓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이제부터라도 참회하고 열심히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발 절 이곳에서 나가게 해주십시오. 친구(동료 회원)들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라며 사정했다.

    민원실에 올라온 불만 섞인 글에는 사이버경찰서 제도를 못마땅해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서를 유심히 지켜봤는데 정말 심하신 것 같군요. 한 번의 실수로 정말 인간적으로 기분 상할 일들이 생길 것 같네요. 아무리 사이버 세계의 신용을 중시한다지만… 한 번의 실수로 가차없이 자격정지를 시키다니…”

    “아니 법대로 하려면 똑바로 할 것이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도 주지 않고…. 최소한 재판은 열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이번 건에 대해서는 보석을 요청합니다”

    그런가 하면 사이버경찰서 서장을 상대로 협박성 글을 올린 회원이 있다.

    “경찰서장 당장 나와. 느그들이 우리 헤임(형님)을 요기 어디께에 시방 모셔 둔겨? 울 헤임이 몰 잘못 했다고 느그들이 건드냐. 좋게 말할 때 해결보자고, 잉?”

    이에 대한 경찰서장의 답변은 매우 단호하다.

    “난, 경찰서장이오.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이런 식으로 민원실에서 난동을 부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당신의 형님인가 하는 사람이 참회장소에 참회를 했는데도 우리가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 형님부터 먼저 설득해 보시오. 당신도 조사해서 감방에 넣으려다 한 번은 참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또다시 이렇게 예의없는 민원을 올렸다간 당신도 각오해야 할 겁니다.”

    ‘사고친 사람’ 코너는 일명 ‘감방’으로 불리는데, 이 곳에는 업체측이 지목한 갖가지 불량 행위로 수감된 죄수 여러 명의 ID가 올라 있다. 업체측이 규정한 감방행 범죄행각은 총 7가지. 다른 회원의 서비스 ID 및 비밀번호를 도용한 경우, 서비스 운영을 고의로 방해한 경우, 같은 사용자가 다른 ID로 이중등록을 한 경우,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내용을 고의로 유포한 경우, 회원이 국익 또는 사회적 공익을 저해할 목적으로 서비스 이용을 계획 또는 실행하는 경우, 다른 회원의 명예를 손상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한 경우, 기타 당사가 정한 이용조건을 위반한 경우….

    대중가요와 가수들의 인기순위를 주식거래 방식을 통해 매기는 뮤직스톡(www.musicstock.co.kr)도 사이버감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광고성 문안을 대량으로 올리거나 욕설과 비방, 담합을 통해 특정 가수나 음악에 대한 주가 올리기가 주요 제재 대상이다. 규정을 위반한 자는 일정기간 사이트 사용정지와 함께 처음 가입 때 지급 받은 사이버머니 일부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회원들은 면회실에서 죄수 캐릭터가 곤장을 맞고 괴로워하는 광경 등을 볼 수 있다.

    또다른 인터넷 화상채팅 사이트 오마이러브(www.ohmylove.co.kr)는 초기 화면에 ‘경고문!!!’을 실었다.

    “욕방 음란방 원조교제방 및 기타 회원님들께 피해를 주는 방을 개설할 경우 방장은 물론 그 방에 접속한 회원들도 아이디를 삭제함은 물론이고 얼굴을 공개합니다. 기타 불량사용자 및 대화명과 아이디가 음란성, 욕설로 된 경우, 신상정보가 거짓인 경우도 아무런 통보없이 아이디가 삭제됩니다”

    이 사이트는 지난 4월부터 사이버경찰 요원을 배치해 24시간 감시에 들어갔지만 하루에 50명이 넘는 불량 이용자 리스트가 화면을 채우고 있다.

    한편 채팅 사이트 하늘사랑(www. skylove.co.kr)의 경우 ‘원조교제’라는 단어가 아예 입력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원조 또는 용돈, 알바 등 속이 훤히 보이는 조어를 만들어 단속을 피해 가는 네티즌도 있다. 때문에 업체측은 얼마 전부터 네티즌들 사이에 유행하는 컴섹 등 불건전 단어 20여개를 미리 등록해 놓고 불량 채팅자를 자동 검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채팅 도중 불건전한 이용자에게 피해를 보았을 경우 ‘사이버 COP’ 버튼을 클릭하면 운영자에게 즉시 신고되는 기능을 추가했다. 또다른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채팅 사이트 러브헌트(www.love hunt.co.kr) 역시 사이버경찰 제도를 만들고 요원을 모집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법원·경찰도 강력 대응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통신 인터넷 관련 업체들이 스스로 자체 규정을 만들어 회원 단속에 나설 만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사이버범죄는 종종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하기도 한다. 대표적 예가 채팅을 통해 일파만파로 번진 원조교제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 상에서 채팅 도중 언어폭력을 가했다는 이유로 대화자 쌍방이 직접 만나 주먹다짐을 벌인 사건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게임 계정을 훔쳤다는 이유로 PC게임방에서 상대를 향해 폭력을 휘두른 사건도 발생했다.

    사이버 상의 범죄가 실제 사회문제로 연결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계속되자 법원은 각종 사이버범죄에 연루된 피의자에 대한 처벌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최근 쏟아진 일련의 유죄 판결 사례는 그동안 별다른 죄의식없이 사이버상에서 범죄행각을 저질러온 네티즌들에게 따끔한 경종을 울린다.

    대표적인 예로 통신상에서 타인을 함부로 비방한 사람들에 대해 법원이 잇달아 명예훼손죄를 적용한 것을 들 수 있다. 더구나 과거와 달리 경찰 또는 검찰에 의해 명예훼손죄로 구속, 기소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장 최근 예는 외부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사내 전산망을 통해 동료 직원을 비방한 직장인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다. 의료보험관리공단 직원 인모(38)씨는 97년 말과 98년 초 공단 전산망에 설치된 전자게시판에 동료직원 “조모씨가 공단과 직접 관련된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해 거짓증언을 했으니만큼 인사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두 차례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형사 3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인씨에 대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미술학원장을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띄우고 이를 미끼로 합의금 1100만원을 뜯어낸 D대학 3학년 이모(26)씨는 서울 성북경찰서가 폭력행위(공갈) 및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학원장이 경영하는 미술학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학원장 이씨는 해외여행 결격사유자이며 공모전 수상자를 조작한 장본인”이라는 내용의 글을 허위로 작성해 올리는 등 총 8차례에 걸쳐 이씨를 비방하는 글을 띄운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지난 5월말 김모(28)씨는 자신과 채팅했던 여성들이 약속을 어기자 보복 차원에서 여성들 이름으로 “섹스파트너를 구한다”는 전자메일을 한 인터넷 사이트 대화방에 등록된 남성회원 100여명에게 보내 음란전화를 받게 한 혐의(명예훼손죄)로 부산경찰청 수사과에 구속됐다. 김씨는 “저와 친구가 부담없이 섹스할 수 있는 남성을 찾고 있어요”라는 글과 함께 강모(21), 김모(21) 여성의 휴대폰 번호를 남겨 이들이 100통이 넘는 음란성 전화에 시달리게 했다. 유사한 사례로 모 회사 중간 간부 이모(27)씨 역시 부하 여직원 2명이 자신을 무능하다고 비방한다는 이유로 이들의 이름으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동거할 남자를 구한다”는 글을 올려 경찰에 구속됐다.

    통신상 ‘장난’으로 전과자 될 수도

    한편 지난달 말 “PC통신 등 사이버 공간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고 저속한 표현으로 다른 네티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 7단독 홍준호 판사는 인기가수 박지윤씨의 팬클럽 회원인 함모(25)씨가 PC통신 공개게시판에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안모(29)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련의 판결로 미루어 볼 때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 통신상에서 타인을 비방할 경우 형사상 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도 함께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별다른 죄책감없이 특정인 비방을 일삼거나 유언비어를 유포하던 네티즌들은 언제든 전과자로 전락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장난삼아 퍼붓던 메일폭탄 행위나 상업적 스팸메일 전송행위 역시 검찰의 철퇴를 맞았다. 지난 5월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는 자신이 운영하는 음란 인포샵 홍보를 위해 다른 업체의 e메일 서버를 도용한 뒤, 무단으로 20여만통의 스팸메일을 보낸 노모(39)씨를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그동안 수신자의 요구나 허락 없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는 상업적 광고메일의 신고는 많았으나, 행위자가 구속되기는 처음이다. 최근 통신상에 피라미드식 돈벌이 편지를 보내는 사람도 같은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관계자는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부는 최근 ‘개인정보 침해사건 조사 및 과태료 부과업무 등 처리 규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수신자가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상업성 e메일을 계속 보낼 경우 최고 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스팸메일에 대한 네티즌들의 불만은 최근 유니텔이 네티즌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리목적의 메일을 보낸 업체나 이용자에게 최고 4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투표자 1345명 중 51.1%가 “더 부과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4.5%가 “적당하다”, 17.5%는 “너무 많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네티즌이 벌금부과 자체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는 것.

    금전적 손실을 보는 피해자를 양산하는 골칫거리 사이버범죄 중 하나가 바로 통신사기다. 지난해 2월 서울 중랑경찰서는 PC통신에 허위로 컴퓨터용 CD 판매광고를 낸 뒤 돈만 가로챈 혐의로 이모(16세)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군은 PC통신에 “각종 게임용 CD를 싸게 판다”는 허위광고를 낸 뒤 자신의 은행계좌로 대금을 받는 수법을 써 15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입건됐다. 같은 해 울산지검은 인터넷을 통해 음란 동영상을 전송해준다고 고객을 유혹한 뒤 실제로 전혀 다른 동영상물을 전송하는 수법으로 7000여만원을 가로챈 손모(27)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외에 유령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해 놓고 돈만 챙겨 달아난 사건도 있다.

    한편 게임을 즐기는 네티즌들 사이에 횡행하는 사이버절도 또한 별다른 범죄의식 없이 저질러지고 있다. 최근 경북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랐다.

    “리니지 온라인게임 계정을 해킹 당했습니다. 아이템이 현금으로 치면 100만원 상당입니다. ID 주소와 아이템의 이동경로를 알면 해킹범을 잡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어떤 처벌이 내려지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에 대해 사이버범죄수사반 관계자는 “범인이 받게 될 처벌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자세한 것은 조사를 해봐야 압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실체가 없는 통신상 절도도 현실에서 명백한 절도죄가 됨을 보여주는 한 사례가 지난해 발생했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갑옷과 칼 방패 등 사이버게임 전리품을 다른 사람 계정에서 자기 계정으로 옮긴 송모(19)군을 절도 혐의로 입건한 것.

    채팅시 공공연히 상대를 협박하거나 협박성 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지난 해 5월에는 장난삼아 국방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협박성 글을 띄운 대학생 이모(22)군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군은 학교 실습실에서 인터넷 검색 수업을 받다 국방부 홈페이지에 접속했고, 초기메뉴에 ‘장관과의 대화’ 방이 있는 것을 보고 ‘설마 장관이 직접 보겠는가’ 생각해 “어린이날 에버랜드를 폭파하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덜미가 잡혔다.

    성폭력을 비롯한 사이버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 다음은 현직 경찰관이 개설한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진 “사이버폭력에 대해 여쭙니다”라는 글이다.

    “제가 근무하는 학과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데 어떤 분이 게시판에 개인적인 비방이나 비아냥의 글을 게시하고 있는데, 폭력범죄에 해당하는지요. 동료들을 박쥐나 거지, 머슴이나 돈벌레 등의 표현을 써서 비하하고, 없는 사실을 지어내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 사람의 인터넷 폭력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이 홈페이지에는 이외에도 “음란 사이트에 제 얼굴이 나와요” “사이버상에서 심한 욕설을 들었을 경우” “컴퓨터 유령회사 사기” “제 주민등록번호가 사용되고 있어요” “ID를 도용 당해 유료정보 이용료가 엄청 나왔어요” “돈만 받고 사이트 주인이 잠적했어요” 등의 사이버범죄 관련 하소연이 6월10일 현재 181건이나 올라 있다.

    한편 성적인 메시지 전달, 성적 대화 요청, 성적인 문제와 관련해 개인신상에 관한 정보 게시 등의 방식을 통해 상대방을 괴롭히는 사이버 성폭력 행위는 게시판, 이메일, 대화방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이버 성폭력 방지’ 세미나에서 서울대 이순형 교수가 발표한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의식과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티즌 2168명 중 1278명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대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 유형으로는 채팅을 이용한 것이 가장 많았고, 이메일과 게시판이 그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또 사이버 성폭력은 남성보다 여성과 청소년에게 더 강한 모욕과 위협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개설한 사이버 성폭력피해신고센터(www.gender.or.kr)에는 사이트가 개설된 지 한 달 보름만에 79건의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직장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대화방에 저에 대한 얼토당토 않은 비방의 글이 올랐습니다. 경고의 글을 올렸지만 수차례 이런 일이 벌어져 직장생활이 힘들 정도입니다. 제발 도와 주세요”라는 여성 직장인의 호소가 눈에 띈다. 사이버 성폭력 피해와 관련한 대처방법 중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불쾌한 메시지나 채팅 내용 등을 복사해 두어야만 기소를 위한 증거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사이버범죄 특별법’ 준비중

    법학박사이자 한국정보보호센터 선임연구원 박영우씨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개 실제로 힘을 사용해 상대방을 때려야만 폭력 또는 폭행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는 언어폭력이나 성폭력 역시 폭력 또는 폭행의 범주에 든다. 따라서 사이버상에서 상대가 모욕을 느낄 만큼 폭력 또는 폭행을 행사했다면 이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이나 성폭력방지법, 성폭력범죄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의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외에 불법으로 복제한 음란물이 사이버상을 통해 판매되는가 하면, 다운로드 받은 음란물을 유포하는 경우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또 인터넷 콘텐츠를 무단 복제해 사용한 직장인이 입건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사이버포주와 사이버도박 영업을 벌인 업주가 구속된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사이버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최근 관련기관의 단속이 강화되는 추세다.

    경찰청은 지난 5월말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며 사이버경찰청 및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별도로 신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찰 역시 단속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컴퓨터수사부 관계자는 “검찰 전체가 저작권 침해,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사이버상의 권리보호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판결 동향을 보더라도 실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사이버 범죄를 더 강력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기본적으로 사이버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지 않으면 언제 피의자가 될지 알 수 없다”는 말로 최근의 검찰 분위기를 전한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성폭력과 도박, 사기 등 사이버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올해 안에 가칭 ‘사이버범죄 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해킹으로 인한 비밀번호 유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도용해 서비스에 가입했거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제 3자에게 넘기는 사례 등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상의 개인정보 보호관련 규정에 위반되는 것으로 이에 대한 형사처벌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증권범죄 신고사이트(www.cyber cop.or.kr)를 개설한 금융감독원은 인터넷 특성을 이용한 주가조작이 빈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증권범죄 적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호재임을 내세워 특정 종목 매수를 부추기거나 여러 명이 동시에 매수를 권유하는 행위 등도 감시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외에 내부자거래 행위, 허위사실 유포 등을 적발해 혐의가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한때 ‘정보의 바다’로 촉망받던 통신 인터넷 공간이 마치 범죄소굴인 양 취급받는 것에 대해 대다수 양식있는 네티즌들은 분개하고 있다. 한 30대 네티즌은 “권리와 의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비록 가상공간이지만 스스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려는 양심과 질서의식이 필요하다. 횡행하는 사이버범죄로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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