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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인제 지지는 변치 않는 나의 소신”

이인제 후원회장 파문의 주인공 박찬석 경북대 총장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des@donga.com

“이인제 지지는 변치 않는 나의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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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대구가 떠들썩했다. 경북대 박찬석 총장이 민주당 이인제 후원회 회장을 맡았다는 소식에 이 지역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반대여론에 밀려 박총장은 후원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 후 만난 박총장은 “그래도 지구는 둥글다”는 갈릴레이의 ‘명언’으로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지난 4월2일, 대구시내 경북대 교정은 개나리와 벚꽃의 화려한 빛깔로 넘쳐났다. 그러나 한 달 전 꽃봉오리가 고개를 내밀던 3월 초, 이 대학에서는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경북대 박찬석 총장이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의 후원회장을 맡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지역 여론이 들끓었던 것. ‘경북대를 대표하는 어른이 특정 정치인의 후원회장을 맡는 것은 옳지 않다’는 학생과 동문들의 비판이 경북대 인터넷 게시판을 점령했다. 지역언론도 거들었다. ‘차기 교육부장관이나 국회의원을 노린 정치적 선택’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나라당도 비판 대열에 동참하고 나섰다. 마침내 경북대 교수회 의장과 단과대 교수회 의장들이 나서서 박총장에게 ‘후원회장 수락을 철회하라’고 요청했다.

지난 3월16일 박총장은 마침내 후원회장직 수락을 철회했다. 당초 박총장은 “개인적으로 좋아서 한 일”이라며 이최고위원 지지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끝내 지역여론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말았다. 떠밀리듯 후원회장직에서 물러난 박총장, 하고픈 말이 적지 않을 듯했다.

경북대 총장실에서 만난 박총장에게 먼저 대학문화의 변화에 대해 물어보았다. 인터넷이 전면에 등장한 이후 달라진 대학문화가 궁금했는데, 박총장이 인터넷 여론에 밀려 뜻을 꺾은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94년 총장에 취임한 뒤 후 연임하고 계신데요. 그 동안 대학문화는 어떻게 변했나요.

“학생운동이 극렬했을 때는, 학생들뿐 아니라 교수들도 학생운동 핑계를 댔습니다. 과거에는 연구와 강의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을 학생운동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행정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데올로기 운동이던 학생운동이 퇴조하면서 학생도 관심을 학교 내부로 돌리고 있습니다. 대학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대학경영도 투명해지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학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우리나라 대학도 세계 표준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유학이다, 편입학이다 해서 대학 사이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현실도 표준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문제 커질 줄 예상 못해”

―총장님은 교수회의 의장 출신이어서 평소 교수회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최근 ‘이인제 후원회장 파문’처럼 교수회가 정치적 선택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나는 오히려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해도 교수들은 ‘총장이 후원회장을 맡으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죠. 교수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발을 뺄 수도 있죠. 지금 우리는 국립대학연합 같은 조직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교수협의회를 설득하고 같이하려 합니다. 이렇게 무슨 일이든 교수협의회가 의논하고 같이하면, 굳이 책임을 면하려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가 총장 한 사람의 책임은 아니잖으냐 하는 겁니다.”

―경남 산청 출신으로 경북대를 나와 이곳에서 교편을 잡은 분인만큼, 이인제 후원회장을 맡을 경우 논쟁이 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감지하셨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사람들은 후원회를 잘 모릅니다. 나 역시 후원회가 뭐하는 조직인지 몰라 주위에 물었어요. 후원회 당일 가서 얘기나 하고, 뭐 그런 거라고 해요. 총장이 돈을 낼 일이 있어요?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맡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될 줄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오히려 후원회장은 동창회나 이런 조직과 달리 연고가 없는 사람을 해주는 게 괜찮지 않겠나 생각했어요.”

―그러나 인터넷에 올라온 총장님의 결정을 비판한 글들을 보면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지역정서라는 현실의 벽이 상당히 두텁더군요.

“어쨌든 나도 대구 사람입니다. 우리 애들도 대구에서 공부시켰습니다. 서울의 상위급 대학에 갈 만한 실력을 갖췄지만 나를 원망한 자식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역사랑에 관한 한 나만한 사람 없다고 자부합니다.”

―2002년 총장 임기가 끝난 뒤 교육부장관 입각 등 정치 행보를 노린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임기가 끝나도 대학에 남고 싶어요. 내가 총장을 하는 동안 11번이나 교육부장관이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단명하는 장관에 무슨 매력을 느끼겠습니까? 이런 장관에게 존경심이 생기겠습니까? 그런 자리에 연연해 지금부터 움직인다는 얘긴데, 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깁니다.”

이인제의 삼고초려

―그래도 왜 이인제인가 하는 부분은 여전히 궁금합니다. 이최고위원에게서 어떤 장점과 비전을 발견하셨습니까?

“우선 여러 번 나를 찾아오는 등 정성을 쏟더라구요. 젊은 사람이 상대방 얘기를 잘 듣더군요. 지방의 발전, 지방대학의 발전에 관해 내가 주장하는 이론들이 있는데 그 이야기에 동감한다더군요. 또 21세기 지도자라면 유연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생각도 했고, 아무튼 그 양반의 정당 배경이나 그런 것은 보지 않았고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후원회장을 맡기로 했던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여러 번 찾아와 자신의 생각을 설명한 점이지요. 지방에 있는 내가 정치인 누구를 알겠습니까? 와서 얘기를 하니까 알게 된 거죠.”

―평소 한나라당 강재섭 부총재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강 부총재도 총장님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개인적 견해보다 당의 입장 때문이었겠지요. 사실 언론만 조용했으면 무슨 일이 있었겠어요. 아무튼 일이 생기고 나니 개인의 생각보다는 당의 입장에 따라 그러셨겠죠. 개인적으로는 강부총재를 좋아해요.”

―그 후 강부총재와 따로 만나셨습니까?

“만난 적은 없는데, 대학과 관련해 부탁할 일이 있으면 또 강부총재를 찾아갈거예요.(웃음)”

―이회창 총재도 자주 만난 것으로 아는데, 왜 이 총재는 ‘후원 대상’이 아니었습니까?

“이총재에게는 내가 필요없지요. (후원회장 제의를) 받아본 적도 없지만 그렇지 않겠어요? 지식이 항상 예측한 대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비판적 정신이 있는 것 아닙니까? 나는 내 소신대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이총재를 존경하고, 강재섭 부총재도 좋아하지만 내 생각에 따라 선택한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박 총장은 돌연 이최고위원을 선택한 이유를 다시 한 번 힘주어 강조했다.

“내가 안 물었겠습니까. 내가 바봅니까? 이최고위원이 여러 번 찾아와 정치적 소견을 밝히고 지역문제를 얘기하는데 (서로)뜻이 맞더란 말입니다. 지난번 경선에 불복한 사정 얘기를 하는데 들어보니 설득력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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