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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프레시움과 세계의 신문박물관

  • 정진석 < 한국외국어대 교수· 언론학 >

동아일보 프레시움과 세계의 신문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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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5월1일 배설이 36살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을 때에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슬피 울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이 전국에서 답지했다. 박은식, 양기탁, 박용규를 비롯, 각계 각층, 지방의 이름없는 사람들도 그의 죽음을 아쉬워했다. 그런 마음을 담은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정성스럽게 배접(褙接)한 만사집을 배설의 아내가 영국으로 가져갔고, 영국에 유학중이던 내가 찾아내 유족으로부터 양도받아 한국으로 가져왔던 것이다.

1930년대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문자보급운동 교재는 20여 년 전에 고서점에서 구입했던 것인데 1999년에 LG상남언론재단에서 영인본을 만들어 발행했다.

발행되는 시점에는 세상에서 가장 흔한 물건이 신문이다. 큰 사건이 일어나면 길거리에는 호외가 낙엽처럼 흩날리고 누구나 집어서 읽지만 곧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보면 신문은 더없이 소중한 역사의 타임캡슐이 된다. 선악이 공존하는 사건의 현장에 가장 근접했던 증인이면서 흘러간 시대의 흐름을 비춰주는 역사의 실록이 되고, 서민의 애환이 담긴 귀중한 보물로 승격한다.

한 세기를 넘기는 동안 이 땅에는 수많은 신문이 시대의 변천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다. 당대의 여론을 좌우하고 역사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위력을 지녔던 신문이 이름만 남기고 사라진 경우도 있다. 크게 떨치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신문도 있다. 이 소중한 유산들이 일제치하와 광복 후 전쟁의 참화를 겪으면서 많이 유실되었다. 도서관에서도 50년대 이전의 신문은 희귀본, 또는 귀중 장서로 분류되어 열람이 어렵다. 열람자의 손이 닿거나 복사 과정에 지면이 마모되고 손상되기 때문이다.

요코하마의 뉴스파크



이 귀한 신문들을 모아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일반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신문박물관이다. 국내에도 출판박물관, 잡지박물관은 있지만 언론의 주역인 신문박물관은 뒤늦게 마련되었다. 신문박물관은 언론의 역사만 아니라 현대사의 축도(縮圖)가 되어야 한다. 역사학자, 언론전공자, 그리고 우리의 정치, 경제 문학과 문화, 사회의 지난 일들을 알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역사의 진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한말과 일제의 식민지 치하 엄혹한 검열로 압수당한 지면은 역사의 살아있는 교재가 될 것이다.

일본의 신문박물관 뉴스파크(News Park)는 동아일보의 프레시움보다 2개월 먼저인 2000년 10월13일 요코하마(橫濱)에서 문을 열었다. 요코하마는 도쿄와 가깝기도 하지만, 일본 신문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일본에도 우리나라의 ‘조보(朝報)’에 해당하는 전근대적 뉴스 전달매체가 있었다. ‘가와라반(瓦板)’으로 불리는 것으로, 에도(江戶)시대에 뉴스성 있는 내용을 목판이나 흙으로 만든 토판(土版)으로 인쇄한 것이다. 이 소식지는 길거리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팔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요미우리(讀賣)’로 통칭하였는데, ‘가와라반’으로 불린 것은 에도(江戶)시대 말기부터였다. 만드는 방법은 기와(가와라)를 만드는 점토를 편평하게 굳혀서 가볍게 구워 판목으로 이용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서양식 근대신문의 발상지는 요코하마였다. ‘내외신문(內外新聞)’(1865)은 미국 국적을 가진 일본인 조셉 헤코(Joseph Heco)가 일본인들의 협력을 얻어 요코하마에서 발행한 것으로, 외국 신문 번역이 주된 내용이었다. 1867년 요코하마에서 ‘만국신문(萬國新聞)’을 창간한 사람은 영국인 베일리(Buckworth M.Baily)였다. 일본 최초의 일간지 ‘요코하마매일신문(橫濱每日新聞)’이 창간된 것은 1871년 1월28일(음력으로는 그 한 해 전인 메이지 3년 12월8일)로, 일본 언론 역사상 최초의 일간지인 이 신문이 발행된 장소에는 ‘신문 발상지 기념비’가 서 있다.

신문박물관은 가나가와 현청 바로 옆에 있는 요코하마 정보문화센터 건물 5층을 차지하고 있다. 지하철에서는 걸어서 10분, 버스는 ‘현청 앞’ 정류장에서 1분 거리다. 박물관은 일본신문협회가 1987년부터 설립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것은 1997년으로 요코하마시의 협조로 확보한 부지에서 기공식을 가졌고 이듬해에는 박물관을 관리할 일본신문교육문화재단을 발족시켜 자료수집과 개설작업을 시작했다. 개관 특별기획으로는 ‘20세기의 호외’ 전시회를 가졌다.

신문의 과거와 현재 담담하게 정리

박물관은 연면적이 1600여 평에 달한다. 1층 현관에는 대형 윤전기가 2층과 3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볼 수 있도록 세워져 있다. 2층에 있는 ‘뉴스파크 시어터’에는 ‘알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온 언론의 역사를 기록한 15분짜리 영화를 상영한다. 박물관은 크게 ‘역사 존(zone)’과 ‘현대 존’으로 나뉘어 있다. 3층의 ‘역사 존’은 신문 발생기부터 다매체 시대에 이르기까지 신문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6개 시대로 나눠 보여준다.

신문의 발생기(1850∼1900)

근대신문의 성립기(1901∼1930)

전시 통제기(1931∼1945)

신문의 고도 성장기(1961∼1979)

다(多)미디어 시대의 신문(1980∼2000)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창간호(조선일보는 창간 기념호)도 복사된 지면이 전시되어 있다. 1936년 8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그려진 일장기를 말소한 동아일보 지면, 1940년 8월의 조선일보 폐간호, ‘한겨레신문’ 창간호도 복사본으로 전시돼 있다.

4층의 ‘신문 라이브러리’는 일본신문협회에 가맹한 150여 개 일간신문의 창간호의 지면을 마이크로 필름, CD롬 등으로 보존하고 있으며 저널리즘과 매스미디어에 관한 서적, 각 신문사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데이터를 단말기를 이용하여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든 신문 전문도서관이다. 5층 ‘현대 존’의 취재부문은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사진부, 항공부, 과학부, 운동부, 학예부, 문화부, 지방부, 외신부로 나누어 기사를 어떻게 취재하여 신문을 제작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편집 시어터(theater), 통신사, 전자편집, 광고, 제작, 발송, 판매, 사업활동(문화, 스포츠, 교육, 복지사업) 등으로 구분하여 신문 운영과 관련한 여러 과정을 재현하고 있다.

일본은 신문 발행 부수 세계 1위(1999년 현재 일간지 발행부수 7222만부), 인구 1000명당 보급률 제2위(1위 노르웨이)의 신문 대국이다. 군국주의 시대에는 신문이 침략 전쟁을 부추기고, 국민여론을 오도하는 잘못을 저질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도쿠토미 소호(德富蘇峰)와 같은 대언론인들의 유품 또는 사진을 전시하여 신문의 과거와 현재를 담담하게 긍정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스모 경기장 바로 근처에 있는 ‘에도-도쿄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도쿄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그러나 1873년에 준공되었던 ‘조야신문(朝野新聞)’의 사옥이 재현되어 있고, 에도 시대의 출판문화와 서적의 유통에 관련한 전시공간이 꽤 넓은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의 신문박물관 외에도 독일, 벨기에, 덴마크 등 유럽과, 미국, 터키와 같은 나라에도 신문박물관은 있다. 가장 규모가 크고 첨단시설을 갖춘 박물관은 미국의 뉴지엄(Newseum)이다. 비영리재단인 ‘프리덤 하우스’가 설립한 박물관으로,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국제자유언론단체인 프리덤 포럼이 5000만 달러를 들여 1997년 4월에 만들었으며 ▲상호작용 뉴스룸 ▲투데이 뉴스 ▲방송 스튜디오 ▲뉴스역사전시관 ▲언론인 ▲자유공원 등 6개 주제관으로 구성돼 있다.

7200평방피트의 넓이에 신문, 방송매체와 뉴미디어를 포함하는 ‘뉴스 박물관’의 성격을 띠고 있다. ‘뉴스 역사 갤러리’에는 구두(口頭)로 뉴스를 전파하던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뉴스의 역사를 보여준다. 특히 126피트에 달하는 거대한 비디오 뉴스 벽 아래쪽에는 50여 개국에서 보내온 그날 1면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등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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