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문화산책

동아일보 프레시움과 세계의 신문박물관

  • 정진석 < 한국외국어대 교수· 언론학 >

동아일보 프레시움과 세계의 신문박물관

3/3
영국에는 신문박물관이 없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문을 소장한 신문도서관(Newspaper Library)과 1998년에 신축 개관한 대영도서관은 박물관의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신문도서관은 런던의 중심가에서 벗어나 북쪽에 위치한 콜린데일(Colindale)에 있다. 이 도서관은 1801년부터 현재까지 200년간 런던에서 발간된 모든 일간지와 주간 신문, 그리고 지방지를 포함하여 세계 각 나라의 주요 언어로 발행된 신문이 보관되어 있다. 1999년 3월 현재 제본된 신문이 65만 권이 넘고 일간지와 주간지 또는 잡지를 마이크로 필름으로 촬영한 분량이 32만 릴(reel)에 달한다. 그 후에도 계속 분량이 늘어나고 있다.

소장품 가운데는 19세기 후반에 일본에서 발행된 영자신문도 있다. 대표적인 영 일간지 ‘고베 크로니클’(1900년부터는 ‘재팬 크로니클’로 개제)은 1900년 3월부터 1938년까지의 지면이 무려 60개의 릴로 필름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코리안 리퍼블릭’(현 ‘코리아헤럴드’)과 북한의 ‘평양 타임스’도 마이크로 필름으로 일부 보관되어있으며, 일본의 ‘재팬메일’, ‘아사히이브닝 뉴스’, ‘오사카 마이니치’도 마이크로 필름으로 볼 수 있다.

대영도서관은 멀리 1753년에 제정된 영국 박물관법을 근거로 하여 개관한 대영박물관의 일부였다. 그러나 100년 뒤인 1857년 직제상 도서관과 박물관이 분리되어 독립된 두개의 기구가 되었는데, 두 기구는 1997년 11월24일까지는 같은 건물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대영도서관은 1998년에 역사적인 장소였던 대영박물관 건물을 떠나 지하철로 한정거장 떨어진 세인트 팬크라스(St. Pancras)역 근처로 이전했다. 새로 지은 도서관은 20세기에 건축된 영국의 공공건물 가운데는 규모가 가장 크다. 건립이 추진된 것은 1962년인데, 1976년에 건물 부지를 매입하고 그 2년 뒤에 세부 계획이 확정되었다. 건축가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건축학과 과장이었던 존 윌슨 교수다. 1984년에 착공하여 일반에게 완전 개방된 것은 1998년이었으니, 공사 기간만 15년, 계획부터 완공까지는 약 30년이 소요돼 그 건립 과정을 ‘30년 전쟁’으로 부르기도 한다. 건축 기간과 규모에서 런던의 명소인 세인트 폴 성당(건축에 36년이 소요되었다)과 비교할 만한 기념비적인 건물이다. 그러나 겉모습은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결코 웅장하거나 대단히 큰 건물로 여겨지지 않는다. 건물 안에 들어가 전시된 건물의 모형도를 보고 전시실을 둘러보고야 비로소 이 건물의 규모에 놀라게 된다.

넓은 도서관 마당의 입구 쪽에는 12피트(3.65m) 높이의 우람한 뉴턴(Isaac Newton)의 동상이 눈길을 끈다. 구부린 자세로 삼각 컴퍼스를 가지고 지구의 넓이를 재는 뉴턴의 모습은 이 도서관이 인류가 진리를 탐구하고 이를 후세에 전수하는 지식의 보고이며 문화의 전당이라는 자부심을 나타낸 것이다. 7층 건물 가운데 4층은 지하에 있는 서고(書庫)인데 340km에 달하는 서가 가운데 240km가 이동식으로 되어 있어서 공간의 활용이 매우 효율적이다.



조선조 금속활자 책도 전시

가장 인상적인 곳은 도서관 건물 안에 있는 전시실이다. 3층으로 된 전시공간에는 세계적인 희귀 도서를 비롯하여 지도, 음반 등에 이르는 역사적 유품들이 체계적이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잘 전시돼 있다. 그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은 세종대왕 때에 갑인자(甲寅字)로 인쇄한 ‘춘추경전집해(春秋經傳集解)’(1434년; 세종 16년 인쇄)라는 한국의 책 한 권인데, 한국은 인쇄술에 있어서는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앞서 처음으로 금속활자를 개발하고 완성시킨 나라임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서양 인쇄술의 원조가 된 구텐베르크가 42행으로 조판한 성경을 인쇄한 해가 1455년. ‘춘추경전집해’는 그보다 20년이 앞서 인쇄된 금속활자본이다.

‘대영도서관의 보물들(Treasures of the British Library)’(1996, 163쪽)에는 이 도서관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부터 한국의 그림과 서적들을 수집했다고 쓰여 있다. 구한말 외교관으로 한국에 왔던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서지(書誌)학자인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이 1894년에 ‘한국서지’를 발행할 때에 이미 대영도서관이 소장한 한국의 책들을 조사한 것으로 보아 대영도서관은 19세기부터 적지 않은 한국의 책을 소장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근대 신문의 역사는 1883년 10월31일에 창간된 ‘한성순보’에서 시작되었다. 1896년 4월7일에는 서재필 선생이 ‘독립신문’을 창간하여 민간신문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어서 ‘황성신문’, ‘제국신문’, ‘대한매일신보’, ‘만세보’와 같은 한말의 민족지들이 창간되고 남궁억, 이종일, 장지연, 양기탁, 박은식, 신채호 같은 우국적인 언론인들이 필봉을 들고 기우는 국운을 바로잡으려 노력하였다.

일제치하에서는 직업적인 언론인들과 함께 다수의 독립운동가, 정치인, 문인들이 신문을 통해 자신의 뜻을 펴고자 하였다. 신문박물관은 개화와 자주 독립을 위해 투쟁하면서 역사를 기록해 온 언론인들과 만나는 장소, 신문이 기록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신동아 2001년 6월호

3/3
정진석 < 한국외국어대 교수· 언론학 >
목록 닫기

동아일보 프레시움과 세계의 신문박물관

댓글 창 닫기

2021/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