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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21세기 한국을 위한 교육 · 복지 · 기업문화 개혁론

소화불량 걸린 복지부를 확대개편하라

<복지정책>

  •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정책)

소화불량 걸린 복지부를 확대개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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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는 이익집단을 설득하고 통제하는 행정부의 무능력이다. 90년대 들어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성숙하고 시민·노동사회의 영향력이 급성장하면서 국가는 관련 이익집단의 저항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직면했다. 이익집단의 활성화는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나 문제는 국가가 새롭게 변화된 상황에서 이익집단을 효과적으로 설득, 통제하는 소위 ‘조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며 이 점이 최근에 사회복지분야의 개혁정책을 휘청거리게 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의보통합에 대한 한국노총, 직장의보 등 일부 노동계, 의약분업을 반대하는 일부 의료인 집단은 공개적으로 개혁정책에 저항했다. 이익집단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것과 비합리적 것을 구분하여 합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가 퇴로를 열어주어야 하며 비합리적이며 개혁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요구는 공익 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집권당과 행정부는 힘있는 이익집단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새로운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결정시스템, 그리고 새로운 행정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기존 사회복지개혁 정책들은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은 격이 되어버렸다. 특히 정권 초창기 중앙부처 개혁이 이루어질 때 복지부와 노동부의 혁신적 재편 그리고 이와 관련된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노동행정의 정비가 이루어졌다면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첫째, 당과 행정부의 관계를 좀더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역대 정권 그리고 현정권도 마찬가지지만 지금과 같은 당정협의는 사실상 사후약방문격의 행정 협의체에 지나지 않는다. 당 인사가 큰소리 몇 번 치고 끝내는 당정협의는 문제만 꼬이게 할 뿐이다. 당정협의를 실무적인 차원으로 확대하고 정례화하는 구조, 정책위의장 개인의 특성에 따라 정책이 좌지우지되지 않은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는 사회복지정책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집행,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실 사회복지정책은 거의 대부분의 사안이 복지부 외에도 행정자치부, 국세청 등 정부 부처 전반의 업무와 연결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얼마 전 구성된 사회장관협의체 같은 시도는 평가할 만하나 그 기능과 내용이 실질적으로 채워져야 한다. 형식적으로 몇 가지 사안을 놓고 복지부가 준비한 안을 추인해 주는 협의체, 혹은 있으나 마나 한 총리실의 정책조정 기능으로는 복지정책을 성공적으로 연착륙시킬 수 없다.



셋째로 복지부의 조직을 획기적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 지금의 복지부 골격은 복지예산이 1조~2조원에 불과할 때 짜인 구시대의 조직이다. 복지부는 연금, 의료보험만 해도 70조원을 다루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예산을 다룰 수밖에 없다. 일이 하나 터지만 인력이 모자라 여기 저기 직원을 ‘대부’해주고 인력을 빌려준 과는 몇 달 동안 일을 하지 못하는 시스템으로는 결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없다. 21세기의 복지수요를 예측하여 늘릴 곳와 줄일 곳을 엄격히 구분하는 방향으로 복지부를 개편해야 한다. 좀더 근원적으로 복지부와 노동부의 행정기능을 재정비하는 방안, 그리고 복지부 산하의 공단의 기능도 재편하는 방안을 차제에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복지행정과 노동행정에 있어서 지방조직 개편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지방단위로 내려가면 정책이 먹히지 않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보건, 노동행정 능력을 제고시키는 혁신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해질 복지, 보건, 노동행정을 통합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행정조직개편이 시급하며 인력도 충원되어야 한다. 공무원 축소가 결코 능사가 아니다. 늘릴 곳과 줄일 곳을 합리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모든 부처와 공무원을 기준도 없이 일괄적으로 줄이는 식의 행정개편으로는 21세기 사회복지 시대에 대비할 수 없다.



신동아 200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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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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