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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21세기 한국을 위한 교육 · 복지 · 기업문화 개혁론

기업 대변신의 철학은 ‘인간 경영’

<기업경영>

  • 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

기업 대변신의 철학은 ‘인간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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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밴 앤드 제리’라는 아이스크림 회사는 개업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는데 그 비결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제조과정에 원료를 재활용하지 않는 하청회사와는 단호히 거래를 끊는 방식으로 ‘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지역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소비자와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얻은 것은 물론이요, 이를 바탕으로 짧은 기간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또 의류 회사인 레비 스트로스나 에스프리 등도 ‘가치 경영’이라는 구호 아래 직원들에게 좋은 근로조건과 높은 임금을 보장했고 공익 사업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모범 경영을 실천했다.

반면 우리 나라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은 1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금융권에서 불법으로 대출받았고 25조원을 해외에서 비밀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IMF 관리 체제하에 진행된 재벌 기업의 투명성 제고라는 개혁 구호가 공허한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10여 년 전인 1989년에 그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에서 “젊은 세대들은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그의 달콤한 ‘공동체의식’은 진흙탕 속에 내팽개쳐졌다.

물론 이러한 비교는 지극히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 모든 외국 기업이 일관성 있게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다고 보기도 어렵거니와 또 대우그룹 등 한국의 재벌이라고 사회적 책임을 전혀 실천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대우만 잘못을 저지른 기업이라 하기도 어렵다. 한국 기업의 일반적 현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낼 뿐이다. 그러나 이런 조그만 사례 속에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동일한 자본주의 기업이라 할지라도 기업의 경영 철학이 어떠한가에 따라 경영의 결과도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철학 있는 경영’은 어떻게 가능할까? 첫째는 아무래도 최고경영자나 이사진의 윤리의식이나 경영 이념이 중요하다.

경영인의 진정한 윤리는 올바른 사회인식과 역사인식에서 나온다. 오늘날 세계의 기업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과 더불어 너나 할 것 없이 대량 실업, 노동 소외,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그리하여 ‘20 대 80 사회’라는 빈부 격차 확대, 노동권 억압, 민주주의 파괴, 삶의 질 저하 등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현시대 경영인의 올바른 윤리의식은 이런 현실에 대한 책임감과 그 개선의 절박함을 느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둘째는 그 기업의 모든 직원들, 또 노조나 다른 사회 단체들이 힘을 모아 기업들이 ‘철학 있는 경영’을 하게 밀어붙이는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치열한 세계 경쟁의 물결에서 각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노동권 억압과 근로조건 저하, 고용 불안, 생태계 훼손을 자행한다. 또 ‘철학 있는 경영’을 하게 된다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져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그럴 듯한 변명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멈추어 보자. 우리가 날마다 밤늦게까지 땀 흘리며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인간답게 잘 살아보자고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경쟁력과 생산성이라는 절대명령 앞에 사로잡혀 노동의 비인간화, 삶의 피폐화를 평생 참고만 지낼 것인가? 일하면서도 우리 모두는 속으로 ‘이게 아닌데…’ 하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느낌을 더 이상 감추어서는 안 된다. 동료와 더불어 그러한 느낌을 공유하고 힘차게 뭉쳐야 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경영,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경영, 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경영을 사회적으로 함께 만들어야 한다. 요컨대 경영자의 올바른 기업관과 인간관에 기초한 ‘철학 있는 경영’, 그리고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풀뿌리들의 깨어 있는 의식과 단결된 힘, 이것이야말로 21세기 한국 기업 대변신의 토대다.



신동아 200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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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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