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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3인 연쇄인터뷰|한광옥 민주당 대표

“누가 후보돼도 이회창 이길 수 있다”

  • 안기석 <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 daum@donga.com

“누가 후보돼도 이회창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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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일각에서는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한 것을 두고 ‘한대표가 그동안 최고위원들로 인해 당을 운영하는 데 굉장히 힘들었기 때문에 대통령과 잘 얘기해서 총사퇴로 몰아간 측면이 있다’는 식의 얘기도 있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 최고위원들이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사람들인데 한광옥의 말에 끌려다니겠어요? 당무회의에서 최고위원을 성토하는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그 와중에 어떤 최고위원이 사퇴하겠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모두 사표 쓰라고 했어요. 그러다가 당무회의가 끝났습니다. 그 상태에서 당 대표로서 의견조율도 없이 어떻게 청와대에 들어갑니까? 그래서 제가 조찬간담회를 열었던 겁니다. 그때 나는 최고위원들에게 사퇴보다는 유보 쪽으로 많이 얘기했어요. 내가 사퇴할 테니 최고위원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한 거지요. 그랬더니 어떤 분이 ‘왜 대표 혼자서 그만두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전원이 그만두는 쪽으로 간 거예요. 그 뒤에도 나는 ‘사의를 표하는’ 정도로 표현을 완화시켰다고요. 솔직히 말해서 당직자들은 안됐잖아요. 30여일 일하고 선거를 치렀으니까. 나는 만일 책임을 진다면 나하고 당4역 정도만 생각했어요.”

-한대표는 최고위원 전원 사퇴와 대통령의 당 총재직 사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얘기입니까.

“못했지…. 생각을 안했다고요”

-당 대표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서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는 사표를 내려고 했다니까. 다른 최고위원까지는 생각을 못했던 거지….”

-당시 출입기자들은 ‘한대표가 그동안 최고위원들 때문에 마음 고생이 컸는데, 속이 시원한 표정이다’고도 하던데요.

“그건 자기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내가 고통받으니까 심리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모양인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예요.”

-결과적으로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니까 좀 편하지 않으세요?

“하하하. 특별대책위원회 구성문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사람이 반대해 당무회의까지 가져왔어요. 나는 여러 의견을 물어서 문제를 풀지 힘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고통스럽지만 그것을 이겨나가는 것이 민주정당의 모습이라고 봐요.”

-최고위원들이 사퇴하고 ‘쇄신위원회’를 만들려는 정도의 복안은 있지 않았나요?

“최고위원회의는 그대로 두고, 거기서는 얘기가 잘 안되니까 별도의 기구를 만들자는 구상이었죠.”

-청와대에는 이미 복안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아니야. 내가 알기로는 대통령께서 브루나이에서 당내 문제를 보고받으면서 그곳 회의에 신경을 못 썼대요. 이러다가는 외교문제도 잘 안되겠고 하니까 결단을 내리신 거죠.”

-대통령이 깊이 숙고한 게 아니고 최근 상황 때문에 결단을 내렸다면, 성급했던 것 아닙니까. 당 총재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무책임이 아니라, 확실하게 책임을 지겠다는 거지. 국제문제, 민생문제, 경제문제, 남북문제를 잘 풀어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의지라고 봐요. 단 당 문제는 자생적으로 풀어가도록 맡기겠다는 거죠.”

“당대표가 알아서 하시오”

-국민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경제와 민생에 전념하겠다니까 좋을 수도 있지만, 당에 있는 사람들은 당 총재로부터 버림 받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지금 민주당에는 ‘우리 스스로 설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잖아요. 대통령께서 탈당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당을 버린 것도 아니고요. 대통령은 당의 자생을 위해 그렇게 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사퇴를 번복해달라고 건의한 것은 예의상 그런 겁니까.

“대통령이 총재에서 물러난 것은 비통한 일이잖아요. 총재가 당을 떠났는데 우리가 뭐 그리 좋겠어요? 슬픔을 딛고 재기하자는 얘기지.”

한대표는 앞으로 특별대책위원회가 당발전과 쇄신안을 가져오면 당무회의에 상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록 ‘평당원’이라도 김대중 대통령의 위상과 의중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당대회 개최시기 문제와 관련해서 한대표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대통령에게는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정권 재창출에 더 역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개인의 생각은 있어요. 그런데 지금 특별대책위원회에서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처럼 민감한 문제를 대표가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요.”

-비서실장을 지낸 한대표는 만일 특위에서 만들어놓은 의견이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누가 된다든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을 중간에서 코디네이트 해야 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까.

“나는 특위에서 안이 나오고 당무회의에 상정돼 결정되면, 그걸 집행하면 되는 겁니다.”

-대통령의 뜻이 어디 있느냐에 연연해하지는 않습니까.

“특위 문제로 정책기획수석을 통해 대통령께 보고를 하려 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전화를 드렸는데, 대통령께서 ‘당내 문제는 대표가 알아서 하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당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따르는 게 당연하죠.”

-당 대표로서 권한이 주어진만큼 책임도 무겁겠습니다.

“아주 무겁더라고요. 보통 머리가 아픈 게 아닙니다. 대통령께서 믿으시니까 그런 말씀을 하셨을 텐데, 그렇다고 일일이 상의드릴 수도 없고….”

여야 당정협의체 제안

-여야 당정협의체를 제안했는데 여당의 대표로서 앞으로 정국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 있습니까.

“나는 기본적으로 야당도 과거처럼 반대, 대립적 자세에서 국정에 협력하는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통령께서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당 총재직을 떠난 만큼, 야당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줘야 합니다. 경제, 외교, 민생문제 대해서는 우선 협조해주고, 여야관계는 새로운 패턴에 의해 서로 견제하고 협력해야죠.”

-경제·민생분야에서는 여야가 협조한다 하더라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들어서는데, 여야간에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겠죠?

“협력할 분야가 따로 있고, 정치적 라이벌로서 경쟁할 분야가 따로 있죠. 지금 가장 협조해야 할 분야는 경제문제와 남북문제입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문제에서는 야당이 정권을 바꾸려는 입장이고, 우리는 재창출을 원하니까 경쟁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대표가 대통령으로부터 총재권한 대행을 위임받은 것은 행복한 일일 수 있지만, 민주당의 지지도가 가장 떨어진 시기에 ‘볼품없는 여당’을 위임받은 것은 불행한 일이다. 지지도가 바닥에 떨어진 민주당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는 민심이반 때문이라고 보는데, 민주당이 민심을 잃은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밑바닥 서민들을 만나보니까 경제문제가 심각하더라고요. 물론 정부 정책의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고요. 정치권의 불신은 여야가 똑같은 거 같아요.”

“일반 서민은 인사문제 관심없어”

-인사문제가 민심이반을 가속화했다고 보지는 않으세요?

“신문에서는 인사문제가 많이 나오는데, 일반 서민들은 인사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중산층 이상이나 관심이 있어요. 나는 이 정권이 인사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봐요. 그런데 여론에서 꼬집어서 나오는 것을 보니까 문제가 될 만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선거를 보니까 여러가지 ‘비리게이트’가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사실처럼 알려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고 봅니다. 여러 의혹들이 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죠.”

-군사정권 때는 정보를 통제했기 때문에 유언비어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언로도 개방되고, 또 검증하려면 할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각종 비리의혹이 난무한다고 보십니까. 정부가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오늘 당 4역회의에서도 얘기했는데,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개혁정당입니다. 그래서 비리나 의혹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이 입장에 맞게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가야죠. 이제는 언로가 많이 터져서 군사정권 시대에 비하면 요순시대죠. 그런데 언로의 개방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르는 유언비어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아요. 증권가의 루머 같은 게 아주 성행하더라고요. 거기서는 아주 말을 만들던데요. 그건 정말 이해가 잘 안돼요. 언로가 개방됐으면 정론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아니란 말입니다.”

-옷로비 사건 때부터 시작해서 자꾸 의혹이 증폭되는 것은 대통령이 뭔가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고 뜸을 들인 데서 기인한 것 아닙니까.

“대통령은 아주 자상한 분이에요. 어떻게 보면 인본주의 철학이 강한 분입니다. 그러니까 사람 하나도 귀하게 생각하죠. 사람을 한번 쓰면 상당히 오랫동안 관찰해요. 밖에서 뭐라 해도 확증이 없으면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아요. 대통령이 물증도 없이 사람을 마구 자르고 그럴 수는 없잖아요. 이걸 두고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일장일단이 있다고 봐요.”

-김은성 국정원 차장 건은 예전과 달리 신속히 처리한 것인가요?

“오늘 처리했나요…?”

-국민의 정부 들어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정부 및 정치인과 언론사간에 각종 명예훼손과 관련된 소송이 많아진 것입니다. 정부기관에서도 단지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는 분위기입니다. 한 개인이면 몰라도 정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민심에는 좋지 않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일이 없어야죠. 정치인들이 언론에 피해를 당하니까 법에 호소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잖아요. 언론기관과 정치인 사이에는 서로 신뢰관계가 있어야 돼요. 서로 신중해야죠. 정치인 중에 언론과 싸우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한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계셨으니 여권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 현 정권은 언론과 전쟁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데 청와대가 그런 지침을 내려보낸 것 아닙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왜 언론하고 전쟁을 해요? 대통령께서는 언론의 자유는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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