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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게이트 의혹의 진실을 밝힌다”

타이거풀스 33세 '오너' 송재빈

  •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토토게이트 의혹의 진실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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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법안이 통과되자 송대표는 수탁 사업자 선정에 대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마케팅 리서치를 실시하고 삼보컴퓨터, 온라인 스포츠베팅업체인 이탈리아 스나이사 등과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2000년 6월에는 회사 이름을 한국타이거풀스(현 타이거풀스INT)로 바꿨다.

2000년 8월 수탁사업자 제안 요청 공고가 났다.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1대주주 지분이 전체의 50%를 넘을 것’, ‘자본금 규모가 400억원 이상일 것’ 등이었다. 당시 한국타이거풀스의 1대주주인 밸류라인벤처는 지분율이 16%에 불과했다. 다급해진 송대표는 한국타이거풀스가 52%의 지분을 갖는 새 법인을 만들었다. 이를 기점으로 기존의 한국타이거풀스는 타이거풀스INT라는 이름의 지주회사가 됐다. 초기에는 새 법인을 한국타이거풀스컨소시엄으로 불렀으나 지금은 한국타이거풀스(이하 한국풀스)라 칭하고 있다.

이름이 너무 자주 바뀐 데다 글자마저 비슷비슷해, 회사 관계자가 아니면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극히 어렵다. 짧은 기간 동안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얼마나 잦은 변신을 해왔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2000년 10월 수탁사업자 제안서 접수가 마감됐다. 한국풀스와 전자복권전문업체인 A사만이 제안서를 냈다. 강력한 후보였던 대우정보통신 컨소시엄은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한국풀스의 규모와 구성은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2000년 1월 기초자금자본금이 10억원에 불과했던 회사가, 유무상증자(유상 3회, 무상 1회)와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어느새 자본금 477억원의 ‘덩치’로 커져 있었다. 삼보컴퓨터, 조흥은행, LGEDS, 동국실업, 경방, 경향신문사, 한국일보사, 문화일보, 넥스트미디어신문, 스포츠조선 등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의 면면도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세간에는 유력 인사들이 한국풀스 및 그 관련사들에 자금을 대거 출자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공공 사업의 경우 필요에 따라 관련 법안에다 ‘민간에 사업 운영을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곤 하는데, 개정 국민체육진흥법에는 아예 ‘위탁 운영하도록 한다’고 못 박고 있는 점 또한 의혹을 부채질했다.

송대표는 이에 대해 “비리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제가 사업 설명회만 40회를 했습니다. 다행히 평소 믿고 우정을 나눠 온 분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죠. 사업내용보다는 저란 사람 하나만 보고 투자해 주신 분들이 더 많은 줄 알고 있습니다. 사업권 선정에서 탈락하면 돈을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한 것도 신뢰가 갔을 테고요.”

아닌 게 아니라 송대표는 남달리 폭넓은 교우관계를 자랑한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덕분인지 7~8세 연상인 이들과도 친구처럼 가까이 지낸다. 특히 신일고 동문들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신일고 출신 중에는 벤처·금융업계에 진출한 이들이 유난히 많다. ‘신일고파’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 최태원 SK회장, 최재원 SK텔레콤 부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이홍순 삼보컴퓨터 부회장, 김상범 이수화학 회장 등 재벌2, 3세도 여럿 포진해 있다. 타이거풀스 사외이사인 김대희 변호사(법무법인 대륙 소속)도 신일고 출신이다.

“제 가장 큰 재산은 사람입니다.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는 거라 생각해요. 30살 연상인 분들과도 쉽게 마음을 틉니다. 아무래도 술자리가 잦은 편인데 정신을 놓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정신력으로 버티는 거죠.”

타이거풀스 주주 명부를 보면 송대표의 남다른 ‘친화력’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타이거풀스INT의 최대주주(12.83%, 2001년 7월)는 ‘밸류라인벤처(사장 권상훈)다. 동국실업이 지분의 70%를 보유하고 있는 창투사. 권상훈 사장은 송대표의 신일고 6년 선배다. 권사장은 타이거풀스INT 지분 1.09%(2001년 7월)와 한국풀스 지분 0.5%(2001년 9월)를 갖고 있는 에이팩스기술투자의 사장도 겸하고 있다.

삼보컴퓨터가 타이거풀스INT 및 한국풀스의 대주주로 참여한 것 또한 이홍순 부회장이 신일고 선배인 것과 무관치 않다.

김각중 경방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준 (주)경방 전무이사도 송대표와의 친분이 계기가 돼 타이거풀스에 투자했다. (주)경방은 타이거풀스INT 지분 1.43%(2001년 7월)를 갖고 있다. 김준 전무와 송대표는 각기, 타이거풀스 주주사인 이벤처캐피탈의 대표이사 사장과 대표이사 부사장을 나눠 맡고 있기도 하다.

어떻게 재벌 2,3세들과 교분을 텄느냐고 묻자 송대표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김준 전무와는 ‘푸르내’라는 친목 모임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다른 분들과도 거의 그런 식이었어요. 선배 하나를 알게 되면 그 분이 또 주위의 다른 분들을 소개해 주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 재산은 사람뿐입니다.”

인수개발인가 ‘머니 게임’인가

주주명부를 살펴보면 송대표의 지분이 그리 많지 않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체육진흥공단에서 1대 주주가 지분의 50%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인데, 이래서야 근본 취지와 어긋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렇지 않습니다. 타이거풀스INT 주식의 50%쯤은 제 우호지분이라고 보시면 돼요. 특히 밸류라인벤처 같은 창투사는 큰 무리가 없는 한 투자한 회사의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돈이 걸린 문제인데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아닙니다. 사업 이전에 정으로 뭉친 사이인데요. 설사 경영에 실패해 대표 자리에서 쫓겨난다 해도 그건 제 능력 부족 때문이니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죠.”

타이거풀스의 한 관계자도 “겉으로 드러난 지분 구조와 상관없이 송대표가 회사 운영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육복표 수탁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한국풀스와 A사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먹이’가 큰데다 정치권 유력 인사 두 명이 각기 다른 회사를 물밑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2000년 12월 한국풀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같은 달 29~30일 수탁사업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체육진흥공단은 해가 바뀌도록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A사는 ‘한국풀스에 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한마디로 한국풀스가 체육진흥공단이 내건 몇몇 요건을 어겼다는 것이었다. 한국풀스는 즉시 A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A사의 한 임원은 “그로 인해 검찰에 들락거리며 7개월 이상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며 “사건은 결국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밝혔다.

2001년 2월, 우여곡절 끝에 한국풀스가 최종 수탁사업자로 선정됐다. 선정과정은 시민단체 대표 5명이 심사에 참석하는 등 비교적 공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좀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3월 중순, 느닷없이 타이거풀스INT가 코스닥 상장기업인 한국아스텐엔지니어링을 A&D (인수 후 개발)한다는 소문이 터져 나왔다. 합병설은 사실이었고 3월 말 두 회사는 5개 관계사간의 상호출자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한 몸’이 됐다.

이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A&D로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관계사간의 지분상호출자에 불과하다. 일반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5월, 타이거풀스INT는 또다시 코스닥등록 업체인 피코소프트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인수 방식은 아스텐 때와 거의 동일했다.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피인수업체인 피코소프트가 전환사채를 발행해 인수업체인 타이거풀스INT에 매각한다.

②이렇게 조성한 자금으로 피코소프트는 다시 타이거풀스INT 주식을 취득한다.

③지분 매각 대금으로 타이거풀스INT는 또 다시 피코소프트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한다.

단순 지분 거래로도 얼마든지 가능할 텐데 굳이 복잡한 과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로 인해 증권업계에서는 “내부자거래 혐의가 짙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차라리 검찰에 고발해 달라”

비슷한 시기, 아스텐에 주가 조작이 있었다는 설이 제기됐다. 아스텐의 올 초 5개월간 종목 주별차트를 분석한 한 증권 전문가는 “그래프에 (주가조작의) 전형적 형태가 나타나 있다. 매집기간-랠리-정리(대량매집) 기간을 정확하게 집을 수 있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아스텐 주가조작설에 대해 송대표는 “인수 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면 모를까, 우리는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계열사 중 하나인 전자복권업체 타이거풀스아이의 해외 진출 자금을 마련코자 코스닥에 백 도어 리스팅(우회등록)을 한 것 뿐”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루머를 흘려 우리 주식을 매입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내친 김에 송대표의 ‘부정비리 혐의’를 적시하고 있는 괴문서의 존재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문서에는 정권 실세와의 관련설, 주가조작설, 사업자 선정 과정의 문제점 등이 매우 소상히 기록돼 있다고 한다. 안그래도 그로 인한 마음 고생이 심했던 듯 송대표는 다소 흥분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직접 보기도 했고. 검찰에서 내사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어느날 국정원 사람이 찾아왔어요. 뭘 내밀기에 받아보니 그 문서의 2장짜리 요약본이었어요. 항목이 마흔 몇 개나 되더군요. 죽 읽어봤는데 이건 몽땅 거짓말이에요. 아, 1년 반 전에 몇 번 갔던 술집 이름은 정확하게 적어 놨더군요. 근데 뭐, 내가 하룻밤에 술값을 1000만원이나 썼다고…? 어떻게 마시면 그럴 수가 있습니까. 또 200억원을 동원해 주가조작에 참여했다는데 우리 회사에는 지금 그만한 돈이 없어요. 조사해 보면 그냥 알 수 있는 일이에요.

정치권 유력인사인 모, 모씨 이름도 있더군요. 근데 다 말이 안돼요. 제 뒷배경이 그렇게 든든하면 왜 법안 통과가 늦어지고 사업자 선정마저 두 달씩 미뤄졌겠습니까. 정말 억울한 사람은 접니다.

다 읽어보고 제가 그랬어요. 이거 어디서 났느냐고요. 검찰이라기에 차라리 고발해달라고 했죠. 그러면 사실관계가 분명해질 테니까요.”

송대표는 이런 말도 했다.

“청와대 사정팀 사람도 왔었습니다. 비슷한 내용이더군요. 그래서 저희도 나름대로 알아봤어요.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음해를 하는지 추적해보니까 경쟁사였던 A사 쪽 인사가 만든 거예요. 우리 쪽 변호사가 그 사람을 직접 만나기도 했습니다. 만들어진 시점은 꽤 오래 전인 것 같아요. 사업자 선정 경쟁이 한창 치열하던 시점에 나온 얘기들이 많이 포함돼 있더군요. 그때는 서로 사람을 붙여 동향 파악도 하고 그랬는데, 주로 그 내용을 바탕 삼아 작성한 것 같아요.”

송대표는 “누가 이걸 갖고 국회 같은 곳에서 터뜨려도 나는 부끄러울 것이 없다. 내 직위와 명예를 걸고 사실을 밝혀나갈 것”이라며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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