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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손학규 의원의 된장찌개

된장냄새에 취해서 세상사를 잊다

  • 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손학규 의원의 된장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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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의원의 된장찌개
찌개는 온갖 재료를 한데 담고 끓이는 아주 간단한 음식이지만, 맛있게 끓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된장찌개는 사람마다 솜씨가 다르다. 된장찌개에 넣는 재료는 보통 풋고추, 풋마늘, 달래, 파 등과 푸성귀로 풋배추, 열무, 배추나 시래기, 무, 삭힌 고추 등이 있고, 표고나 송이버섯, 두부 등도 넣는다. 하지만 재료가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제철에 가장 흔한 재료 서너 가지를 넣고 끓이면 된다. 봄이면 달래와 냉이를 넣고, 여름에는 흔한 푸성귀를 넣는 식이다.

손의원은 국물맛을 좋게 하기 위해 미리 멸치로 국물을 낸 뒤 된장찌개를 끓인다. 멸치국물을 내고 나면, 이 국물에 된장을 푼다. 된장찌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된장의 품질이다. 손의원 집에서는 고 제정구 의원의 부인 신명자 여사가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복음자리에서 만든 된장을 쓰고 있는데, 이 된장맛이 일품이다. 된장을 푼 뒤 감자와 양파를 썰어넣는다. 손의원이 된장찌개를 끓일 때 빼놓지 않는 재료가 감자다. 된장찌개에 감자가 들어가면 국물맛이 걸쭉하고 부드러워진다. 또 된장찌개에 들어간 감자도 된장을 흠뻑 빨아들여 간도 맞고, 구수해진다. 그러니 분명 된장과 감자는 서로 맛을 보충하여 새로운 경지를 창조하는 재료다. 잘 익지 않고 단단한 재료인 감자를 넣고 나면 양파, 호박, 풋고추, 두부를 썰어 넣으면 된다.

된장찌개를 맛있게 만드는 요령은 전과정을 은근한 불에 끓이는 것이다. 요즘 식당에서도 뚝배기에 끓여서 내주지만, 화력이 센 가스불에 빨리 끓인 것과 화롯불에 오랫동안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 맛을 비교할 수 없다.

손학규 의원은 일상에서 지치면 산을 찾는다. 그는 2001년 7월24일부터 27일까지 3박4일 동안 부인 이윤영씨, 보좌진, 제자들과 함께 지리산을 다녀왔다.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지리산 종주였다. 손의원은 내심 아내가 지리산 종주길을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아내는 힘든 종주길을 별탈없이 소화해냈다.

지리산을 다녀온 뒤 손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힘을 얻었다. 그는 “지리산으로부터 언제나 사랑을 배운다. 끝없이 펼쳐지는 산자락 속에 온갖 들꽃과 산짐승, 쨍쨍 내리쬐는 여름햇살과 한치 앞이 안 보이는 구름바다를 함께 안고, 몸을 날릴 듯한 바람, 칠흑 같은 밤하늘을 수놓은 초롱별, 아름다운 것, 거친 것, 빛나는 것, 어두운 것,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지리산의 넉넉함과 인자함에서 내가 살아가야 할 자세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리산 종주에서도 손의원을 든든하게 한 것은 된장찌개였다. 먹어서 가장 편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니, 산행에서도 함께한 것이 당연했다. 그에게 된장찌개는 돌아가신 어머니고, 곁에서 항상 그를 지키는 아내 같은 존재다.





신동아 200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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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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