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고문은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서 최고위급 회담의 정례화를 강조했다. 어떤 의제에 대한 합의가 어렵더라도 회담이 중단돼서는 안된다는 것.
“김정일 위원장은 7500만 민족과 세계 앞에 약속한 서울 답방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되면 서울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할 겁니다. 정상회담과 장관급 회담도 정례화해야지요.”
김 고문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김정일 위원장을 신뢰하는 것일까.
“신뢰하기 때문에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접촉을 통해서 신뢰를 얻는 겁니다. 남북간에 평화협정이 맺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적이지만 한반도에서 평화를 이루고 통일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는 공동의 주체입니다. 이 양면을 함께 아우를 수 있어야 합니다.”
민주당내 다른 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김 고문은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의외로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먼저 내세웠다.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제성장을 이뤄내야죠. 그런데 개발시대의 관료-재벌체제로 돌아가서는 안됩니다. 국민의 합의에 기초한 경제성장을 이룩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재벌 1인 오너 체제를 극복해야 하는데 재벌그룹이 아니라 각 기업이 수익성을 올리는 방향으로 발전해야지요. 그러지 않으면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고 위배자는 추방하는 규칙을 만들어 시행해야 합니다. 또 이 과정에서 패배한 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것이 생산적 복지의 실질화입니다.”
해마다 학부모나 학생들이 골머리를 앓는 교육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보다는 합리적인 교육정책을 계속 밀고나가려는 정부의 의지와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0년도 대학정원에 8000명이 미달됐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대학이 변해야 합니다. 대학이 공정한 경쟁을 해서 중고등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도록 해야 합니다. 경제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교육문제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됩니다. 교육제도 자체는 우리가 너무 실험을 많이 했습니다. 이제는 합리적인 제도가 뿌리를 내리도록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런 것을 호소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산업화시대에 부족했던 근로기율과 합리성을 확보하고 세계화, 정보화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인성교육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과제입니다.”
김 고문은 존경하는 인물로 김구 선생,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 드골 전 프랑스대통령을 꼽았다.
“김구선생은 평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살았고 목숨을 걸고 민족의 분단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냉전체제를 극복하려는 통찰력과 용기가 있었어요. 프론티어 정신이죠. 드골 대통령은 유럽연합을 실질적으로 이루어낸 정치지도자였습니다. 저도 동북아시아연합이라는 비전을 갖고 추진해나갈 겁니다.”
김 고문은 감동있게 읽은 책으로 민주화운동과 관련, 투옥된 뒤 감옥에서 읽은 박경리의 ‘토지’, 황석영의 ‘장길산’,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꼽았다. 좋아하는 가수는 조용필. 평소 조용필의 ‘친구여’와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부르기 좋아한다. 영화배우로는 최민식, 장미희, 심은하를 꼽았고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더 있는 듯했다.
“영화는 ‘안토니오스 라인’ ‘내일을 향해 쏴라’ ‘닥터 지바고’를 감동적으로 봤어요. ‘안토니오스 라인’은 페미니즘 영화인데 미혼모 계통의 3대가 활력있게 사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집사람이 권해서 비디오로 봤지요. 국산 영화로는 ‘박하사탕’이 기억에 남아요. ‘바보선언’도 좋았어요.”
운동으로는 축구와 배드민턴를 즐기지만 최근 힘줄을 다쳐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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