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호

노무현 “지역차별 없앨 통합대통령 되겠다”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입력2004-11-01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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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 국민통합 이룰 사람은 나
    • 특권적, 귀족적인 사람은 국민 지도자 될 수 없어
    • 원내총무가 당 대표로 국회운영해야
    • 직설적 표현이 장점이자 약점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은 스스로를 ‘통합론자’라고 부른다. 다른 후보들도 국민통합을 외치지만 자신만큼 실천해온 사람은 없다고 자부한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진정한 통합을 이룰 사람은 바로 노무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정한 통합이란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희생과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통합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노동자와 사용자, 서민과 부유층을 통합할 접점을 이룰 수 있는 정치인이 바로 노무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지역구도를 반드시 극복하고 동서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한다면, 저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종일관 줄기차게 그리고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 노력해왔습니다. 이것이 제가 대선에 출마하려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노고문은 “우리 사회가 상당히 민주화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냉전적 사고와 과거의 특권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 강력한 수구세력이 있으며 이 세력이 여러 면에서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는 민주당 정강에 명시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 동서통합·국민통합의 지향, 개혁적 국민정당의 이미지에 가장 부합되는 사람입니다. 정치적 희생을 감수하면서 원칙을 고수했고, 그 길을 일관되게 걸어온 것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통합 없이 통일도 번영도 없다”

    통합을 기치로 내세우는 만큼 노고문은 집권 후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국정과제 역시 통합이라고 말했다.

    “통합 없이는 개혁도, 통일도, 번영도 불가능합니다. 민주당을 지역정당이 아닌 국민정당으로 만들겠습니다. 아울러 원칙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이제 반칙을 해야 이길 수 있는 시대는 끝나야 합니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부자로 살아가는 일도 없을 겁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뇌물을 준 사람, 받은 사람 모두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겁니다.”

    노고문은 “정치는 국민에게, 국회는 국회의원에게, 당은 당원에게 돌려줌으로써 정치를 확 바꾸겠다”며 정치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대통령이 당의 총재를 겸해서는 안됩니다. 국회를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켜 국회의 자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원내총무가 당 대표가 되어 국회를 운영하면 됩니다. 헌법에 따라 ‘크로스 보팅제’를 도입해 국회의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높이자는 겁니다. 당원에게 공천권도 돌려줘야 합니다.”

    노고문은 “친구 같은 대통령, 겸손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특정 후보를 겨냥한 듯 “특권적이고 귀족적인 사람은 이제 국민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권위적 스타일의 리더십을 청산해야 합니다. 서민의 친구로서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국민은 친구 같은 젊은 대통령을 원합니다. 국민의 생활과 멀리 떨어져 지시와 명령을 내리는 대통령에 염증을 느끼고 있어요. 대통령이 경호원 1∼2명을 데리고 한밤에 시장과 거리에 나설 수 있어야 하고, 국가적 이슈로 부각된 문제의 현장에 다가갈 수 있어야 합니다.”

    노고문은 선이 굵은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투박하지만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다. 이런 그의 언행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장·단점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저는 다른 어떤 능력보다 갈등조정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역별, 계층별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안정과 통합을 이루기 위해 지도자에겐 무엇보다도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한 문제해결, 갈등조정능력이 필요합니다. 현대자동차 분규, 삼성자동차 매각, 해양수산부 장관직 수행을 통해서 저의 갈등조정 능력은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발언이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직설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개인적으로 정치는 투명하고 명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측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호한 발언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보니 사람들로부터 너무 직설적이라거나 단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만든 것 같습니다.”

    노고문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일반적으로 국민이 ‘대통령’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 즉 대통령은 권위적이어야 하고 근엄해야 하며 경력이 화려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극복하는 것이 당면과제라 할 수 있겠죠.”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노고문의 견해를 물어보았다. 남북문제에 대해 노고문은 “현재의 남북한 긴장국면은 일시적 냉각상태일 뿐 북한도 이런 대립과 갈등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산가족상봉, 문화공연단 교환 방문 등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성과가 많이 있었습니다. 더욱이 8차례에 걸친 남북장관급 회담을 통해 남북간의 새로운 문제해결 방식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대외정세 불안정과 대내적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남북관계는 잠시 냉각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시적인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결코 과거와 같은 대립과 갈등상황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은 1990년 이후 심각한 경제난에 빠져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난을 해소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중국 등을 방문하고 서방국가들과 접촉하는 것은 대외협력을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북한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외협력 추진을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불안감을 떨치고 대외개방과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이 서로를 확실하게 신뢰해야 합니다. 어떠한 대내외적 불안요소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성장과 분배는 ‘펜과 잉크’ 관계

    ‘경제성장이냐, 분배냐’ 등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입장과 경제회복 대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 노고문은 “성장과 분배는 상호보완적 관계이며 주변시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제성장과 분배의 문제는 상호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적 안정을 추구해야 합니다. 사회안정의 핵심은 분배정책에 달려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사회적 분배를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양자는 펜과 잉크처럼 상호보완적 관계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걱정은 경제일 것입니다. 경제회복을 말하기 전에 우선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의 역사적, 지리적 위치는 어디인가, 그리고 다가오는 시대에 우리의 경쟁력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등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전제돼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 지향점에 대한 경제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지금 세계는 경제 통합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 시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을 활용하기 위한 동북아 경제협력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시장을 확보한 후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해 IT, BT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대학입시제도와 공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해 노고문은 특별한 대책을 내세우지는 않은 채 “이해 당자자들간에 진지한 논의와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교육 분야에서도 대단히 의욕적인 개혁정책이 시행됐습니다만,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로 인해 가장 실패한 분야로 치부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교육 정책은 그 자체의 특징으로 인해 단기간에 정착될 수 없으며 당사자들을 배제하고서는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사, 학생, 학부모, 행정당국이 참여하여 진지하게 토론하고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동안의 정책추진과정에서 쌓인 상호간의 불신으로 인해 관계가 너무 어려워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 교육인 만큼 자기주장만 하던 자세에서 한걸음씩 물러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입니다.”

    노고문이 존경하는 인물은 링컨이다. 그냥 존경하는 정도가 아니라 최근에는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라는 제목의 책도 썼다. 당연히 감동적으로 읽은 책은 ‘링컨 전기’. 최근에는 클린턴의 ‘희망과 역사 사이’라는 책도 관심 있게 읽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노래는 ‘언제 우리가 만났던가, 언제 우리가 헤어졌던가’로 시작되는 김세화의 ‘작은 연인들’. 감동적으로 본 영화는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라고 한다.

    한석규, 최민식 등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남자배우들을 좋아하며, 등산과 요가를 취미로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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