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집중취재

대선주자들의 이미지 따라잡기

링컨·케네디에서 블레어·고이즈미까지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대선주자들의 이미지 따라잡기

2/5
‘민주계 적자론’을 들고 나온 김덕룡 의원의 슬로건은 세대교체와 개혁이었다. 그는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을 예로 들면서 “한국에서도 젊고 개혁적인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시 클린턴이 들고 나온 ‘21세기를 잇는 열차론’과 김의원이 주장한 ‘21세기 젊은 희망열차’도 일맥상통하는 구호였다.

또한 이홍구 고문은 미국의 윌슨 전대통령을 자주 인용했다. 윌슨 전대통령은 미국정치학회 회장을 지낸 뒤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이고문이 바로 윌슨연구소 1기생이다. 이고문은 빌리 브란트 전서독 총리도 높이 평가했다. 브란트 전총리가 독일 통일의 기틀을 다졌다면, 자신은 통일원 장관을 지냈다는 것.

한편 뇌졸중으로 쓰러져 정치행보가 불투명했던 최형우 의원의 측근들은 미국의 닐슨 전대통령을 주목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닐슨 전대통령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건강을 회복한 집념의 사나이다. ‘최형우계’ 의원들은 내심 닐슨의 ‘기적’을 기대했지만, 결국 최의원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대권경쟁에서 밀려났다.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김대중 후보는 이미지 전략에서 경쟁자들보다 몇 발짝 앞선 정치인이었다. 1995년 7월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은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자서전을 출간했다. 제목은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 왜 이때 만델라 자서전이 나왔을까. 70대로 접어든 김이사장이 6·27 지방선거 직후 정계복귀를 서두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당시 기자는 아태재단에서 ‘만델라 자서전’ 출간을 준비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일이 있다. 그들은 만델라의 정치적 업적보다도 대통령에 당선된 나이를 중시했다. 만델라는 1994년, 그러니까 76세에 대통령이 됐다. 똑같은 이유로 70대로 접어든 김이사장도 충분히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김대중과 만델라

물론 만델라와 김대중은 정치적으로 닮은 점이 많다. 두 사람은 민주화를 위해 오랫동안 싸웠고,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수감생활을 했다. 정치적 한계를 ‘연정’으로 극복한 뒤 집권에 성공한 것도 똑같다. 만델라가 집권한 당이 ‘아프리카민족회의’였고, 김이사장이 정계에 복귀할 때 만든 당이 ‘새정치국민회의’였다.

그래서였을까. 김이사장은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의 서문에 다음과 같이 쓰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둘이 얼마나 같은 길을 걸어왔는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이 집권한 뒤에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는 사실이다. 만델라는 백인정권의 대통령이었던 데 클레르크를 부통령에 앉혔고, 김대통령은 과거의 정적 김종필을 국무총리에 임명했다. 또한 만델라가 주도한 연정은 집권 3년이 지나면서 고비를 맞았고, DJP 공조도 4년 만에 깨졌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한때 ‘만델라를 보면 DJ의 정치를 예감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만델라 대통령에 관한 또 하나의 에피소드. 두 사람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곧바로 ‘대사면’을 단행했는데, 김대통령은 김영삼 전대통령이 구속시킨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풀어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감옥에서 나온 노전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김대통령은 ‘한국의 만델라’가 돼야 한다.”

정치인들이 이미지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실체’와 ‘이미지’의 차이가 적어야 한다. 자신이 아무리 좋아하는 인물이라 해도 서로를 연상시키는 공통점이 없다면 이미지 효과를 내기 힘들다. 정치인들은 흔히 ‘모델’과 ‘자신’을 연결하는 고리가 없을 경우 ‘가공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눈속임’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밑천’이 드러나는 순간 정치인의 인기는 거품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최근 여야의 대선주자들은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를 앞두고 이미지 전략을 짜느라 고심하고 있다. 특히 대선에 처음 도전하는 후발주자들이 이미지 메이킹에 적극적이다.

2001년 12월10일 저녁 서울 힐튼호텔에서는 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후원회가 열렸다. 노고문은 이날 차기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것을 공식 선언했는데, 그에 앞서 진행된 ‘노무현이 만난 링컨’ 출판기념회도 눈길을 끌었다. 노고문이 이 시점에서 링컨 평전을 내놓은 것은 1995년 당시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이 만델라 자서전을 출간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링컨처럼 자신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2/5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목록 닫기

대선주자들의 이미지 따라잡기

댓글 창 닫기

2021/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