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의사들을 등급으로 매길 때 소의(小醫), 중의(中醫), 대의(大醫)로 구분한다. 소의는 환자의 질병을 고치는 것이고, 중의는 사회를 고치는 것이며, 대의는 나라를 고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은 인술(仁術)을 펼쳐 한국사회와 세계가 앓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확실하게 치료하는 대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3년 2월25일,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대의, 즉 새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 냉전체제에서 햇볕정책으로 이어지는 화해와 협력의 무드를 통일로 이어가야 하는 이 시기에, 또 주변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안보를 굳건히 함과 동시에 국가 경쟁력을 키워 IMF사태로 쓰러진 경제를 회생시켜야 하는 이 시기에 맞이하는 새로운 지도자이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은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새 리더를 선택할 때 그 판단 기준의 하나로 역대 대통령들의 유형과 행적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제1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1789년에 집권한 이래 212년간 모두 43대의 대통령을 배출했는데, 이들 대통령에 대한 연구는 미국의 발전과 미래사회 구축에 큰 기틀이 되었다고 한다.
이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역시 역대 대통령을 살펴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대통령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36년간의 일제 통치에서 해방된 이후 9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이제는 이들이 잘한 점을 본받고, 잘못한 점을 과감히 고쳐나갈 21세기형 대통령이 그 뒤를 이을 때인 것이다.
필자는 의사로서,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맡길 만한 대통령은 과연 어떠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그간 축적해온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의사 신분인 필자가 ‘대통령의 조건’을 들고 나온 것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혈액형과 성격, 건강 등을 개인적으로 살펴보면서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보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대통령과 혈액형
필자는 1997년부터 미국 보스턴의대 유전센터 연구교수로 3년간 근무하면서 혈액형이 인체 질병 및 성격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통계학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 각 2000명, 미국인 3000명 정도를 분석한 결과였다.
혈액은 서로 다른 항원을 갖고 있는 특이하고 신비한 물질이다. 피는 신선한 산소, 맑은 공기, 영양분을 인체에 존재하는 100조 개의 세포에 공급하여 세포기능을 유지시킨다. 피에는 호르몬, 신경전달 물질 등이 있으며 뇌에 깊숙이 존재하는 ‘유전자 시계’를 조절하여 인체의 리듬을 유지시킨다.
이렇게 피는 인체의 세포를 돌기 때문에 사람의 건강과 운명을 좌우한다. 즉 유전적인 운명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혈액으로 궁합을 맞추어보거나 성격을 알아맞춘다는 식의 심리테스트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같은 피를 가진 사람은 같은 성격, 그리고 거의 비슷한 건강 상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이 47%, A형이 23%, B형이 20%, AB형이 5%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 역대 대통령으로는 아이젠하워, 루스벨트, 트루먼, 레이건, 부시, 케네디, 클린턴이 모두 O형이다. 닉슨, 존슨, 카터는 A형이다.
우리나라는 A형 37%, O형 27%, B형 23%, AB형 11%의 분포를 나타낸다. 역대 대통령으로는 이승만 전대통령이 O형, 김대중 대통령이 A형, 김영삼 전대통령이 AB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군사독재 시절 대통령들의 혈액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의 혈액형을 알아보려고 여러 해 전부터 노력해 보았으나 문의한 곳 모두 기밀사항처럼 취급하여 밝힐 수 없다는 대답 뿐이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기념 도서관에 연락을 하면 금방 대통령의 혈액형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필자는 여러 곳으로 문의한 끝에 노태우 전대통령의 혈액형이 A형, 박정희 전대통령은 B형, 전두환 전대통령은 O형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아냈다.
아무튼 4가지 혈액형에 따른 사람의 성격, 행동양식, 잘 생기는 병 등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면 매우 흥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필자는 이런 측면에서 혈액형을 통해 바람직한 대통령상을 추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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