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배 이상씩 성장하는 TV홈쇼핑 시장이 탄생 7주년을 맞아 신(新)경쟁시대에 돌입했다. 기존 LG홈쇼핑과 CJ39쇼핑에 우리홈쇼핑, 농수산TV, 현대홈쇼핑 등 신규업체 3사가 가세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이다.
TV홈쇼핑이 ‘양대체제’에서 ‘5대 방송체제’로 바뀌면서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업체들은 차별성을 내세워 시장공략에 나섰고, 기존 업체들은 그동안 쌓은 노하우로 대응할 태세다.
후발업체들의 공략이 거세지면서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해온 두 업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LG홈쇼핑은 품질관리요원을 2배 이상 늘리고 서비스 강화에 집중 투자했다.
CJ39쇼핑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자사브랜드(PB) 상품, 언더웨어, 침구 등에 이어 정수기 PB품목을 출시하는 등 고품질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와 함께 위성방송 홈쇼핑 사업자로 CJ39쇼핑, LG홈쇼핑, 현대홈쇼핑 3개사가 선정돼 TV홈쇼핑 시장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여 업계 판도변화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쇼핑시간의 감소, 직장여성의 증가, 신용카드 사용의 증가 등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홈쇼핑 시장의 성장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정보기술의 발달로 쇼핑의 현실감과 재미가 더해질 경우 고객들도 홈쇼핑 시장을 더욱 자주 찾을 것이다.
고령화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쇼핑이 여의치 않은 실버계층이 늘어나고 인터넷, CATV 등 새로운 매체에 친숙한 신세대들이 크게 증가하는 것도 홈쇼핑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홈쇼핑 시장의 판도 변화
지난 7년여 동안 기존 두 업체는 매년 100∼200% 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으며, 특히 최근 e비즈니스 열풍 속에서 안정성과 성장성, 수익성 등을 인정받으면서 국내 유통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TV홈쇼핑의 주력상품을 살펴보면 실용적이고 알뜰한 주방용품, 생활용품 및 식품류가 초기부터 현재까지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콘도회원권, 문화서비스 상품, 스포츠·레저용품 등이 히트하면서 상품영역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각 업체는 그동안 취급하지 않았던 다양한 상품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판매상품의 영역을 확대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상품을 속속 온라인 홈쇼핑에 성공적으로 유치해 TV홈쇼핑 상품영역의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홈쇼핑 프로그램에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스튜디오에 상품만 가져다놓고 쇼호스트의 설명에 의존하던 초창기 홈쇼핑 방송과 달리 공중파 방송 3사의 쇼 프로그램 못지않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나 전원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야외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스튜디오 모델들이 무대에서 현란한 조명 아래 판매하는 의상들을 입고 화려한 패션쇼를 진행하는가 하면, 고적대나 응원단, 댄스팀, 오케스트라, 어린이합창등을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등 이벤트도 다양하다. 유명 연예인들이 쇼호스트나 게스트로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명도를 이용해 시청자의 채널 선택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멘트가 시청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 매출을 올리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2001년 2월말, TV홈쇼핑 사업자 제안서 접수 결과 TV홈쇼핑 채널권 경쟁률은 4대1이나 됐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업체는 우리홈쇼핑, 농수산TV, 현대홈쇼핑 등 3곳이다. 농수산TV와 우리홈쇼핑은 2001년 9월1일과 15일 각각 개국했고, 현대홈쇼핑은 11월에 방송을 시작했다.
이들 업체는 기존 회사에서 간판급 스타 쇼호스트들을 영입하고 상품 및 택배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등 인지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우리홈쇼핑은 국내 쇼호스트 중 최고로 꼽히는 유난희씨를 영입해 본방송 시작 8일 만에 ‘겨울나기 패션 아이템’ 프로그램을 통해 1시간 동안 1억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후발업체의 아이디어
기존 홈쇼핑 업체들이 시간당 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4년 이상 걸린 것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우리홈쇼핑은 개국 당일 9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후 하루 평균 5억∼6억원 가량의 판매실적을 보이며 기존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홈쇼핑은 다른 곳보다 비싸게 팔았을 경우 차액을 돌려주는 최저가격 보상제, 해피콜서비스, 리콜서비스, 실명제 서비스, 대표이사 신문고제도 등 5대 고객만족 서비스제도를 도입했다. ‘안목 있는 여성을 위한 채널’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철저히 차별화, 세분화한 여성채널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특히 우리홈쇼핑만의 이원화 방송을 장점으로 활용해 생생한 현장방송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자연스럽게 매출로 연계시킨다는 전략도 세웠다.
3개사 중 가장 먼저 개국한 농수산TV의 활약도 대단하다. 세계 유일의 식품전문 홈쇼핑 업체라는 차별성을 내세우고 식품 전문방송이란 특성을 살려 SO(지역방송국)와 공동 이벤트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2001년 9월 한 달 동안 매일 평균 3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10월에는 33% 상승한 4억4000만원어치를 판매하는 놀라운 실적을 보였다.
농수산TV는 방송 첫날, 75만여 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쌀 1126가마를 판매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시작된 쌀판매는 방송 40여일 만에 200t이나 팔려나갔다. 가장 신선한 쌀을 제공하기 위해 주문물량을 확인한 뒤 도정에 들어가 48시간 후에 집에 배달한다는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기존 홈쇼핑에서 소극적으로 취급해온 쌀이 홈쇼핑용 상품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홈쇼핑이 쌀생산 농가의 새로운 유통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오프라인(백화점)에서 구축한 고품격 이미지를 토대로 선발업체와의 차별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개국에 맞춰 대규모 기업광고를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선발업체를 제압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시간이 돈’이 되는 홈쇼핑에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분석과 날씨 예측은 매출증대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사는 이를 편성에 적극 활용한 ‘심리전’ 마케팅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상품에 따른 소비자 심리읽기가 매출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TV홈쇼핑의 프라임타임(Prime Time)은 언제일까?
과거의 경우 주부들이 가정에 혼자 남아 TV를 시청하는 오전 11시∼오후 6시의 낮 시간대가 TV홈쇼핑의 프라임타임대로 널리 인식돼왔으나 최근에는 심야시간대 매출이 높아지고 있어 쇼핑패턴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CJ39쇼핑은 이러한 경향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가족 단위로 쇼핑하기 좋은 상품을 심야시간대에 집중시키고 있다. 주로 주방용품 등 주부들이 단독으로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제품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상의해서 구매하는 컴퓨터, 가전, 가구 등의 제품들이다. 실제로 올 들어 컴퓨터, 가전 등의 상품 편성비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약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TV홈쇼핑 업체들은 심야시간대 매출이 높아지는 원인에 대해 TV홈쇼핑을 통해 고가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고가상품은 온 가족이 함께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TV홈쇼핑을 통한 계획구매가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이 시간대에 주로 편성되는 컴퓨터, 가전, 가구 등의 제품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LG홈쇼핑에서는 여성용 속옷 판매 프로그램을 평일 오전 시간대에 편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란제리 전문 프로그램 6개 가운데 인기 프로그램인 ‘란제리 컬렉션’, ‘언더웨어 초대전’, ‘패션의 시작-속옷’ 등 5개 프로그램이 평일 오전 8시부터 12시 사이에 집중 방송되고 있다.
LG홈쇼핑측은 지난 6년간 상품군별 판매실적을 분석해볼 때 란제리가 다른 어떤 상품보다도 평일 이른 오전 시간대에 매출효율이 30∼40% 높게 나타나 이를 프로그램 편성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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