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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에게 듣는다|박충생 경상대학교 총장

“특성화·지역화로 선진국형 연구중심대학 만들겠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특성화·지역화로 선진국형 연구중심대학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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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대학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대학 구성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변화를 통해 도약하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의 기로에서 경상대는 국립대라는 ‘메리트’를 발판으로 연구중심 대학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입학원서 접수를 위해 경상대를 찾은 수험생들은 두 번 놀라게 된다. 수도권 명문대를 머쓱하게 만들 정도의 교육 인프라에 놀라고 경상대가 사립대가 아닌 국립대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란다.

경상대를 제외한 모든 ‘거점국립대학’이 광역자치단체의 명칭을 교명으로 쓰고 있어 사립대학인 경남대를 경남지방의 거점국립대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측에서 가장 안타까워하는 대목이다.

경남 진주시 가좌동에 있는 경상대 캠퍼스는 교목인 느티나무와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강의동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공과대학 앞에 세워져 있는 비행기가 한 대가 눈길을 끌었다.

이 비행기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경상대가 추진하고 있는 항공공학 분야 특성화사업의 결과물이다. 경상대는 인근에 사천공항단지와 주요 항공관련 산업체가 자리잡고 있어 항공공학 분야를 육성할 수 있는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경상대는 1997년 교육부로부터 항공공학 특성화 대학으로 인정받았고 현재 150억원의 연구비를 유치, 항공산업분야의 메카로 도약하고 있다.

항공공학 특성화사업의 수혜자는 학부생이다. 현재 1~4학년 총 400여 명이 특성화사업 교육대상으로 선발돼 장학금을 받으며 전문기술을 익히고 있다. 재료강도실험실, 열유체실험실 등 항공공학과 관련된 연구실에는 고가의 첨단장비가 설치돼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최고수준의 장비를 이용하면서 첨단기술을 익힌다. 컴퓨터실습실은 캐드(CAM), 캠(CAM)을 이용해 비행기부품 설계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경상대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21세기형 첨단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생명공학 분야의 특성화사업이다. 기존의 산업기술이 환경파괴적이라면 생명공학은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정보통신분야와 함께 신경제를 대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기술이다.

특히 경상대는 1999년 정부가 세계수준의 대학원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한 ‘두뇌한국21’ 사업에서 서울대학교를 제외하고 국립대로서는 유일하게 생명공학 분야 주관대학으로 선정돼 이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국립대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지역의 중심대학으로 학교를 도약시키기 위해 대학개혁 작업에 나선 경상대 박충생(朴忠生·59) 총장을 만나 경상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과 학교의 비전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총장께서도 경상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보다 학교가 많이 발전했습니까.

“1960년에 학생으로 입학했을 때는 5개 학과밖에 없었고 학생수도 200명에 불과했습니다. 격세지감이 듭니다. 40년이 지난 현재 우리 학교는 경남 서부지역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대학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교수 숫자가 제가 학교를 다닐 때 학부생 정원하고 비슷합니다.”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총장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별한 학교운영 철학이 있습니까.

“총장은 대학이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도록 돕는 봉사자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공정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해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 솔선수범해야지요. 특히 대학공동체는 최고의 ‘지성’들이 결집한 곳이므로 앞장서서 이끌어나가는 리더십보다는 구성원들의 역량이 최대로 발휘되도록 지원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주립대 수준으로 키우겠다”

-학교운영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저는 제 임기 동안 우리 경상대를 미국의 주립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구와 교육, 복지, 홍보, 국제교류 등 다양한 측면들이 동시에 현저히 개선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투입해야 할 인적·물적 자원을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개별사업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일이 더욱 어렵습니다. 개혁작업이 성공하려면 민주적 원칙 아래서 이뤄져야 합니다. 민주적 의견수렴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발전전략을 만드는 게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일입니다.”

-점진적으로 개혁을 하겠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사립대는 총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개혁 드라이브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국립대는 그런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원래 민주주의란 것이 그런 것 아닙니까. 하지만 점진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강제적으로 인위적으로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발전계획 수립과정에 잡음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으셨습니까.

“아주 평탄한 과정은 아니었으나 잡음이라고 할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일차적으로 발전계획 수립의 불가피성에 대학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전계획 수립과정의 단계마다 구성원들의 의사를 수렴하면서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마무리 단계가 진행중인데 원만한 조율을 위해 합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의견수렴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민주적으로 진행한 것이 순탄하게 발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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