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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력·홈이점 살리면 16강 보인다

축구전문가 11인 한국팀 정밀진단

  • 육성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조직력·홈이점 살리면 16강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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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다른 축구대회에 비해 ‘이변’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것은 월드컵이 국가적 이벤트로 열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국제축구대회의 경우 베스트 컨디션으로 참가하는 나라가 드물다. 반면 월드컵 참가국들은 6개월 가까이 상대팀의 전력을 파악하고, 일찌감치 경기장소에 도착해 컨디션을 조율한다. 다시 말해서 6개월 뒤 32개국의 전력은 지금보다 훨씬 강하다는 뜻이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어렵게 골을 넣고 쉽게 실점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그런 이유다. 축구전문가들 역시 수비조직력의 강화를 역설했다. 조광래·이태호 감독과 강석진 교수·하석주 선수 등이 그런 견해를 밝혔다.

“승부는 한두골 차이로 가려질 것이다. 어차피 골 득실 차를 따져야 하는데 실점이 많으면 어렵다. 스리백의 조직력을 최대로 키우고, 보다 더 강하고 빠른 프레싱을 시도해야 한다.”(조광래 감독)

“감독이 원하는 수비조직을 선수들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은 수비의 빈 틈이 너무 크다. 월드컵에서는 단 한 번의 실수가 패배로 연결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이태호 감독)

“윤정환이나 노정윤은 볼 배급능력은 뛰어나지만 수비력에서 떨어진다. 월드컵에서는 이들보다 패싱력이 떨어지지만 수비력이 좋은 이영표와 김남일 등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강석진 교수)



“한국 수비는 세트플레이에 약하다. 상대팀의 세트플레이로 골을 내주면 맥이 풀리기 쉽다. 세트플레이를 이용한 득점을 연구하는 한편 철저한 대비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하석주 선수)

신문선 위원과 김덕기 기자는 선수들의 자신감이 16강진출의 열쇠라고 말했다. 신위원은 “한국이 유럽팀과의 경기에서 평소 실력의 60%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감 부족 때문이다. 강팀과의 평가전에서 이기는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자도 “체격이 큰 선수들과 싸워보기도 전에 주눅 드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실전 경험이 많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밖에 허승표 전 부회장과 최순호 감독은 패스와 센터링의 정확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을 폈으며, 이회택 감독은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강조했다. 한편 가수 김흥국씨는 남은 기간에 기술이나 전술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면서, 그보다는 체력과 정신력을 키우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필요하다면 대표선수들이 해병대 특수훈련을 받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5. 일본은 16강에 오를까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 무대에서 2번째 간접대결을 벌인다. 98프랑스월드컵 때는 ‘무승부’였다. 기록상으로는 한국이 1무2패를 기록한 반면 일본이 3패를 당했기 때문에 한국이 이긴 게임. 하지만 경기내용에서는 일본이 절대 우위를 보였다. 일본은 아르헨티나 크로아티아 자메이카를 맞아 자기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친 반면, 한국은 벨기에 전에서 투혼을 보였을 뿐이다.

2002월드컵 조추첨 결과를 보면 일본이 한국보다 다소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D조에 절대강자 포르투갈이 들어온 반면, H조에는 약체로 꼽히는 튀니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회택·최순호·이태호 감독은 일본의 16강진출을 낙관했다. 이감독과 최감독은 일본의 경기력이 세계무대에서 통할 만큼 향상됐기 때문에 H조에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회택 감독은 “일본이 홈팀의 이점을 살리고 상승세를 탄다면 조1위를 노릴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태호 감독도 “일본의 조직력이 세계 수준이기 때문에 튀니지를 꺾고 러시아 벨기에 등과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고용국 국장과 김흥국씨는 H조에 튀니지가 포함된 것을 주목했다. 고국장은 “마지막 경기가 튀니지라는 점이 일본에게 유리하다. 일본은 1, 2차전에서 실점을 줄이고 3차전을 노리면 16강이 유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국씨도 “H조에는 확실한 1승 상대인 튀니지가 있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조광래 감독·신문선 위원·하석주 선수 등은 일본의 16강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러시아와 벨기에가 일본에 질 팀이 아니다. 일본이 튀니지를 잡아도 16강 진출은 난망이다.”(조광래 감독)

“축구는 상대적이다. 일본은 유럽국가인 러시아 벨기에 등과 좋은 경기를 하겠지만, 같은 스타일의 튀니지에는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신문선 위원)

“일본은 유럽의 한계를 절감할 것이다. 첫 게임에서 실패하면 3연패로 무너질 수도 있다.”(하석주 선수)

한편 김덕기 기자는 일본이 속한 H조에서 물고 물리는 대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기자는 “튀니지가 약하다지만 축구 스타일로 볼 때 일본을 잡을 수도 있고, 벨기에와 러시아도 누가 우세하다고 말할 수 없는 전력이다. 따라서 마지막까지 ‘경우의 수’를 따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6. 결승에서 만날 상대

조추첨이 열리기 전까지 세계의 축구도박사들은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결승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사라졌다. 양팀은 최소한 4강 이전에 대결할 수밖에 없다. 두 팀이 A조와 F조에서 나란히 1위 또는 2위를 차지하면 빅매치는 4강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두 팀 중 한 팀이 조2위가 되면 16강에서 맞대결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죽음의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가 예선부터 긴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죽음의 조’에 들어가긴 했지만, 축구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가 결승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조광래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예선만 통과한다면 우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국 국장도 “프랑스가 조금씩 노쇠 기미를 보이는 반면 아르헨티나의 전력은 절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F조에서 격전을 치를 것이기 때문에 우승이 힘들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문선 위원은 “아르헨티나가 예선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린다고 볼 때 16강부터는 고전할 것이다. 스포츠생리학적으로 한달 동안 정상의 몸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이 장마기간과 겹쳐 있는 만큼 우기에 익숙한 프랑스가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반면 B, D, E, G조 1위가 유력한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또는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등은 비교적 여유를 갖고 16강 토너먼트를 준비할 수 있다. 우승후보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브라질, 잉글랜드 등을 결승전에 가기 전까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수비가 강한 이탈리아와 공격력이 좋은 포르투갈이 결승행을 다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가 결승에서 프랑스나 아르헨티나를 이길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

신동아 200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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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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