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겹눈으로 본 정치

민주 신당파의 가슴앓이

“노무현당 만들겠다는데 언질을 주지 않으니…”

  • 글: 이승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민주 신당파의 가슴앓이

3/4
움직이지 않는 인물 중에는 민주당 내 재야그룹의 핵심인 김근태 의원도 있다. 사실 신당 논의 직후 재야그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노대통령과 일정 거리를 유지했던 김의원이 모종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물론 당내 재야그룹의 입지 향상을 위한 욕심도 깔려 있었다. 오죽하면 신당 논의와 거리를 뒀던 신계륜 의원도 “(김)근태 형이 좀 잘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대선에서의 실수도 만회할 수 있을 텐데”라고 말했을까.

그래서 임채정 이창복 이재정 심재권 이호웅 의원 등은 신당 선언 직후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여의도 K한정식집에서 오찬 회동을 하며 ‘김근태 멍석 깔아주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김의원은 개혁 신당론이 한창 대세를 형성할 5월 초에도 줄곧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당 내 모든 세력을 안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재야그룹 회동은 때 되면 밥 먹는 친목 모임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김의원은 왜 그랬을까.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김의원 캠프에 있었던 H씨의 분석이 그럴싸하다. “김근태(GT)는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자신이 노무현 후보에게 사실상 양보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승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는 ‘노무현 신당’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워크숍

일부 의원들의 예상 밖의 ‘느슨한 참여’에도 신당파는 거의 매일 조찬 회동을 하며 세를 유지했고 급기야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 이틀 전 워크숍을 갖고 신당추진모임을 발족하기로 했다. 워크숍 1주일 전 신기남 의원의 이른바 “선혈낭자하게 투쟁해서라도 신당하겠다”는 발언이 나왔고 천정배 의원은 “개혁에 동참하겠다는 생각이 없는 의원들은 워크숍에 올 자격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드디어 5월16일 오후 4시. 신당파들은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위한 신당추진모임’을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전날 “50명은 넘지 않겠느냐”고 호언장담했던 천정배 의원은 위임한 의원들까지 포함해 60명이 넘어서자 “이 정도면 대박 아니냐”고 좋아했다.

사실 워크숍 전까지만 해도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의원들은 “워크숍이 사실상 신당행 막차”라는 신당파들의 은근한 압력에 몸을 움직였다.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에서 활동하며 반노파에 속했던 설송웅 의원은 이날 워크숍에서 ‘개혁 신당’이 아닌 ‘개혁적 통합신당’으로 추진할 것을 공식화하자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후단협 멤버들에게도 워크숍에 올 것을 권유할 걸 그랬다. 이 정도면 참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가 신당의 세가 가장 절정에 오른 시점이었다. 막판까지 워크숍에 참가하지 않은 의원들은 신당파 의원들에게 전화로 상황을 묻기도 했다. 한 의원은 부산에 있다가 이호웅 의원에게 전화로 사정을 물은 뒤 급히 비행기로 상경해 막판에 합류하기도 했다. 장태완 박주선 의원 등은 워크숍이 끝난 이날 밤 10시 5분 전에 급히 보좌진들을 통해 ‘워크숍 결정에 따르겠다’는 요지의 위임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당파는 이날 최고조로 달한 세를 신당 창당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신당추진모임 의장을 맡고 있는 김원기 고문의 한 측근의 전언.

“사실 개혁신당이든 뭐든 이탈세력을 최소화해 신당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은 개혁 신당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중도파에 가까운 의원들은 개혁 신당은 안 된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구체적인 신당 플랜을 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기에는 김대중 정부 때 노사정위원장을 맡으면서 타협과 조절의 명수로 불리는 김원기 고문 특유의 ‘지둘러’(‘기다려’의 전라도 사투리) 스타일이 반영되기도 했다. “갈등은 있겠지만 무조건 대화해야 한다. 이야기하다 보면 다 풀린다”는 게 김고문의 지론이다.

하지만 신당파 의원들이 여기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신당파의 핵심 L의원은 6월 말경 기자와 쓴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날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신당추진모임의 인선까지 발표하고 그냥 저질렀어야 했다. 그 정도면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은 좀 아쉬웠겠지만 신당 안하겠다던 사람들도 많이 돌아섰고, 그 자리에 기자들만 100명이 넘었다. 이 정도의 여건이 다시 마련될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꼬일 줄 알았다면….”

3/4
글: 이승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목록 닫기

민주 신당파의 가슴앓이

댓글 창 닫기

2021/05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