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TSMC 덕분에 대만은 전례 없이 안전하다”

‘중국 연구 석학’ 밍쥐정 국립대만대 명예교수

  • 최창근 에포크타임스코리아 국내뉴스 에디터

    caesare21@hanmail.net

    입력2024-04-2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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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發 위기 본체는 시진핑과 중국공산당

    • 내·외 취약점 안은 중국은 대만 침공 못 해

    • 대만독립론자가 전쟁 부추긴다? 선전선동에 속지 말아야

    • 대만유사는 한국유사… 인민해방군 침공 시 북한군 남침

    • 한국도 중국공산당 虛張聲勢 파악하고 대처해야

    중국발(發) 복합 위기 공포가 세계를 덮치고 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경제·무역 관계가 긴밀한 한국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한국 정치·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 때문이다. 중국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예측하는 전문가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형편 속에서 일평생 중국과 중국공산당을 연구해 온 한 학자의 분석이 눈길을 끈다. 밍쥐정(明居正) 국립대만대(國立臺灣大) 정치학부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밍쥐정 교수는 중국 광둥(廣東)성이 본적인 외성인(外省人) 2세다. 국민당 정부 고위 공무원이던 아버지는 1949년 중국 공산혁명 후 대만으로 이주했다. 국립대만대 정치학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뒤 미국 로체스터대, 노트르담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립대만대 정치학부 교수, 학부장을 역임했고 국립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 특약연구원, 외교부·경제부·행정원대륙위원회 고문으로 활동했다. 현재 국립대만대 정치학부 명예교수이자 국민당 싱크탱크 국가정책연구재단(國家政策硏究基金會) 특약연구원으로 연구·강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만 NTD(新唐人) TV, 연대뉴스(年代新聞·Era News) 등에 고정 출연하며 정치평론·분석가로 대중적 명성도 얻었다.

    밍쥐정 국립대만대 정치학부 명예교수는 약소국 처지의 조국을 위해 보다 큰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정치학을 전공하고 일평생 중국과 중국공산당 연구에 투신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밍쥐정 국립대만대 정치학부 명예교수는 약소국 처지의 조국을 위해 보다 큰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정치학을 전공하고 일평생 중국과 중국공산당 연구에 투신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중국공산당은 마피아, 사교(邪敎)

    밍쥐정 교수는 “중국공산당은 겉보기보다 취약하며 자유민주 국가들이 힘을 합쳐 대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를 만나 중국, 양안관계, 국제정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는 첫 질문에 답하며 지난날 혈맹(血盟), 맹망(盟邦)으로 불렸던 한-대만 관계를 상기했다.

    한국 방문 목적은 무엇인가요.

    “1992년 한-대만 단교 이전 양국은 친밀한 관계였습니다. 중국, 북한, 구(舊)소련 등 공산전제주의 국가의 침략 야욕에 맞서는 최일선에 있었습니다. 처음 방문한 서울은 매력적입니다. 도시 시설은 현대적이고 깨끗하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을 찾은 것은 중국전략연구소의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 출간 20주년 기념 세미나 연사로 초청받아서입니다.”

    출간 20년을 맞이한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의 의의는 어떠한가요.

    “파장이 컸습니다.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세운 ‘중국몽(中國夢)’의 이면은 겉보기와 다르다는 점을 사람들이 깨닫게 한 것입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공산주의의 미혹(迷惑)에서 각성(覺醒)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산당 연구 권위자로서 파악한 중국공산당의 실체는 무엇인가요.

    “중국공산당은 마피아, 사교(邪敎) 같은 속성을 지녔습니다. 중국공산당은 권력에 병적 집착을 보입니다. 이는 잔혹한 내부 투쟁으로 이어지죠. 투쟁 이론을 당원에게 체계적으로 학습시킵니다. 권력투쟁 과정에서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존엄성을 훼손하는 잔인한 방법 사용을 마다치 않습니다. 지난날 문화대혁명(1966~1976) 시기 공산당 간부, 지식인을 대상으로 집중 자행된 인민재판, 고문 등을 돌이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은 법치(法治) 개념이 부재합니다. 중화권에서 흑사회(黑社會)라 하는 마피아 조직과 유사합니다.

    공산주의 이론은 유물론·무신론에 기반합니다. 종교·신앙을 억압하죠. 사원·사찰·교회당을 파괴하고 종교인을 강제 환속시키기도 합니다. 따르지 않을 경우 투옥하고 목숨을 빼앗기도 하죠. 공산주의의 비조(鼻祖)라 할 수 있는 카를 마르크스는 단순 무신론자가 아니었습니다. 마오쩌둥도 미신(迷信)을 믿었고요. 연구자로서 제가 내린 결론은 공산당은 기본적으로 인간 본성을 짓밟고 존엄성을 훼손하는 컬트(cult·사교)라는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 중국

    밍쥐정 교수는 이론적 토대, 데이터, 통찰력을 바탕으로 중국 문제와 국제 정세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었다. 시진핑 집권 후 권력 강화를 위해 전개하고 있는 ‘반(反)부패’ 운동, 홍콩 민주화운동 강경 진압, 중국에서 시작한 사람이 원인이 된 코로나19 팬데믹 등이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시작된 미·중 전략 경쟁의 추이와 양상도 빠지지 않는다.

    미·중 전략 경쟁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진단하나요.

    밍쥐정 교수는 먼저 국제질서의 본질에 대해서 설명했다. “국제질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형성됩니다. 강대국 간 협상을 통해 형성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특정 강대국이 질서를 정하고 이를 유지하는 이른바 ‘세계 경찰’이 되는 방안입니다. 오늘날 미국 중심 세계질서의 본질입니다. 미국은 세계 경찰로서 공헌하고 있습니다. 다만 ‘세계 정부’는 아니기 때문에 경찰 역할을 하면서 자국 이익도 남몰래 추구합니다. 그러고선 입을 싹 닦고 다시금 경찰 임무를 수행하는 식이죠. 미국은 공로가 있지만 한계도 존재합니다. 미국이 중국과 ‘전략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전쟁’을 벌이는 것은 중국이 기성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밍쥐정 교수는 지난 역사를 돌이켜 봐도 미국이 중국과 일전을 벌이는 이유는 자명하다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나치독일과 전쟁을 했습니다. 나치와 강화를 원했나요? 나치의 패망을 원했습니까? 일본제국과 치른 전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독일과 일본 모두 그 당시 국제질서를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공산당은 늘 자본주의 체제 해체를 원했습니다. 자본주의 국가 미국이 본질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문제죠.”

    자세한 이유를 설명해 주시죠.

    “저는 7가지 이유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중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시진핑은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8번째 인공섬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섬 인근 해역을 자국 영해로 만들고자 하죠. 홍콩 문제 관련해서 영국과 한 약속도 어겼습니다. 1984년 ‘중영공동성명(홍콩반환협정)’ 서명 시 약속한 일국양제 조항을 이행하지 않았죠. 둘째, 중국은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질서를 재편하려 합니다. 국제연합(UN), 세계은행(World Bank),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수 국제기구에 중국인이 포진했고 중국의 이익을 반영합니다. 셋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도 미·중 갈등의 직접 원인입니다. 중국은 전략적 요충지를 점유하려 하는데 이는 구미(歐美) 국가의 안보에 직접 위협이 됩니다. 넷째, 중국의 디지털 위안(元)화 패권 야욕입니다. 다섯째,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침투해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미국 사례를 들자면 프로파간다 수법을 이용해 미국 내 사회갈등을 조장했습니다. 여섯째, 이념과 가치관 충돌입니다. 지난날 소련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잘못된 이론이라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오늘날 중국 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시진핑은 이른바 ‘중국특색사회주의’를 표방하며 민주주의는 혼란스럽고 비효율적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죠. 일곱째, 미국은 중국이 화평굴기(和平崛起)를 내세우며 패권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입니다. 전랑(戰狼)외교가 이를 방증(傍證)합니다.”

    밍쥐정 국립대만대 명예교수. [홍태식 객원기자]

    밍쥐정 국립대만대 명예교수. [홍태식 객원기자]

    중국이 대만 쉽게 침공할 수 없는 이유

    대만해협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2027년, 2035년 등 구체적인 대만 침공 연도를 상정한 시나리오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2027년은 관건의 해입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建軍) 100주년이 되는 해죠. 그해 가을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의 총서기 4연임 여부를 결정하고요. 2028년 1월에는 대만 총통 선거가 있습니다.”

    밍쥐정 교수는 중국과 대만의 외형상 국력 격차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중국 본토 면적은 대만의 267배입니다. 국내총생산(GDP)에서도 중국은 17.96조 달러, 대만은 7591억 달러입니다. 1990~1991년 무렵 중국 GDP가 대만의 2.2배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천양지차라 할 수 있죠. 군사력 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인민해방군·무장경찰은 400만 명 수준입니다. 반면 대만 상비군은 25만 명 정도이죠. 그럼에도 저는 중국이 대만을 쉽게 침공할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합니다.”

    중국이 군사 면에서 양적·질적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침공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중국을 둘러싼 내·외부 제약 요인 때문입니다. 내부 요인으로 먼저 경제·재정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중앙·지방정부의 재정적자, 부동산 위기 등 복합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실질 경제성장률은 당국이 공표한 5%가 아니라 1% 혹은 마이너스일 수도 있습니다. 정치 부문에서는 시진핑 1인 독재체제 강화로 중국공산당 내부 불만이 고조됐습니다. 사회 분야에서는 연간 18만 건의 관민(官民) 충돌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3가지 요인을 종합할 때 중국은 겉보기만큼 강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부 요인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TSMC, UMC 등을 보유한 대만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입니다. 매일 전 세계 화물선의 48%가 대만해협을 통과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인도·태평양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서 대만의 안보와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것은 미국의 중대한 국가 안보 이익 문제라는 것입니다. 만약 대만을 잃는다면 미국의 국가 안보가 크게 위협받을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미국은 대만에서 자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안보 위험이 발생하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역설적이지만 미·중 양국에 끼어 있는 대만은 ‘전례 없이 어렵지만 전례 없이 안전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밍쥐정 교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만에 하나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한반도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중국은 북한에 남침을 사주해 주한미군, 한국군의 발을 묶으려 할 것입니다. 평택 미군기지 타격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 오키나와현에 속한 주일미군 기지 공격 가능성은 높게 봅니다.”

    대만독립주의자로 알려진 라이칭더(賴清德) 총통 취임 후 대만해협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하나요.

    이 질문에 밍쥐정 교수는 반문했다. “혹자는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했다고 비판합니다. 저는 반대로 ‘서방세계가 우크라이나를 돕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합니다. 양안(兩岸)관계에서 중국은 ‘대만독립주의자가 문제다’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합니다. 제가 한 가지 질문을 드리죠. 대만이 독립 노선을 포기한다고 가정하면 양안에 평화가 올까요?”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 독립 성향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운데)가 승리했다. 밍쥐정 교수는 “라이칭더 신임 총통과 민주진보당의 독립 성향이 대만해협 위기 고조의 근본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타이베이=AP/뉴시스]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 독립 성향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운데)가 승리했다. 밍쥐정 교수는 “라이칭더 신임 총통과 민주진보당의 독립 성향이 대만해협 위기 고조의 근본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타이베이=AP/뉴시스]

    ‘중국’과 ‘중국공산당’ 구분 인식 필요

    그는 양안 평화를 해치는 근본 원인은 중국공산당에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중국공산당의 눈에 대만 내에서 독립 성향이 아닌 대만인은 누구이며 독립 성향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중국이 제시한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에 의거한 일국양제(一國兩制) 통일 방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모두 ‘독립’으로 간주한다는 것입니다. 라이칭더 신임 총통과 민주진보당의 독립 성향이 근본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중화민국 국부(國父) 쑨원(孫文)은 민족주의·민권주의·민생주의의 삼민주의(三民主義)를 제창했습니다. 중국공산당은 민권·민생주의나 민주주의를 주제로 논쟁하면 불리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광신적 민족주의’를 내세워 ‘양안 통일 방안을 받아들이라’며 대만을 압박하는 것이죠. 중국공산당은 민주적이지 않습니다. 공산주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요. 대만을 공격할 구실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초점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이 능수능란한 분야이기도 하고요. 요약하자면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대만독립주의자이기 때문에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고조된다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선전선동술에 불과합니다.”

    양안 평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중국공산당 체제의 본질적 변화 혹은 해체입니다. 중국이 ‘중국몽’으로 대변되는 진정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군사력 강화에 편중되고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버려야 합니다. 자유주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균부(均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과 ‘중국공산당’을 구분해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대만 3대 정당(국민당, 민진당, 민중당) 내에서도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에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친미’로 몰아세우기도 하고요. 일부 친공산주의자는 대만 내 무기 배치가 전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격언을 되새겨야 합니다. 무엇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대만이 아닌 중국공산당 정권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약소국 처지였던 조국을 위해 보다 큰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정치학을 전공했다고 소회를 밝힌 밍쥐정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강국 사이에 끼인 처지인 동병상련(同病相憐)의 한국과 대만의 유사점을 강조하며 △안보 △경제 △가치관 등 3가지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어떤 선택이 안보에 유리할까? 어떤 선택이 경제적 이익에 부합할까? 어떤 선택이 우리의 가치관과 들어맞을까? 상기 세 가지 질문에서 해답을 찾아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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