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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선 게이트’ 연루 최성규 전 총경 망명설 내막

7월24일 망명의사 표명… 송환 시기 지연이 목적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최규선 게이트’ 연루 최성규 전 총경 망명설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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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무부는 가와무라 변호사의 ‘고문 가능성’ 언급에 대해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5월5일 한국정부의 송환요청서가 LA연방법원에 접수됐고, 한미범죄인인도협정을 근거로 현재 최 전 총경은 범죄인 인도재판을 받고 있는 단계다. 범죄인 인도재판은 단심(單審)으로 끝난다. 만일 도중에 피의자가 재판을 포기하고 송환에 동의하면 재판은 중지되며 바로 국무부장관이 인도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재판에서 송환결정이 나도 피의자가 송환에 불응, 일종의 불복절차인 인신보호영장제도를 활용해 구금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 미국 대법원까지 3심의 재판을 거칠 수 있어 일명 ‘세풍(稅風)사건’ 주역인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의 경우처럼 송환까지 장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최 전 총경의 정확한 송환시기를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그렇다면 최 전 총경의 망명설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이를 알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최 전 총경측이 미국 이민법원에 I-589 양식(Form I-589)을 접수시켰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I-589 양식의 정식 명칭은 ‘Application for Asylum and for Withholding of Removal.’ ‘송환 회피를 위한 망명신청서’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 이 양식은 미국에 체류중인 외국인이 본국 송환시 받을 정치적·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정치망명을 신청할 때 제출하는 서류다. I-589 양식이 이민법원에 접수되면 송환은 정치망명 가부를 심사하는 이민법원의 결정이 나온 뒤로 미뤄진다.

결국 관건은 최 전 총경이 I-589 양식을 이민법원에 접수시켰는가의 여부다. 취재 결과 I-589 양식은 아직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는 6월26일 법무부에 최 전 총경의 I-589 양식 제출 여부와 조기귀국을 번복한 뒷배경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협조를 구했다.

그로부터 12일째인 7월7일 신경식(39) 법무부 검찰4과장은 “공식채널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가와무라 변호사가 망명 얘기를 꺼낸 것만은 분명하며, 오는 7월24일(현지시각) 망명에 관한 의견서를 이민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란 보고를 받았다”며 “하지만 한국 법무부는 법원에 제출된 의견서가 미국 연방검찰로 통보된 후에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법무부의 답변은 한국 법무부 소속으로 주미한국대사관에 파견중인 법무협력관을 통해 미국 법무부에 공식적으로 사실확인을 요청한 결과물. 따라서 그릇된 정보로 볼 여지는 전혀 없다.

최 전 총경의 망명이 성공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법무부에 따르면 망명신청은 법률적으로 범죄인 인도재판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인도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 다만 그가 ‘정치범’이라 주장하며 망명을 신청하면, 비록 연방법원의 송환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이민법원으로부터 망명신청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송환조치를 취할 수 없다. 즉 이민법원이 ‘정치범’ 결정을 내리면 미국법상 신병 인도를 할 수 없게 되는 것.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게 다수의 견해다.

전형적인 ‘시간 벌기’ 작전에 불과

미국 형사사법제도에 정통한 한 인사의 말이다. “미국 재판부가 예전에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의 ‘정치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최 전 총경도 망명허가를 받아내긴 힘들 것이다. 더욱이 이석희 전 차장은 정치자금 모집이라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 비해 최 전 총경의 공식적인 범죄혐의는 사기일 뿐이다. 최 전 총경이 어쨌든 시간을 벌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수감생활을 했다고 해서 한국으로 송환된 뒤 수형기간이 경감되는 것도 아니므로 최 전 총경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민전문 변호사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유학·이민전문 홍영규 변호사(미국변호사)는 “최근 미국에선 I-589 양식 제출로 미국 영주권을 받으려는 시도(망명에 의한 영주권 신청)가 일종의 유행처럼 돼 있다. 주로 아프리카나 남미 출신 난민들이 많이 낸다. 얼마전 일단의 탈북자들이 I-589 양식을 제출해 정치망명을 허가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 국적의 범죄인에게 망명이 허가된 선례는 없다”며 “다만 망명신청을 할 경우 재판과정에서 최장 2년 가량의 시간을 벌 수는 있다”고 밝혔다.

강성공 LA총영사관 경찰주재관도 “누가 봐도 정치적 탄압이 분명하다면 모를까, 미국에서 타국의 범죄인이 망명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최 전 총경이 송환시기를 지연시키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이에 동의했다.

LA 한인사회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LA한인회 하기환 회장은 7월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오직 사건 의뢰인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미국 변호사들의 특성으로 미뤄볼 때 송환 지연을 위한 절차의 하나로 망명신청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인사회에서 최 전 총경은 별 관심대상이 아니며, 그의 망명이 성공할 것이라 보는 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 전 총경에게 조기귀국 의사가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의 송환시기는 도피중일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그의 의사에 우선권이 있다. 그러나 그 의사는 ‘조기귀국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할 뿐이지 ‘송환당하지 않을 의사’와는 무관하다. 훗날을 기약하는 그에게 쥐어진 칼자루가 예전만큼 날카롭지 않다는 것쯤은 그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신동아 200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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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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