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호

이명박 서울시장 관련 의혹 기업 ‘다스’ 미스터리

형·처남이 대표이사·대주주, 직원은 시장선거 개입했다 구속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4-09-22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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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서울시장 관련 의혹 기업 ‘다스’ 미스터리
    이명박 서울시장은 현재 두 사건에 휘말려 있다. 하나는 지난 2002년 6·13 서울시장선거 당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옵셔널벤처스 전 대표 김경준씨를 상대로 진행중인 민사소송이다.

    그런데 두 사건에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주)대부기공(현 (주)다스·DAS)이 등장해 이 시장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측은 “이상은 회장 소유의 회사이고, 이 시장과는 전혀 무관하다. 관계가 있다면 이 회장이 이 시장의 친형이라는 것뿐”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1987년 이 시장이 현대건설 회장 재임시절 탄생한 다스. 과연 이 시장과는 무관한 회사일까.

    비서 김유찬의 폭로와 도피



    1996년 10월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지검 국정감사장.

    “김유찬(이 시장 전 비서)은 이명박 의원의 실제(명목상으로는 안 그러는데) 소유회사인 대부기공(다스)과 태영개발이 선거자금을 공급하고 선거운동원을 동원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선거에도 상당수 후보가 회계책임자를 이중으로 두어 후보자 관련 회사 경리직원이 실제 회계책임을 맡고, 회사자금을 끌어 쓰거나 회사직원을 비밀리에 선거운동원으로 동원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습니까. 이 두 업체에 대해서.”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조순형 의원이 이명박 의원의 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상황을 묻자 최환 서울지검장이 답변에 나섰다.

    “예, 철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금 조사중이기 때문에 수사내용을 밝힐 수 없을 뿐이지 계속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다스의 관계가 공개석상에서 처음 거론된 순간이다. 당시 이 시장은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로부터 8일이 지난 10월10일, 검찰은 이 시장을 선거법 위반(초과지출 및 기부행위금지)과 범인도피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회계책임자 이모씨와 선거기획단 기획부장 강모씨 등을 구속 기소했다. 이때 강씨의 또 다른 직함은 다스 과장으로, 선거운동을 하면서 급여는 다스에서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이 시장이 선거비용을 총선 법정한도액(9500만원)보다 8400만원 가량 초과 지출했으며, 전 비서 김유찬씨의 해외도피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명박 의원이 친인척이 운영하는 다스를 통해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고 폭로해 이 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발시킨 장본인으로 폭로 직후 해외로 도피했다가 되돌아왔다.

    이 시장은 결국 이 같은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한편 이 시장은 서울고법 항소심 선고 직전인 1998년 2월초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가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재판부 ‘증거부족’ 무죄판결

    이 시장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또다시 선거법 위반혐의로 그해 11월22일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그런데 이번에도 다스가 등장했다.

    검찰이 발표한 이 시장의 주요 혐의는 선거를 앞둔 2002년 2월 출판기념회 행사 중 총무부장 신학수씨 등 선거운동원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불법유인물(이 시장 저서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을 배포해 사전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 이와 함께 신학수씨가 선거기간 중 이 시장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다스 아산공장 관리차장 직함으로 급여를 받은 것이 밝혀져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 위반혐의가 추가됐다. 그러나 서울지법 1심과 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이 시장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상태다. 한마디로 심증은 있을지 모르지만 구체적인 물증이 없다는 것.

    다음은 서울고법 판결문 내용 중 일부다. 먼저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사실.

    “신학수는 피고인(이명박)의 고향 후배로서 1993년부터 1997년까지 피고인이 위원장으로 있던 지구당의 총무부장으로 근무했다. 1997년부터 2000년 5월까지 피고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재단법인 동아시아연구원 총무부장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 6월부터는 피고인의 친형인 이상은이 경영하는 다스 충남 아산공장 관리팀장으로 일했다.

    그러다가 2001년 12월 중순부터 다시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총무팀장으로 일하면서 피고인의 서울시장 출마 기자간담회 및 출판기념회 개최준비, 피고인의 저서 구입 및 배부, 피고인의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 피고인의 무교동 선거사무실 임대차계약 체결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 2002년 4월 설치된 무교동 선거사무실에서도 시설공사, 공간배정 등 총무역할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신학수는 10여년 동안 피고인과의 인연으로 생계를 유지해왔고, 피고인의 주선으로 피고인의 친형인 이상은이 경영하는 다스에서 일하다가 피고인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회사를 사직했다. 다스는 신학수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채 5개월 동안 1350여만원이나 되는 돈을 급여로 지급했다. 아산공장 공장장에게는 이러한 편법적인 업무처리를 할 권한이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이상은이 피고인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회사를 사직한 신학수를 배려해 위와 같이 급여를 지급했고, 피고인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맞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상은 회장과 다스 아산공장장 및 관리팀 직원 등의 진술을 근거로 “정황 사실만으로는 피고인 이명박이 신학수에게 급여가 지급되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며 “검사의 항소 논지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최종심을 남겨두고 있다.

    두 차례의 선거법 위반사건에서 이 시장과 다스의 관계는 세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를 통해서도 그 고리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스, 이 시장 동업자에게 140억 날려

    이 시장과 다스는 현재 미국 LA연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옵셔널벤처스 전 대표 김경준씨와 관련된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신동아’ 7월호 보도). 수백억원대의 금융사기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씨는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 5월 미 연방수사국에 의해 전격 체포됐다.

    이 사건에서 이 시장과 다스의 관계가 세인의 주목을 끈 것은 다스가 김씨에게 투자할 때 이 시장과 김씨는 동업자 관계였기 때문이다.

    자본금 29억8000만원에 불과한 다스는 김씨의 옵셔널벤처스와 무려 190억원의 ‘장기투자일임계약’을 체결했다. 다스가 김씨와 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2000년 3월21일 50억원과 10월2일 50억원, 12월21일 90억원 등 세 차례.

    이 시장이 김씨와 손잡고 사이버 금융거래네트워크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던 무렵이었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다스가 김씨에게 투자한 배경에 이 시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다스측은 이에 대해 “김씨와 투자계약을 체결한 것은 전적으로 회사 경영진의 결정이었을 뿐 이 시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현재 다스는 투자금 190억원 가운데 50억만 회수했을 뿐 140억원을 고스란히 날린 상태다.

    그렇다면 이 시장과 다스는 과연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이 시장과 다스의 관계에 의혹이 제기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설립 당시 주요 임원은 현대건설 출신]

    다스는 현대자동차에 자동차 시트부품을 제조 납품하는 업체로, 1987년 7월10일 설립됐다. 회사측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당시 일본 후지키코에서 부품을 상당 부분 수입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자동차부품 국산화정책에 따라 현대차는 국산화 기술을 보유한 납품업체를 구해야 했다. 납품업체로 지정되면 현대차에 독점납품하게 돼 있었다. 회사를 빨리 설립하지 않으면 다른 회사에 독점권을 뺏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후지키코와 합작해 서둘러 회사를 설립했던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자본금 6억원의 한·일합작업체 다스가 설립됐다. 회사의 자본금 중 66%(3억6000만원)는 한국측이, 34%(2억4000만원)는 일본 후지키코에서 투자했다.

    회사 등기부등본을 보면 최초 임원은 이상은씨와 김성우씨, 일본인(和田正) 한명이 이사로, 박헌진씨가 감사로 등재됐고 이 가운데 이상은씨가 대표이사로 되어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 한국인 임원 세 사람 모두 당시 현대건설 대표이사 겸 회장으로 있던 이명박 시장과 막역한 사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상은씨는 이 시장의 친형이고, 김성우씨와 박헌진씨는 현대건설 출신이다. 특히 김성우씨는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986년 8월까지 현대건설 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시장(19 77~91년 현대건설 대표이사)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김씨는 다스의 대표이사 겸 사장이다.

    회사 설립 1년여 후인 1988년 12월5일 이들 가운데 감사 박헌진씨가 해임되고 그 자리에 김재정씨가 취임했다. 바로 이 시장의 처남이다.

    같은해 12월30일 회사 자본금이 10억원으로 늘었다. 이때 후지키코는 1억원을 추가로 투자, 모두 3억4000만원을 투자해 34%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했고, 한국측도 3억원을 추가해 투자금 6억6000만원에 지분 66%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관련 의혹 기업 ‘다스’ 미스터리

    현대자동차 자동공정시스템 공장 내부. 다스는 1987년부터 현대차에 시트부품을 납품해오고 있다.

    [회사 설립자금 제공자는 김재정]

    그렇다면 한국측 자본금은 누가 낸 것일까. 사기업인 만큼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자료가 극히 제안돼 있어 객관적으로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운 대목이다.

    김성우 사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설립 당시 이상은 회장은 전선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자금이 없었다. 이 회장이 나중에 회사를 정리하면 매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김재정씨가 자금을 댔다. 김재정씨는 서울에 별도의 사업체가 있었기 때문에 회사 경영을 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 회장이 경영을 맡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나중에 증자할 때 김재정씨의 주식을 일부 인수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간간이 발표된 다스의 지분변동을 살펴보면 김 사장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신용평가에서 발표한 1998년 12월31일 결산 당시 다스의 주요주주 주식보유현황을 보면 김재정씨가 49%(14만6000주)로 최대주주였고, 그 다음이 일본 후지키코로 11.4%(3만4000주)를 보유했다. 이때까지 주요주주 명단에 이상은 회장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1999년 말 이상은 회장이 후지키코의 지분 전부를 인수하면서 2대 주주로 등장한다. 현재 다스의 주주 구성은 감사 김재정 48.99%(14만6000주), 회장 이상은 46.85%(13만9000주), 개인주주 김창대 4.16%(1만2400주)다. 김창대씨는 이 시장의 중학교 동창으로 지금도 막역한 사이다. 주주 모두 이 시장의 친인척, 동창 등 개인적으로 이 시장과 매우 가까운 사람들인 것.

    김창대씨는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 시장은 절친한 친구다. 또 이상은 회장은 고향선배이고, 김재정씨는 같은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어 매우 친하다. 회사가 잘될 것 같아 이 회장에게 주식을 좀 달라고 해서 받았다”고 설명했다.

    [후지키코와 이상은 회장간 이상한 거래]

    1999년 이상은 회장이 일본 후지키코로부터 매입한 주식은 모두 3만4000주. 1주당 액면가격 1만원으로 총 액면가는 3억4000만원이다. 그런데 후지키코는 이 주식을 액면가대로 이 회장에게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기업공시자료에 따르면 1999년 말 후지키코 결산자료에 미수입금으로 적힌 액수는 3억4000만원(엔화 3400만엔)이었고 2000년 말 결산자료에는 빠져 있다. 후지키코측에 따르면 이 금액이 바로 다스 주식 매각대금으로 1999년에 주식을 매각하고, 2000년에 매각대금을 받았다는 것.

    日 회사, 11년만에 투자액 절반회수

    후지키코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다스측에서 이 회장에게 매각할 것을 요구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스는 2002~03년 2년 연속 총 매출 2000억여원에 2002년 40억원, 2003년 1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우량기업이다. 이런 회사의 주식을 액면가대로 헐값에 매각했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다.

    특히 후지키코가 다스에 투자한 1987~88년 당시 환율은 1엔당 500~ 600원였고,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한 1999년 환율은 1엔당 1000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지키코는 투자한 지 11년만에 투자금액의 절반밖에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사실 이 회장이나 회사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일본회사 소유의 회사주식을 후한 조건으로 매입했으니 잘된 일이다. 하지만 상식 밖의 주식거래라는 점에서 의문이 남는다.

    다스와 이 회장 그리고 후지키코 사이에 뭔가 다른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편 후지키코측은 설립 초기 자금을 투자한 배경에 대해 “회사(후지키코) 주요 경영진이 다스측 경영진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만 설명하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서울지점은 이명박 소유건물에 입주]

    다스는 1991년 8월31일 서울지점을 개설했다. 주소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12-7 영일빌딩으로 이 시장 소유의 건물이다. 서울지점 주소는 이후 여러 차례 바뀐다.

    1993년 5월18일 서울 서초구 1709-4 영포빌딩으로 갔다가 다시 1995년 9월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14-11 양재빌딩으로 이전한다.

    영포빌딩은 이 시장 소유의 건물로 이 시장이 설립한 동아시아연구소와 대명기업 등이 입주해 있다. 양재빌딩도 이 시장 소유였다가 1994년 12월20일 다스에 공시지가인 15억원에 매각한 건물이다. 그런데 양재빌딩은 지금도 이 시장 소유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가 함께 관리하고 있는 상태다. 양재빌딩 입구에 적혀 있는 임대문의나 상담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면 어렵지 않게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성우 사장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선거 당시 김 사장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설명한 내용이다.

    “양재동 건물관리는 우리가 직접 한다. 해외 비즈니스를 위해 서울지사가 필요했는데, 마침 (이 시장이) 건물을 판다고 하기에 공시지가 수준에서 매입했다. 사무실도 만들었지만 미국과 비즈니스가 잘 안돼 철수하고 여직원 한 명만 남겨놨다. 그런데 이 회장이 이명박 서울시장선거를 좀 도와주라고 해서 (여직원이) 파견 나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여직원은 대부기공 소속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 여직원과 이 회장도 선거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

    김 사장은 “다만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서 혹시 건물 임차를 하려고 온 사람이 있으면 우리에게 바로 연락을 해달라고 김재정씨에게 부탁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설명처럼 다스 서울지점은 언제부터인가 다시 영포빌딩으로 옮겨 한동안 존재했다. 서울지점이라고 해봤자 이상은 회장을 위한 사무실과 개인 여비서 한 명뿐이었다. 서울시장선거 이후 서울지점은 사실상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돈 남아돌 때 최대주주 집 담보대출]

    다스가 김경준씨가 운영한 투자자문회사인 BBK와 190억원의 장기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한 이유에 대해 김성우 사장은 “자금에 여유가 있었고 당시 은행이율이 낮았다”면서 “자금운용 문제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전문가와 상의하다가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0%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스가 투자한 시점은 2000년이다. 그런데 그 시기 최대주주인 김재정씨는 자금난에 시달렸다. 김씨는 2000년 10월11일 자신의 논현동 집을 담보로 자신이 운영하던 태영개발 명의로 4억원(근저당권 4억4500만원)을 대출해야 했다. 결국 김씨의 논현동 집은 2002년 6월 다른 회사에 넘어갔다.

    회사 등기부등본에 나타난 김씨의 거주지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N아파트인데 소유주는 다른 사람이다.

    김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다스는 여유자금이 넘쳐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정작 사주인 김씨는 자금난으로 허덕이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김씨는 명의만 빌려준 것일까. 김씨는 이에 대해 “주식은 내 소유가 맞다”고 주장했다.

    [위조 가능성 높은 이사회 회의록]

    ‘2000년 3월21일 13시, 대부기공(주) 회장실. 출석이사 총원 4명 중 3명. 의장인 대표이사 김성우는 회의가 적법하게 성립되었음을 선언하고 다음 안건을 부의하여 심의를 구한다.

    안건은 BBK 투자자문(주)의 투자에 관한 건. 투자종별 : 투자일임계약, 투자기간 : 상환 요청시까지. 결의내용 : 출석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위 안건을 의장 김성우에게 위임하기로 가결함.’

    다스의 이사회 회의록 내용이다. 그 하단에 공동대표이사 이상은, 김성우 그리고 감사 김재정씨의 인감이 찍혀 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재정씨는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김씨와의 일문일답이다.

    -다스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는가.

    “그렇다.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다. 다른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명의만 빌려준 건가.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이다.”

    -BBK라는 회사에 대해 아는가.

    “잘 모르겠다.”

    -회사가 투자를 잘못해서 140억원을 공중에 날렸는데 모르는가.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대주주로서 투자결정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나.

    “참여하지 않았다. 추후에 이야기만 들었다.”

    [김재정씨,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 때 하도급업체 운영]

    다스 직원 가운데 ‘김재정’이라는 이름은 물론 김씨가 회사 감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김씨가 최대주주라는 것도 잘 모른다. 김씨가 회사에 나간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1980년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현대건설에 근무했던 임원 중 김씨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현대건설의 한 전직 임원은 김씨에 대해 “웬만한 사람이면 이명박씨 처남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현대건설 공무부 출신인데 이명박씨가 현대건설 회장일 때 협력업체를 만들어서 도급을 많이 받았다. 그건 사실이다. 기록에 다 남아 있는 거니까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한번은 정주영 회장이 임원회의에서 ‘현대건설 하도급문제와 관련해 간부급 이상의 친인척에게 하도급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덧붙이면서 “이명박씨가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현대건설과 김재정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의 하도급 관계도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임원에 따르면 1991년 12월31일 간부회의에서 정주영 회장이 “오늘부로 나와 이내흔, 이명박 이렇게 세 사람은 회사를 그만두고 정치에 나설 것이다”라고 선언한 이후 정 회장과 이 시장의 관계는 끝났다. 정 회장과 이 시장은 그 이후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현대건설 전직 임원들의 설명대로라면 다스가 설립될 당시 김씨는 현대건설 하도급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현재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여기까지다.

    이 시장이 현대건설 회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김씨가 현대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김씨가 다스 설립 자금으로 제공했다는 돈의 출처도 알 길 없다. 막연한 추측만 가능할 뿐.

    “나와는 아무 관계 없다”

    다스 김성우 사장은 회사와 이 시장의 관계에 대해 “내 명예를 걸고 다스와 이명박 시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과 다스가 김경준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정동수 변호사도 “별도의 경로를 통해 소송을 맡게 된 것”이라고 전제하고 “김경준측에서 다스가 이 시장의 회사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전혀 사실과 다르다. 이 시장은 다스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변했다.

    이 시장과 다스로부터 소송을 당한 김경준씨는 미국LA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서 “이명박과 다스는 사실상 한 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시장도 얼마 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다스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대부기공과는 어떤 관계인가.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친형인 이상은씨가 운영하는 회사인데.

    “형님이 창립한 회사인데 이름만 대주주고 운영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질적인 운영은 안하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연세가 많아서 운영은 안하고 있다.”

    -처남인 김재정씨가 회사 최대주주다.

    “(두 사람이) 창업을 같이했다. 그런데 운영은 아마 전문경영인이 하고 있을 것이다.”

    -사장 김성우씨는 현대건설 출신인데 모르는가.

    “이상은씨가 (누군가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뽑은 것 같은데, 그때는 잘 몰랐다. 그 사람이 입사했을 때는 아마 사원이었을 것이다.”

    -김성우 사장은 현대건설 부장 출신이다. 지금 회사 공동대표인데.

    “나는 잘 모르겠다.”

    이명박 시장과 다스, 정말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일까. 충남 아산시에 소재한 다스 아산공장 한 관계자는 “회사가 이명박 시장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 외에도 아산공장에서 만난 여러 직원의 공통된 전언이다. 물론 이들의 이야기가 객관적 사실에 의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시장의 선거법위반사건에 대한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에 이런 내용이 있다.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해야 한다. 이 정도의 증거라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만일 이런 증거원칙이 없다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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