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호

‘현재진행형’ 굿모닝시티사건 뒤집어보기

‘50년 임대권’이 ‘소유권’으로, 헷갈리는 피해자들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4-11-23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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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자협의회, “수백억대 윤창열 비자금 새로 발견” 주장
    • 계약서상 부지매입금 2300억, 실거래가는 1800억
    • 윤창열, ‘소 취하’ 조건으로 계약자협의회에 ‘투자회수 협조’
    • 윤창열 괴롭힌 알박이꾼 검찰 내사중
    • 협의회 집단행동 현행법 위반
    • 윤창열, “비자금은 무슨, 토지매입비 1830억·명의이전비 6%·명도비 290억 도합 2300억 맞다” 반박


    ‘현재진행형’ 굿모닝시티사건 뒤집어보기
    “우리의 목표를 90% 정도 이룬 것 같습니다. 사업 예정부지 중 아직 계약하지 못한 1필지만 추가 매입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착공하면 100%를 달성하게 되는 셈이죠. 우리 모두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건물이 완공될 2007년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말이죠.”

    굿모닝시티계약자협의회(이하 협의회) 조양상 회장의 말이다.

    2003년 6월 굿모닝시티 전 대표 윤창열씨의 구속과 회사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굿모닝시티 개발사업이 정상궤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업 중단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협의회의 계획대로라면 상당한 투자수익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1년 말과 2002년 초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굿모닝시티 임대분양 당시 계약자들은 회사와 ‘50년 장기 임대권리’ 매매계약을 맺었는데, 그것이 지금은 ‘소유권’으로 업그레이드 된 상태다. 법원이 법정관리를 인가하면서 인정해준 권리다.



    따라서 건물이 완공되면 그 재산적 가치는 더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계약자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고생한 만큼의 보람을 찾게 되는 셈이다. 당초 올해 말로 예정됐던 건물 완공이 3년 이상 지연되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보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협의회 한 임원은 “향후 두세 배 이상 재산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하면서 “지금은 건물이 완공될 때까지 아무런 탈 없이 일이 진행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결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회사부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금도 굿모닝시티 법정관리를 둘러싸고 협의회측과 윤창열씨측은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대단하다. 양측은 때에 따라 협상도 병행한다. 윤씨는 협의회측에 고소 취하를 요구하고 있고 협의회는 윤씨에게 투자자금 환수협조를 조건으로 물밑협상을 진행중이다.

    불과 17개월 전 3200여명의 분양계약자들이 3735억원을 모두 날렸다며 분개하고, 윤씨를 희대의 사기꾼으로 내몰던 모습과는 천양지차다. 또 그 사이 ‘토지 알박기’ ‘명도 알박기’ 등 새롭게 드러난 각종 비리는 복마전을 연상케 한다. 과연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재산수호단’ 무리한 반환요구

    굿모닝시티 사건은 2003년 6월19일 서울지검 특수2부가 굿모닝시티 회사 사무실과 대표 윤창열씨의 자택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처음엔 단순한 횡령사건으로 보도됐으나 곧 당시 민주당(현 열린우리당) 정대철 김한길 허운나 강운태 의원 등 정치권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검찰, 경찰, 공무원 등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초대형 게이트’로 확대되기에 이른다.

    당시 사회적으로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 사건과 관련해서 신문과 방송·통신 등 전 매체는 연일 폭로성 보도를 쏟아냈다. 누구보다 가장 가슴 졸이며 이 사건의 추이를 지켜본 사람은 다름 아닌 분양계약자들. 이들은 분양계약금을 송두리째 날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후 계약자들은 협의회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벌이면서 전 국민을 상대로 자신들의 피해를 호소하고 나선 것. 집단의 힘은 무서웠다. 어떤 형태로든 윤씨에게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사람이나 단체가 그 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불법을 저지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진 반환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협의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7월15일 민주당 허운나 김한길 의원이 정치후원금으로 받은 1000만원씩을 되돌려줬다. 다음날에는 뽀빠이 이상용씨가 개런티로 받았던 200만원을 반환했다. 7월18일에는 강운태 의원 보좌관이 1000만원을 들고 협의회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러나 4억원의 뇌물수뢰혐의를 받고 있던 정대철 의원과 7억원의 기부금을 받은 연세대, 굿모닝시티 전직 임원 등은 반환을 거부했다. 그러자 굿모닝시티 계약자들은 물리력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재산수호단’을 조직해 강제인수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7월24일 연세대를 방문해 반환을 요청하고, 29일에는 정대철 의원의 집으로 700명이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결국 다음날인 30일 오후 정 의원은 비서관을 시켜 4억2000만원을 되돌려줬다. 자진 반납한 허운나 김한길 의원의 경우 계약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반면 정 의원은 돈을 돌려주고도 좋은 소리 한마디 듣지 못했다.

    연세대가 끝까지 버티는 모습을 보이자 8월9일 계약자 1900여명은 대학 정문에 집결해 기부금 반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연세대 앞 시위는 연일 계속됐고 심지어 이사장 집 앞에서까지 시위를 벌였다. 결국 협의회는 연세대로부터 법원 ‘변제공탁’을 통해 7억원을 반환받았다.

    재산수호단은 이 같은 방법으로 전 한양 사장 박종원씨에게 5000만원, 가수 하모씨로부터 1억원, 탁병오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부터 1000만원, 굿모닝시티 전 이사 송모씨로부터 회사에서 받은 전별금 40억원과 감사 강모씨로부터 15억원에 대한 반환약속을 받아냈다.

    한편 협의회는 계약자들의 집회 참가 및 협의회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회원등급제’를 실시했다. 회비를 내면 10점, 찬조금 10점, 물품 10만원에 10점, 봉사활동 1일 4시간 이상 10점, 집회참가 10점 등 점수를 부과한 것. 집회참가 점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7월3일 토지사기단 성토 비상집회에서는 1인당 300점, 4인 가족 기준 1200점을 인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환수조치가 현행법상 적법한 절차가 아니라는 것. 변호사들에 따르면 분양계약자는 회사 또는 윤창열씨의 투자금을 직접 회수할 권리가 없다. 계약자들은 계약을 해제하기 전까지 회사를 상대로 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권’을 가질 뿐이다. 계약을 해제해야 비로소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이 발생한다.

    그렇더라도 회사 또는 윤씨의 투자금을 마음대로 반환받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협의회가 개인들에게 반환받은 돈은 대부분 회사 또는 윤씨가 행사할 수 있는 채권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계약자들이 이런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돈을 반환받을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라는 이유로 집단행동이 사회적으로 묵인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어느 누구도 3200명이나 되는 피해자들 앞에서 불법행위라며 막아서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한 변호사는 “현행 형법상 자력구제는 누군가 자신의 재물을 가져가는 것을 본 순간 되돌려 받는 행위만을 예외로 두고 있을 뿐 원천적으로 불법”이라며 “그 이외에는 어떤 경우라도 상대방 또는 제3자로부터 돈이나 물건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는 민법절차에 따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2003년 9월26일자로 굿모닝시티 ‘회사재산보전처분명령신청서’와 ‘회사정리절차개시명령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 결과 한달 남짓 지난 10월22일 법원으로부터 회사정리절차개시명령이 내려졌다. 회사는 이때부터 사실상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다.

    윤창열과 조양상 ‘엇갈린 주장’

    협의회는 이에 앞서 회사정리 방향을 놓고 윤창열씨측과 수차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협의회 조양상 회장은 검찰의 양해하에 8월2일 서울구치소에서 윤씨를 만났다. 조 회장은 이날 윤씨로부터 “굿모닝시티 사업과 관련한 모든 권리를 양도한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에 대한 조 회장의 설명이다.

    “윤창열씨는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계약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상가를 빨리 지어서 되돌려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모든 권리를 양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며칠 후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대표권을 포함한 권리일체를 위임받기 위해 구치소로 서류를 가져갔는데 면회를 피했다. 얼마 후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아무것도 넘겨줄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다. 그리고 8월26일 대표이사가 한칠성씨로 바뀌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한 이야기가 모두 거짓이었다. 우리가 속았던 것이다. 결국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서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윤창열씨의 주장은 조 회장의 설명과 다르다. 윤씨측 이야기다.

    “처음에 분명히 굿모닝시티 건축과 관련한 모든 권리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조 회장도 그걸 요구했었다. 그런데 이틀 후 구치소로 보내온 서류를 보니까 회사의 모든 권리를 달라는 것이었다. 조 회장을 믿을 수 없었고 기분도 많이 상했다. 지나친 요구였다. 채무는 놔두고 모든 것을 가져가겠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조 회장의 면회를 거절했던 것이다.”

    협의회측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기 시작하자 윤씨측은 계약자들을 상대로 공개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외부투자를 전부 회수하고 법정관리로 갈 경우 손해가 크다. 1군 건설사의 책임시공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금융기관에서 장기 저리로 중도금과 잔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진행형’ 굿모닝시티사건 뒤집어보기

    2003년 7월30일 정대철 의원이 윤창열씨에게 받은 4억2000만원을 보좌관을 통해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에 반환하고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에 대해 “혹시나 하고 윤씨가 언급한 1군 건설사인 P건설에 직접 확인해보니 전혀 사실과 달랐다”면서 “P건설은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회사와 왜 거래를 하겠느냐며 펄쩍 뛰었다”고 반박했다.

    이때부터 법정관리를 둘러싼 협의회와 윤씨 간에 법정공방과 신경전이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굿모닝시티 전 대표이사 한칠성씨 등이 제기한 ‘2003년 10월22일자 서울지법의 회사정리절차개시 결정에 대한 취소소송’이다. 한씨는 협의회의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 자격을 문제 삼았다. 회사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항고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제30민사부는 “부적법하거나 이유가 없다”며 기각결정을 내렸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굿모닝시티는 무조건 남는 사업

    윤씨측이 이처럼 법정관리절차를 끈질기게 방해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윤씨가 소유하고 있던 회사주식 100%가 모두 소각되기 때문이다. 현재 윤씨의 주식은 회사정리절차에 따라 95%가 소각된 상태고 나머지 5%도 회사가 정상화되면 유상증자 과정을 거쳐 사라지게 된다. 윤씨 입장에서는 모든 재산을 날리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법정관리가 취소되면 윤씨의 주식은 모두 되살아나게 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굿모닝시티 상가건설의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윤씨측의 계산대로라면 실제 1000억원대의 수익이 발생한다. 1차 중도금 미납금 및 2차 중도금, 미분양분을 추가 분양할 경우 향후 예상 수입총액은 약 4639억원. 이에 비해 향후 사업지출액은 계약된 2필지 및 미계약 부지 1필지 매입비용 1154억원과 명도비 108억원, 공사비 1378억원, 차입금 채무상환 1041억원 등 총 3681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수입과 지출의 차액 958억원이 모두 수익금이 된다.

    협의회측도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비슷한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서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은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가능하다. 계약자들이 미납금과 중도금을 제대로 납부해야 하고, 아직 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부지 3필지 매입, 그리고 관할구청의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파산재판부도 이를 전제로 법정관리를 인가해줬다.

    얼핏 보기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협의회는 부지매입 문제 때문에 오랜 기간 난관에 봉착했다. 법원의 회사정리절차 개시결정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지매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터무니없이 높은 땅값을 요구하는 부동산 소유자들과의 협상이다.

    윤창열씨는 구속되기 직전까지 사업부지 가운데 3필지(경기여객, 풍아빌딩, 신광빌딩)에 대해 소유권을 이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 가운데 경기여객과 풍아빌딩 등 2필지는 매매계약만 체결했고 신광빌딩 1필지는 매매협상중이었다.

    윤씨는 경기여객 부지를 2001년 8월1일 평당 1억2500여만원씩 총 566억1500만원에 매입계약을 체결하고 2002년 5월까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함해 103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구속 당시 미지급금은 464억원. 윤씨는 또 풍아빌딩을 2003년 1월17일 평당 무려 2억8879만원씩 145억여원에 사들였다. 이 중 계약금 15억원이 지급됐고 130억원이 미지급금으로 남았다. 국내에서 최고 비싼 땅이 평당 1억2500만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계약된 셈이다. 이 땅의 평수는 불과 50평. 이른바 ‘토지 알박기’의 전형이다.

    협의회를 힘들게 하는 것도 바로 이 3필지 문제다. 협의회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봉착했다. 가장 비싸게 계약된 풍아빌딩 소유자는 윤씨와 계약한 금액 그대로를 요구한 반면, 경기여객 소유자는 20%(346억원)에 달하는 연체이자를 물던지 아니면 평당 2억원에 재계약(246억6000만원 추가)할 것을 요구한 것.

    남은 1필지인 신광빌딩 소유주와의 협상도 만만치 않았다. 179평 규모의 땅에 대해 평당 1억7500만원씩 총 313억2000여만원을 요구했다.

    그렇다고 협의회 입장에서 마냥 협상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지난 7월 법원으로부터 어렵사리 받아낸 법정관리의 최우선 조건이 부지매입이었기 때문이다. 또 내년 초 건물 착공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시간이 별로 없었다. 협의회는 결국 풍아빌딩과 신광빌딩 소유주들이 요구하는 조건대로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경기여객 부지가 바로 현재까지 협상중인 마지막 1필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기존의 매입부지 가운데 필지가 관할등기소 등기관의 실수로 이중보존등기가 돼 있었고, 토지사기단이 이를 이중매매한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관할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계약자들은 다시 거리로 나서는 한편 협의회는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법원의 판단을 구했다. 다행히 법원에서 경정등기(등기의 일부에 착오(錯誤) 또는 유루(遺漏)가 있을 때 그것을 시정하기 위하여 하는 등기) 신청을 받아줬다. 하지만 여진은 남아 있는 상태다. 상대방측이 소유권확인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정리담보권자들이 협의회의 발목을 잡았다. 법정관리 인가를 위해서는 이들의 동의가 필수다. 현재 굿모닝시티의 정리담보권자는 대한화재해상보험(219억원-의결권 41.88%), 전일상호저축은행(125억원-24.04%), 동양종합금융증권(70억원-13.42%), 동양생명보험(70억원-13.49%), 그린시엔에프(37억원-7.18%) 등이다.

    이들 중 대한화재는 동의 조건으로 모든 채권을 올해 안에 변제해줄 것을 요구했고, 동양종합금융과 동양생명은 이자율을 6%에서 8%로 높여달라고 했다. 또 그린시엔에프는 회사정리절차 개시결정 후 법원에 신고했다가 부인당한 114억원의 채권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협의회 입장에서는 산 넘어 산이었다.

    7월30일로 파산재판부의 법정관리에 따른 정리계획안 인가 결정을 위한 관계인집회일이 예고되면서 협의회는 정리담보권자들을 상대로 끊임없는 설득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회사정리법상 정리계획안 통과기준인 정리담보권자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와 정리채권자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낸 것이다. 협의회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명도 알박기’ 문제가 불거졌다. 명도문제는 건물 임대차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임대차인의 임대기간이 남아 있을 경우 그에 따른 보상을 하고 명도를 이전해야 철거가 가능하다. ‘명도 알박기’는 철거 예정 건물에 의도적으로 장기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막대한 보상금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윤창열씨도 그 피해 당사자 중 한 사람이다. 지난 8월 초 경기여객 건물의 임대차인 L씨의 친척 K씨는 협의회에 윤씨로부터 부당이득을 취한 L씨의 비리사실을 제보했다. “L씨가 2001년 건물을 매입한 윤씨를 상대로 임대계약기간 1년짜리 계약서를 10년 또는 15년으로 위조해 172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K씨는 협의회에 L씨가 위조한 전대차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증거로 제시하면서 검찰에 고발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L씨는 윤씨에게 받은 명도대금 이외에 추가로 60억원 이상을 협의회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의회는 L씨에 대한 고소를 미루고 있다.

    K씨는 이와 관련 “협의회 조 회장이 L씨를 고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두둔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유착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K씨는 윤씨측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고, 이에 윤씨는 L씨를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조 회장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회장은 “검찰이 윤창열씨 사건 수사 당시 L씨의 혐의에 대해서도 내사를 했는데 구체적인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종결지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L씨와 협상을 통해 명도문제를 빨리 매듭짓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건물을 착공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현재 검찰은 L씨의 비리혐의에 대해 내사중이다. L씨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도 내려진 상태다. 담당 검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사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떤 내용도 이야기할 수 없다”며 “11월 말까지는 조사를 끝낼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윤창열과 조양상의 거래

    한편 협의회와 윤씨는 모종의 협상을 진행중이다. 협의회는 투자금을 반환받기 위해서 윤씨의 도움이 필요한 입장이고, 윤씨는 협의회에서 형사고소건(사기)을 취하해줘야만 조만간 열릴 항고심에서 형량을 감경(減輕)받을 수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분명 있는 것이다.

    양측이 교감을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은 종로 ‘텍스코 JRT’ 투자금 환수절차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윤씨가 텍스코 JRT에 투자한 자금은 57억1000만원으로 회사지분의 60%에 해당한다. 그러나 윤씨는 동업자인 Y씨로부터 사기를 당했다. Y씨가 윤씨의 자금으로 당초 계획했던 종로개발 사업부지를 매입한 것이 아니라 아들 명의로 다른 건물을 사, 그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것. Y씨는 또 A건설사로부터 동업을 조건으로 10억원을 받았지만 사업을 진행시키지 않았다.

    협의회는 윤씨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A사로부터 귀가 솔깃해질 만한 제안을 받았다. 윤씨가 Y씨를 공금유용 및 횡령죄로 형사고발 해주면 그 대가로 투자금 57억1000만원에 사업수익금 100억원을 추가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당초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던 윤씨는 한 차례 번복했다가 결국 Y씨의 고소장에 서명했다. 윤씨측은 “이번 일로 협의회측에서 고소를 취하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는 없는 상태”라며 서운해했다.

    하지만 협의회측은 이 정도로 소송을 취하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윤씨가 숨겨놓은 더 큰 규모의 비자금을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그럴 만한 근거도 갖고 있다는 것.

    조 회장은 조심스레 “윤씨의 추가비자금과 관련된 단서를 잡았다”면서 “일부 자금이 또 다른 재개발사업에 투자된 것으로 보이고, 검찰에서도 내사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비자금의 출처는 다름 아닌 부지매입 과정에서의 이면계약. 협의회는 그동안 굿모닝시티 또는 윤씨의 투자처에 대해 끊임없이 추적해왔다. 부동산 매입대금의 적정성도 따져봤다. 그 결과 매매계약 서류상 가격과 실제 거래한 가격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18-OOO번지의 경우 계약서상 거래가격은 88억2200만원으로 돼 있지만 실거래 가격은 68억7000만원이었다. 19억5200만원의 차액이 발생한 것이다. 또 다른 부지인 18-OO△번지는 68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18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무려 49억60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18-OO□번지의 경우는 서류상 계약가격 34억1000만원보다 13억9500만원이 적은 20억1500만원에 실거래된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시공 협의회가 방해

    조 회장은 “윤씨가 매입한 부지의 실거래가는 모두 1764억7000만원으로 검찰이 발표한 토지매입금 2300억원(분양수수료와 경비 930억원 별도)과 비교할 때 차액이 650억원에 달한다. 또 장부상 가격 2001억7400만원과 비교해 봐도 240억원이 적다”면서 “최소 240억원에서 최대 650억원의 자금이 어디론가 사라진 셈”이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검찰이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비자금을 고리로 윤씨가 외부에서 얼마를 끌어들여왔고 얼마를 어디에 썼는지, 또 로비를 했다면 어떤 사람들에게 얼마의 자금이 전달됐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씨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윤씨는 “비자금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마구 떠들어대는 것일 뿐”이라며 “토지매입비용 1830억원에 명의이전비 6%, 명도비 290억원이 들어갔는데 이것을 합하면 2300억원이 된다”고 반박했다. “검찰도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씨측 한 관계자는 “윤씨는 건물이 하루라도 빨리 지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1군 건설사로부터 책임시공을 약속받았었다. 그런데 협의회측 관계자들이 그 건설사 사장실을 점거농성하면서 물거품이 된 일이 있다”며 “무조건 법정관리를 반대했던 것이 아니다. 불필요하게 높은 이자를 물면서 중도금을 내야 하는 계약자들이 안쓰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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