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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왕보수’의 눈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실체

‘무한 전진’ 전술로 ‘체제 사수’ 나선 우익 기동타격대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왕보수’의 눈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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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8·15 국민대회’ 이후 상설 집행기구화
  • ●300여 보수단체 총결집, 1~2주 간격 릴레이 집회
  • ●평시엔 운영위원회 체제, 국민대회 땐 외연 확대
  • ●“한나라당은 소신, 철학, 수권능력 없는 잡탕”
  • ●‘신동아’ 보도로 경제단체 지원 끊겨… 국민 후원회비로 행사비 전액 충당
  • ●‘9·9 원로 시국선언’ 주도 인사들과 불협화음
  • ●우익 대변할 정당 창당엔 내부 의견 엇갈려
‘왕보수’의 눈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실체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주도한 ‘10·4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

“국론분열 지양하고 민생안정 이룩하자!”“수도이전 비용으로 민생경제 살려내라!”10월28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광장. 서울시의회 주최로 열린 ‘수도이전 반대운동 보고대회’에 2500여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이날 행사는 정부여당의 행정수도이전 방침에 강력 반발해온 시민들이 그간의 반대운동을 결산하고,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자축하는 자리.

국민의례-애국가 제창-경과보고-인사말씀-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서울의 찬가’ 합창 순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 걸린 시간은 불과 40여분. 참가자 상당수는 50∼70대였다. 이들은 예전 보수단체 집회에서 흔히 대할 수 있던 비장감이나 결연함 대신 ‘승리감’을 한껏 만끽하는 듯했다.

행사장 외곽을 둘러 설치된 부스에선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살리기 국민운동본부(약칭 ‘안경본’)’ 주관, 반핵반김국민협의회 후원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1000만인 서명운동’도 벌어졌다. ‘어제는 대통령, 오늘은 총리, 내일은 여당 의장! 막말하는 집권여당, 대한민국이 ‘저주의 굿판’인가? 갈등전략 중단하라!’는 자극적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내걸렸다.

행사장에서 마주친 신혜식(37)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변인은 “우리(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이번 행사를 주최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회원들이 많이 참석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행사장엔 북한인권운동가로 알려진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도 눈에 띄었다.

당초 이날 행사는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포함된 ‘수도이전 반대 범국민운동연합’이 ‘수도이전 반대 범국민 궐기대회’라는 규탄집회로 치를 예정이었지만, 행사를 앞둔 10월21일 헌재의 위헌결정이 나옴으로써 서울시의회 주최 행사로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14일 뒤인 11월11일, 반핵반김국민협의회는 서울 광화문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회원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4대 악법 저지 국민행동대회’를 개최, 다시 한번 다중(多衆) 앞에 그 존재를 드러냈다. 이날 ‘악법(惡法)’으로 지목된 법안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을 비롯해 과거사진상규명법,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으로 여당이 추진중인 이른바 ‘4대 개혁입법.’ 반핵반김국민협의회는 “대한민국을 죽음으로 몰고 갈 사대악법(死大惡法)의 입법을 총력을 기울여 저지할 것”이라 결의했다.

‘브레이크’ 없는 보수단체 집회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이하 국민협의회). 지난해 3·1절을 기점으로 시작된 보수진영의 ‘총궐기’ 때마다 전면에 나서는 이 단체의 실체는 무엇인가.

‘반핵’은 ‘反核’을, ‘반김’은 ‘反김정일’을 뜻한다. 명칭부터 독특한 이 단체가 실질적으로 주도한 최대 규모의 집회는 바로 10월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연 ‘국보법 사수(死守) 국민대회’(이하 ‘10·4 국민대회’)다. 일부 대형 교회가 주최한 구국기도회를 겸한 이날 집회는 지난 3월 진보진영의 탄핵반대 촛불시위 이후 최대 인파인 10만여명(경찰 추산, 주최측 주장은 30만명)이 운집한 보수진영의 ‘거리투쟁’이었다.

참여단체는 무려 160여개, 공동대회장만 해도 20명으로 그중 6명이 전직 국무총리였다. 경찰이 물대포까지 동원한 이날 집회를 국민협의회는 스스로 ‘의거’라고 표현했다.

이 매머드급 집회를 이끈 국민협의회는 언제 어떻게 태동한 것일까. 사실 국민협의회는 지난해 세 차례 열린 보수진영의 대규모 집회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보수진영은 지난해 3월1일 ‘반핵반김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경찰추산 7만명 참가), 6월21일 ‘반핵반김 한미동맹 강화 6·25 국민대회’(11만명), 8월15일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 국민대회’(1만5000명)를 잇달아 개최, 진보진영을 겨냥해 보수세력의 기세를 한껏 과시한 바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1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두 차례 개최한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가 보수진영 인사들의 이목을 끌면서 10여개 보수단체가 연합한 ‘구국협의회’가 만들어졌다. 이들이 첫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이 국민대회의 시초인 3·1절 대회다.

보수진영에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 획득의 기폭제로 작용한 이 국민대회들로 상시 최소 1만명 이상 동원능력을 갖추며 세를 불린 보수단체들이 연대해 상설 집행기구를 출범시킨 것이 바로 국민협의회다. 다시 말하면 국민협의회의 뿌리는 역대 국민대회 집행위원회이고, 국민협의회는 이 집행위원회 조직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것으로, 보수우익세력을 총망라한 협의체라 볼 수 있다. 당시 국민협의회 결성을 처음 주장한 단체는 자유시민연대(상임공동대표 임광규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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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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