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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행정수도 위헌결정’ 후폭풍

‘헌풍(憲風)’, 정계개편 불씨 되나

與 보혁갈등 일촉즉발, 野 강경·소장파 내분, 충청권 ‘관변 신당’ 출현?

  • 글: 허민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minski21@naver.com

‘헌풍(憲風)’, 정계개편 불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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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의 후폭풍은 노무현 정부와 여당에 우선적으로 불어닥쳤다. 노무현 정권의 국정과제 1순위이자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던 신행정수도 건설이 좌절됨으로써 노무현 정부의 모양새는 말이 아니다. 여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4대 법안 등 각종 개혁법안의 입법 방침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최근 “산이 높으면 돌아가야…”라며 개혁법안 처리에 속도조절 의지를 밝혔고, 당 내에서는 개혁법안들의 우선순위 재조정 논의가 이어졌다.

문제는 이 정도에서 그칠 것 같지가 않다는 점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은 지난 3월의 대통령 탄핵 국면보다 현 정권에 더 치명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통령 탄핵은 여론을 무시한 야당의 자충수가 되어 제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대통령과 정권에 오히려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번엔 각종 여론조사에서 헌재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고 있다.

“남은 3년 국정운영 제대로 될지…”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김세걸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이 정권의 진퇴를 걸겠다고까지 한 정책이 좌절됨으로써 정부 여당이 입은 충격은 심대하다”며 “더구나 지금은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헌재 파동까지 겹쳐 현 정권이 남은 3년간 정책을 제대로 추진해낼지 의문이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과 같은 사태가 몇 차례 반복되면 노 대통령은 급격히 힘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미 참여정부가 역사상 유례 없는 정권 초반 레임덕(권력누수현상)에 빠졌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은 헌재가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는 차원을 떠나 향후 정국 운영 방식을 다시 짜야 할 만큼 복잡하다. 특히 헌재의 이번 결정은 ‘노무현 정부와 여당이 주요 정책을 밀고 나갈 힘이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짚어보게 한 사건이다. 행정학이나 의회정치학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번 헌재 결정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힘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권 초반기이지만 이 상황이 여권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물론 정권 초반기의 위기는 역대 정권에서도 있어 왔다. 정권 초반기에 개혁을 외치며 의욕과잉을 보이다가 대형 위기국면을 맞아 내리막길을 걸은 사례가 적지 않은 것.

김대중 정부 때는 집권 1년 만인 1999년에 터진 의약분업 파동으로 권력이 흔들렸다. 집권 1년동안 50~60%대를 유지하던 김대중 정권의 지지율은 30%대까지 추락했다. 의약분업 파동은 이후 4년 내내 김대중 정부를 흔들었다.

김영삼 정부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집권한 지 1년밖에 안 된 1993년 말 우루과이라운드협상(UR) 타결과 쌀 시장 개방 결정으로 정권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은 것. YS는 그해 12월 시장 개방 10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쌀 시장 개방 협상을 끝낸 후 대국민 사과담화를 발표하고, 이회창 국무총리 임명 등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했지만 한때 90%에 육박하던 대통령 지지율은 60%대로 추락했다.

[가능성 둘] 열린우리당의 보혁갈등과 분열

집권 1년차부터 무력증을 실감한 여권 내부에선 분열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아직은 미풍(微風)이지만 점차 소용돌이치는 강풍으로 발전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11월1일 열린우리당 의원 28명이 참여하는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이 공식 출범했다. 헌재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이 있은 뒤 10일 만의 일이다.

이날 안개모는 유재건(3선) 의원을 대표로, 안영근(재선)·조배숙(초선) 의원을 간사로 선출했다.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이근식 의원, 국방부 장관을 지낸 조성태 의원 등 장차관을 지낸 전직 관료와 권선택·유필우·조성래 의원 등 고시 출신 관료가 대부분이다. 민주화운동 경력자는 안영근·이철우 의원뿐이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축에 속한다. 언필칭 ‘중도개혁 그룹’이지만 성분이나 성향상으론 보수 쪽에 가깝다. 당연히 최근 여권이 강력히 추진해온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 입법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를 냈고 당내 마찰도 곧잘 일으켰다.

출범식 날 조배숙 의원은 “개혁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민생과 경제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며 방법론에도 개혁의 속도조절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2주일간의 국회 파행을 불러온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훼 발언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을 근거 없이 좌파로 몰아간 것은 잘못이지만, 이 총리의 발언도 총리 신분으로는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는 등 당내 다른 개혁그룹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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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민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minski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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