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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외신 ‘융단폭격’에 상처입은 대한민국의 ‘입’

부처간 엇박자, 국가홍보 전략 부재

  • 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외신 ‘융단폭격’에 상처입은 대한민국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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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가 홍보 전반을 관할하는 부처는 국정홍보처다. 이곳에선 국가정책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이에 따른 여론 조사, 언론 보도에 대한 사무를 관장한다. 국정홍보처 본부는 국내 언론 보도를 체크하고 오보에 대응하며, 국정홍보처 산하 해외홍보원은 외신 보도를 분석하고 해외에 국가를 홍보하고 있다. 각 부처의 정책 중 해외 홍보 및 보도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관련 업무는 해외홍보원이 수행해왔다. 해외홍보원 외신과는 정부 각 부처에 외신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신 브리핑을 지원하며, 일본 도쿄나 홍콩에 주재하면서 한국을 담당하는 특파원에게 정부 각 부처의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40여 개 부처의 공보관들과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의 비서관·행정관들도 대한민국 이미지 홍보의 일선에 서 있다. 특히 대통령홍보수석실은 위기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 노릇을 한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이병완 홍보수석비서관을 좌장으로 하여, 안영배 국내언론비서관,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 윤석중 해외언론비서관, 노혜경 국정홍보비서관 등이 핵심 멤버로 참가하고 있다. 국내언론팀이 국내 각종 신문, 방송, 주·월간지의 청와대 관련 보도를 모니터링하고 오보에 대응한다면, 해외언론팀은 외신을 상대로 청와대와 국정에 관한 소식을 전한다. 홍보기획팀은 대통령의 PI(최고경영자 이미지)를 설정하고 연설을 준비하며 각 부처의 주요 정책이 제대로 홍보되고 있는지를 관리한다.

재외공보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19개 국가 24곳에 상주하는 32명의 재외공보관은 외신들의 ‘한국 때리기’에 맞서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고 설득해야 하지만, 이들은 한국을 악의적으로 보도한 외신의 본사를 대상으로 정정보도 요청이나 소송 같은,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고작해야 서울에 주재하는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거나 항의 편지를 보내 대응하는 정도다.

이들은 유기적인 의사소통과 협조 체계를 통해 국가의 대외 이미지를 관리한다. 그러나 이들의 모호한 책무 분담은 때로 혼선을 야기하거나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했다.

3년째 공보업무를 담당해온 한 30대 공무원은 정부의 ‘홍보 마인드’나 ‘인력 배치’에 대해 회의감을 토로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기자에게 굽실거리지 말라’ ‘밥으로 거래하지 말라’며 언론과의 관계에서 당당할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건 좋아요. 문제는 정부가 미래지향적 홍보 전략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정책을 어떻게 알리고 설득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언론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더 관심이 있어요.

실질적으로 국정홍보처 별정직으로 채용되는 인물 가운데 정권과 알음알음으로 인연을 맺은 이가 많습니다. 얼마나 국가 홍보에 적합한 경력을 갖췄는지는 그 다음 문제예요. 전략가형보단 투사형 공보관이 많은 셈이죠.”

국정홍보처가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직무상 정책입안 등을 담당할 5급 이상 공무원 83명 중 ‘홍보 경력자’는 모두 6명으로 7.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6명 모두 언론인 출신으로, 광고·홍보 경력자는 아예 없었다. 국가정책의 대국민 홍보를 담당할 전략적 마인드를 가진 국가 정책 홍보 전문가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정홍보처는 ‘홍보 전문가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 “정책홍보의 활성화와 공무원의 홍보 전문성 제고를 위해 서강대 영상대학원과 공동으로 ‘홍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각급 행정기관 4~7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중앙공무원연수원에서 홍보정책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중 대표적인 커리큘럼이 ‘국가정책 PR법’ ‘전략적 PR, 기획 전술’ 등이다. 참여정부 들어 토론과 스피치 기술 양성을 강화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꼼수’ 가르치는 홍보 커리큘럼

그러나 일부 강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홍보에 대한 마인드보다는 위기를 모면하는 ‘꼼수’만 전수한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신동아’가 입수한 2004년 국정홍보처 부설 ‘홍보 아카데미’의 교육자료에 따르면, 코콤포터노벨리의 박재훈 사장은 위기상황에서 언론에 대응하는 방법과 기자의 특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위기시 언론관리 -물 흐리기 작전, 물귀신 작전, 기사 Barter(교환).’

‘기자에 대한 이해 -문제제기의 선수 : 일단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 비난과 책임 추궁이 주요 업무.’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공무원은 “홍보 담당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기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위기를 벗어나는 잔재주가 아니라,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매뉴얼”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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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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