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긴급 점검

막 오른 인수戰, 대우건설도 외국자본 ‘사냥감’ 되나

끊이지 않는 로비說 속 매각 주간사 확정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막 오른 인수戰, 대우건설도 외국자본 ‘사냥감’ 되나

2/5
LG 관계자는 “플랜트 부문만 놓고 볼 때 LG가 석유화학쪽에 집중되어 있다면 대우는 원전에 강점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도 원전 분야에 진출한 만큼 대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그룹 분리 이후에도 내부적으로는 상대방 소유 업종에 대해 일정 기간 참여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LG그룹이 새롭게 건설업에 뛰어드는 일은 없다고 단언해도 좋다”며 일각에서 나도는 구씨-허씨 분가 후 대우건설 인수설(說)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국내 건설업체들이 대우건설 인수에 거리감을 두는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 대우건설이 아무리 현금 보유액만 7000억~8000억원에 이르는 우량업체라 하더라도 국내 건설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시기에 섣불리 뛰어들기에는 자금 부담이 워낙 커서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째, 이와는 반대로 최대한 속내를 숨기고 시간을 끌면서 매각 가격이 떨어지거나 최종적으로 분할 매각이 가능한 상황을 염두에 둔 채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국내 업체가 먼저 나서 대우건설에 ‘미끼’를 던질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그동안 침묵해온 대우건설이 매각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 박세흠 사장은 취임 이후 언론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태도를 바꿔 얼마 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극동건설과 남광토건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대우건설이 단기 투기성 자금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우건설의 속셈

박 사장의 언급은 극동건설과 남광토건의 사례를 빗대 자산관리공사와 공자위에 모종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무조건 높은 가격을 써내는 외국자본에 대우건설을 매각할 경우 국부(國富) 유출이란 여론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뉴브리지캐피털이나 칼라일 또는 론스타 같은 외국 사모펀드들이 국내 기업을 사들여 가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본 대우건설로서는 자신이 또 하나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극동건설과 남광토건의 매각 과정을 살펴보자.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매각 대금 2400억원에 극동건설을 사들인 뒤 회사가 입주했던 충무로 극동빌딩을 팔아 1600억원을 회수하고 주식을 모두 사들인 뒤 상장을 폐지해버렸다. 또 건설업체가 아닌 부동산 개발회사가 대주주 자격으로 인수했던 남광토건은 얼마 전 새 대표이사로 취임한 대주주측 사장이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돼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대우건설 역시 해외 투기성 자본이 1조원을 들여 경영권을 확보한 뒤 시가 5500억원(장부가만 3000억원)으로 평가되는 서울역 앞 대우센터만 팔아치워도 투자원금을 눈깜짝할 사이에 회수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회사 자산을 담보로 돈을 조달하는 차입인수(LBO) 방식을 동원하면 1000억~2000억원만 있어도 대우건설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우건설측은 이런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투기성 자본의 공격을 막는 감시견(Watchdog) 노릇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장 대우건설의 이런 입장은 기업 실사 과정에서 논란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은 자산관리공사가 매각 주간사 선정과정에서부터 외국자본에 유리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대우건설의 한 임원은 “주간사 선정 과정 초기에 영문 제안서를 내도록 한 것이나 외국계 증권사를 주간사에 포함시킨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 계열사인 삼성물산의 인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증권이 매각주간사에 포함된 것을 들어 대우건설 일부에서는 자산관리공사가 실사 과정의 비밀 유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우건설 노조도 “매각 절차가 일방적으로 진행될 경우 실사 저지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실제로 대우정밀 등 일부 대우계열사 매각을 위한 실사 과정에서 노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효성과 KTB네트워크 실사팀의 사업장 출입을 물리력으로 저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엄포’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우측의 속셈은 다른 데에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가 실질적 목표인 공자위가 인수 후보 심사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사정을 다 감안할 수 없다는 점을 대우건설측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대우측으로서는 ‘투기자본 M&A론’에 불을 지핌으로서 여론을 등에 업고 매각을 최대한 늦춰가면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가겠다는 속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2/5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목록 닫기

막 오른 인수戰, 대우건설도 외국자본 ‘사냥감’ 되나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