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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방탄유리, 황금 수도꼭지, 일제 변기…부산시장 관사는 전두환 ‘부산 별장’이었다”

전직 고위 공무원이 20년 만에 털어놓은 5공 秘史

  • 글: 손점용 전 부산시 공무원

“미제 방탄유리, 황금 수도꼭지, 일제 변기…부산시장 관사는 전두환 ‘부산 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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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2월17일 오후 4시, 본관이 들어설 자리에 돼지머리를 놓고 기공식을 치렀다. 공사를 맡은 S주택 임원들과 부산시 동료들이 술을 따르며 절을 하고 있는데 시장이 뒤늦게 달려왔다. 전날 18기의 묘를 공원묘지로 옮길 때도 시장은 현장을 찾았다. 공관이 들어설 산자락에는 다행히 건물이 없고, 무성한 잡목 숲에 묘지 18기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장 때는 무엇보다 찌꺼기 관리가 중요해요. 뼈 성분 가운데 인(燐)이 남으면 천둥 번개가 칠 때 유령이 나온다잖아요.”

시장은 무덤의 주인공에게 원한을 사지 않도록 명복을 빌어야 입주할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에서는 혹한기에도 작업을 서두르라며 성화를 부렸으나 우리는 건물의 안전을 위해 버티다가 다음해 3월에야 본격적인 건축공사에 착수했다. 괴로운 일이 잦아졌다.

매주 경호요원이 한 사람씩 내려와 설계도를 펴놓고 ‘여기를 이렇게, 저기를 저렇게 고치라’고 하다가 의견이 맞지 않으면 담당자를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웃어른과 상의하자”는 것이다. 이런 ‘시어머니’들 등쌀에 설계도는 누더기가 될 판이었다. 조경공사 문제로도 자주 부딪혔다.

“자연생 나무로 빽빽한 숲은 어떤 인공조경보다 아름답습니다. 이대로 수수하게 살리고 노지와 절개지 그리고 본관 앞 광장만 조경하면 돈도 적게 들고 원시림도 보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호원은 “깡그리 깔아뭉개고 자연석을 쌓아 기화요초(琪花瑤草)로 일본식 고급정원처럼 꾸미자”고 졸라댔다. 돈은 아끼지 말고 귀한 나무들을 옮겨 심으라고 했다. 그래서 전국 여러 도에서 단풍나무, 느티나무를 나무값 200만원에 운반비 600만원씩을 들여가며 옮겨 심었다.

청와대의 요구는 끝이 없었다. “아무래도 부지가 좁으니 420평을 더 늘리시오” “영선계장을 청와대로 보내시오. 주문할 일이 또 한 보따리 생겼소”…. 자기들끼리도 의견이 달라 조령모개가 되풀이됐다. 현장소장은 울상이 됐다.

“설계를 자꾸 고쳐서 다 굳은 콘크리트를 망치로 부수고 새로 쌓아 올리니 공사비가 두 배, 세 배로 듭니다. 청와대 요청으로 전국 각지에서 우수한 목공과 미장이들을 총동원해 데려왔는데, 자꾸 설계가 변하니 기술자들이 놀게 되고, 노는 날에도 임금은 달랍니다.”

그런데도 부산시장 공관 공사가 왜 이리 늦냐는 전 대통령의 재촉에 경호관이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야 우리보다 경호실이 더 잘 알 것 아닙니까. 설계대로만 했으면 9월 말 완공에 문제가 없는데, 지었다가 부수기를 세 번 했으니 이대로 가면 연말에도 어렵습니다.”

전 대통령이 조급해 하니 내무장관이 내려온다, 청와대 총무수석이 내려온다 해서 우리는 공사보다 현장 상황실 정비와 상황보고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느긋하게 공사할수록 그만큼 안전하고 오래 견딜 집이 될텐데 어쩌자고 그리 조급하게 졸라대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설계와 시공을 뜯어고치던 경호실의 버릇은 사라졌으나 다급해진 우리는 공사 인력을 50명에서 120명으로 늘리고, 밤에도 대낮같이 백열등을 밝히고 공사를 강행군했다.

이순자와 기도원 십자가

본관 각 방의 콘크리트 양생이 끝나고 내장 작업에 들어가자 모 경호관이 각 방을 다니며 자신이 전 대통령이나 부인 이순자 여사라고 가정하고 점검했다. 전 대통령의 침실 화장실 변기뚜껑을 들어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용변 후 따뜻한 물이 자동으로 나와서 뒤를 씻어주는 일제 변기가 설치된 것은 청와대에 이어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입니다.”

기관총 사격을 받아도 끄떡없는 미제 유리 창문을 두들겨보는 등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그가 화장실 황금제 수도꼭지를 틀어보더니 깜짝 놀라 말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이 수도꼭지는 바꿔 주세요. 각하께선 왼손잡이십니다.”

그는 이런 얘기도 했다.

“각하께선 밤중에 눈을 떴다가 청와대 침실이 아니면 여기가 어딘가 하고 신경을 쓰십니다. 그래서 이 방의 넓이나 구조, 가구와 비품을 모조리 청와대 침실과 똑같이 꾸며야 하는데, 무심코 수도꼭지를 틀다가 왼손잡이 식이 아니면 순간적이나마 당황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각하께서 주무실 때는 절대로 조용해야 돼요.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안 됩니다.”

이어 이순자 여사의 전속 미용사 방에 들러 창밖을 내다보던 경호관의 얼굴색이 변했다. 멀리 산중턱에 있는 기도원의 붉은색 네온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 것. 그는 안절부절못하면서 “저기 저 십자가 철거하시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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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점용 전 부산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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