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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없는 중동, 어디로 가나

前 총리 압바스·現 총리 쿠레이로 후계구도 압축… 최종 낙점은 미국 손에

  •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아라파트 없는 중동,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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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후계구도가 복잡한 것은 팔레스타인 지도력이 단일하지 못하고 복선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라파트를 가리켜 단순히 ‘라이스(Rais, 우리말로는 대통령)’라고 부르지만, 그의 직함은 여러 개다. 첫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대통령이다. 1993년 체결된 오슬로평화협정에 따라 3년 뒤 1996년 치러진 선거에서 그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최고 행정책임자가 됐다.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 땅에 ‘자치정부’를 수립, 지도력을 행사해왔다.

둘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 위원장이다. 1964년 대이스라엘 저항 비밀조직으로 출발한 PLO는 팔레스타인 각 정파의 연합기구. 1967년 6일전쟁에서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에 굴욕적인 참패를 당한 뒤 PLO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염원인 독립이념을 이끄는 조직으로 떠올랐다. 아라파트는 1969년부터 PLO 의장직을 맡아왔다.

아라파트의 여러 직함 가운데 그가 35년 동안 지켜온 PLO 의장 자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1993년 중동평화협정을 맺을 때 팔레스타인 협상대표로서 서명했고, 그 뒤로도 내내 이스라엘 쪽과의 공식 협상루트였다. PLO는 아라파트가 해외를 떠돌며 테러활동을 벌이던 1960년대부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대이스라엘 투쟁의 중심이었으므로 PLO에 대한 그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오슬로평화협정이 기만적이고 타협적이라며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는 데 반대하던 PLO의 좌파 세력, 이를테면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과 팔레스타인해방민주전선(DFLP) 등도 PLO에서 탈퇴하지 않았다.

셋째, 아라파트는 PLO를 구성하는 최대 정파인 파타(Fatah) 중앙위원회 위원장이다. 파타는 팔레스타인 각 정파의 연합기구인 PLO 안에서 아라파트 직할조직의 성격을 지녔다. 1960년대 초 알제리에서 아라파트가 조직한 파타는 요르단, 레바논을 근거지로 삼아 대이스라엘 무장투쟁을 벌여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1965년 PLO 창설 무렵, 파타는 이에 반대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지지세(勢)가 강해지면서 파타는 PLO의 주축이 됐고, 파타 중앙위원장인 아라파트는 PLO 의장을 겸하게 됐다. 2002년 봄 이스라엘군에 잡혀 무기징역형을 받고 현재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있는 마르완 바르구티는 파타의 서안지구 사무총장이다.

아라파트가 프랑스 파리의 육군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동안 세계 언론엔 PLO의 후계구도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PLO 정치위원장 파루크 카두미가 아라파트의 후계자가 될 것이란 소문도 나돌았다. 아라파트의 부인 수하(Suha)가 아라파트의 정치적 유언을 담은 문서를 갖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카두미가 후계자라는 것이다. 카두미는 1993년 아라파트가 서명한 오슬로평화협정에 대해 ‘타협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귀국을 거부, 자치정부와 거리를 두어왔다.



그러다 2003년 봄 아라파트와 화해하고 PLO 정치위원장에 임명됐다. 필자가 팔레스타인 정치중심도시 라말라의 취재원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확인한 그곳 분위기는 “그런 유언장이 있다 하더라도 법적 효력은 없다”는 쪽이다.

집단지도체제로 갈 것인가

아라파트가 숨을 거둔 날 PLO 의장에 마흐무드 압바스(PLO 사무총장, 전 총리)가 뽑혔다. 큰 그림으로 보면, 아라파트 후계는 2인 구도로 잠정 정리된 모습이다. 팔레스타인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정치조직(PLO)을 압바스(69)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다스리는 행정조직인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또는 PNA)는 현 총리인 아흐메드 쿠레이(68)가 끌어가는 구도다.

2003년에 만들어진 팔레스타인 기본법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팔레스타인 자치의회(PLC) 의장이 60일 동안 한시적으로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게 돼 있다. 현재 자치의회 의장은 라우히 파투(55). 팔레스타인 기본법에 따르면, 대통령 유고 60일 안에 새 대통령을 뽑게끔 규정돼 있다.

압바스 PLO 의장과 쿠레이 총리, 두 사람은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강경파 세력과 달리 오슬로평화협정에 적극 참여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왔다. 그러나 두 사람에겐 대이스라엘 무장투쟁 경력이 없다는 약점이 따라붙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에선 그다지 인기가 높지 못하다. 대중적 인기도 면에서는 현재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마르완 바르구티에 훨씬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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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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