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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 앞둔 위기의 보험업계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일정 연기, 대상 축소 총력전 돌입

  • 글: 박태준 서울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june@sed.co.kr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 앞둔 위기의 보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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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 초 급하게 사업자금이 필요해 평소 거래하던 B은행의 대출 담당자를 찾았다. 대출상담은 원만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막판에 돌발변수가 생겼다. 대출 담당자가 ‘보험판매 캠페인 기간’이라며 보험 가입을 부탁하고 나선 것이다.

A씨는 회사운영이 어려워 거절하려 했지만, 대출이 무산될 것을 우려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명의로 월 보험료 100만원짜리 저축성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에 없던 상태에서 보험에 가입한 데다 회사 자금사정도 여의치 않아 A씨는 최근 보험료 납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보험금을 내지 않아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기존 불입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이 지난 10월 200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금융애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카슈랑스 제도와 관련,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보험가입을 권유 받은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은 73.4%로 나타났다.

보험업계가 ‘방카슈랑스 무용론’을 주장하는 또 한 가지 근거는 당초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 기대했던 보험료 인하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도 내부 분석자료를 통해 “방카슈랑스 전용 연금보험은 3.7%, 저축성보험은 4.3%의 보험료 인하효과를 기대했으나 실제 인하율은 연금보험 2.8%, 저축성보험 2.5%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이 정도의 보험료 인하 효과가 나타난 것도 인지도가 낮은 중소형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대폭 인하했기 때문이다. 대형 보험사와 외국사는 거의 보험료를 내리지 않았다.

보험료 인하효과 작아



보험업계는 은행권의 무리한 수수료 요구 때문에 보험료를 떨어뜨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방카슈랑스 도입 이전 보험설계사들이 보험판매 대가로 받던 돈보다 은행측이 챙기는 수수료가 더 많다는 얘기다. 생명보험협회는 고객이 매달 20만원씩 20년 동안 총 4800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연금보험 계약을 체결했을 때 설계사는 69만원 가량의 수수료를 받는 반면 은행은 87만~104만원을 가져간다는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보험개발원 오영수 보험연구소장은 “보험상품의 판매에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을 정확하게 산출해 기존 판매채널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면 은행 스스로 적정한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낮춰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소수의 보험사 상품 중 은행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상품을 권유하기 보다는 고객의 입장에서 보다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 권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보험 꺾기가 성행하고 보험료 인하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업계가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두 가지가 방카슈랑스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보험업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정작 보험업계의 위기감은 방카슈랑스로 인해 보험영업의 핵심 축인 설계사와 대리점 조직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서강대 최정호 교수(경영학)는 “은행들이 전국 지점망을 활용해 보험상품 판매 공세를 편다면 상대적으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보험사의 경우 설계사의 대량실직 등 모집조직의 붕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방카슈랑스 2단계 상품에 포함된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생·손보 설계사와 대리점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밥줄’과 같은 상품이다. 이런 상품을 은행에 뺏길 경우 그 후에 벌어질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생명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가 확대 시행되면 1년 안에 은행권이 보장성보험 시장의 50%를 잠식해 현재 20만여명에 달하는 설계사 중 3만여명이 이탈하고 7년 후인 2011년에는 설계사의 수가 현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만5000여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해보험업계 역시 단시일에 자동차보험시장의 35%가 은행에 잠식돼 11만명에 달하는 설계사 중 3만명 안팎의 실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설계사 조직의 붕괴는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상황에서 ‘실업자 양산’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우려다. 하지만 보험업계가 더욱 걱정하는 것은 충성도 높은 영업조직을 잃게 된 보험사가 ‘은행에 종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제조업체가 자체 영업조직 없이 대형 유통업체에만 판매를 의존할 경우 수수료 결정부터 상품개발, 제품 결함에 대한 보수까지 모든 과정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통제를 받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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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태준 서울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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