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호

‘포식자’ 다음·네이버, 한국 미디어 시장 쥐락펴락

선정주의 돌풍 일으킨 ‘포털 저널리즘’

  • 글: 박창신 디지털타임스 기자, 한국외국어대 박사과정(신문방송학) parkchangshin@hanmail.net

    입력2004-11-24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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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뉴스 서비스 ‘네이버뉴스’의 하루 방문자 수는 국내 신문사 사이트 방문자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당연히 광고도 다음, 네이버 등 극소수 포털에 집중된다. 온라인에서 ‘조중동’은 ‘마이너’일 뿐이다. 신문사는 이들 거대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는 ‘하청업체’로 예속되고 있다. 선정주의·상업주의로 무장한 포털이 온라인 언론시장을 폭식하면서 인터넷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포식자’ 다음·네이버, 한국 미디어 시장 쥐락펴락
    오늘날 인터넷은 ‘뉴스’를 보도하는 매스미디어다.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재미를 느끼면서 세상과 호흡하기 시작했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잡으면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 시간도 길어졌다. 인터넷은 빠른 속도로 신문을 대체해 가고 있다. 사람들은 관심이 있는 뉴스를 인터넷에서 클릭해 읽어보는 데 매료되고 있다.

    온라인 뉴스 소비의 확대는 여러 신문·통신·방송 사이트의 뉴스 콘텐츠를 한 사이트에 모아 네티즌의 입맛에 맞게 가공해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출현시켰다. 대형 포털 사이트들이 그것이다. 미디어로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위상은 한껏 올라가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포털의 주력은 뉴스 서비스가 아니었다. 검색·이메일·커뮤니티·사전·개인 홈페이지 등이 인터넷 포털의 주요 서비스 품목이자 매출원이었다. 뉴스는 그저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는 뉴스를 취재하는 능력이 없어 뉴스의 생산자(신문사와 통신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가 뉴스 콘텐츠의 ‘집하장’을 자처하면서 재가공·재배치를 통해 새로운 뉴스 소비문화를 만들어내자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포털 사이트의 본격적인 뉴스 공급은 2003년 3월 ‘미디어다음’의 출현을 기점으로 삼을 수 있다. 2003년 초만 해도 포털의 뉴스 서비스 분야 3위이던 미디어다음이 그해 6월 ‘네이버’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서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올해 7월에는 KT계열의 ‘파란닷컴’이 5대 스포츠 신문의 연예·스포츠 콘텐츠를 월 1억원에 독식하면서 다시 한 번 파란을 일으켰다.

    ‘네이버뉴스’ 하루 독자 382만



    지난 11월 현재 네이버뉴스와 미디어다음의 포털 뉴스 1, 2위 공방전이 치열한 가운데 야후미디어가 안정적인 3위를 기록하고 있고, 엠파스·네이트·파란닷컴이 좁은 간격으로 4~6위에 올라 있다. 미디어다음의 출현 이후 채 2년이 안 된 현시점에서 포털 뉴스 서비스가 온라인 뉴스 시장을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웹사이트 평가기업인 ‘랭키닷컴’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아테네 올림픽 열기가 한껏 고조된 지난 8월 셋째 주 네이버뉴스의 하루 방문자 수는 382만여 명이었다. 이어 근소한 차이로 미디어다음(346만명)이 2위에 올랐고, 야후 미디어(127만명), 파란닷컴(102만명), 엠파스(66만명), 네이트(58만명)가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당시 6대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페이지를 찾은 하루 평균 방문자 수를 합치면 총 1084만2103명이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하루 한 번 이상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봤다는 얘기다.

    비슷한 기간인 같은해 8월 한 달 동안 주요 신문사 인터넷사이트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와 비료해보자. 조인스닷컴(79만명), 디지털조선일보(73만명), 동아닷컴(47만명), 인터넷한겨레(29만명), 한국i닷컴(28만명) 순인데, 이 5개 사이트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 합계는 257만9082명이다.

    같은 사이트를 하루에 여러 번 방문해도 한 번 방문한 것으로 치는 ‘하루 평균 방문자’ 수에서 5대 신문사 사이트는 6대 포털 사이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포털 뉴스 1, 2위인 네이버뉴스와 미디어다음의 하루 방문자가 신문사 사이트 하루 방문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는 것은 일견 충격적이다.

    이런 경향은 인터넷 뉴스의 올림픽 특수(特需)가 지나간 지난 9, 10월과 11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네이버뉴스와 미디어다음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각각 296만명과 282만명. 이에 비해 종합일간지 인터넷 사이트의 1, 2위인 조인스닷컴과 디지털조선일보는 60만명과 59만명에 불과했다. 다음·네이버·야후는 신문 사이트가 도저히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랭키닷컴이 매주 발표하는 사이트 순위를 보면, 포털의 초강세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이 순위는 각 사이트별로 12주간의 시간당 방문자 수를 누적 평균해 집계한 사이트 전체의 인기순위라고 할 수 있다. 11월3일 발표된 순위를 보면 1~5위는 변함없이 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코리아·엠파스 포털 사이트가 점령하고 있다. 10위권에 든 신문사는 한 곳도 없었다. 동아, 조선, 중앙, 한국 사이트를 제외한 다른 종합일간지 사이트는 10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 콘텐츠는 각 포털 사이트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노출돼 있다. 네이버·야후코리아·엠파스의 경우 검색창 바로 밑 오른쪽 중앙에, 다음과 네이트는 한복판에 뉴스 창이 마련돼 있다. 네이버의 지식검색, 다음의 이메일, 야후코리아의 채팅, 엠파스의 온라인 게임에 접근하기 위한 길목에도 여지없이 뉴스가 걸려 있다. 일례로 11월7일 페라리의 최고급 모델이 15억원에 판매됐다는 소식을 전한 기사는 엠파스 초기화면의 한쪽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포털 뉴스에선 네티즌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일종의 ‘호객행위’가 활발하다. 자연히 제목은 자극적이다. 연예인, 성(性), 외모, 살인 등이 뉴스의 단골메뉴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 네티즌을 뉴스 콘텐츠로 유혹해 단 1초라도 더 붙잡아두기 위해서다.

    가령 다음은 11월7일 밤 초기 화면 뉴스 창에 ‘슈퍼모델 1위 증명사진 화제’ ‘네티즌 감시 줄줄이 군 입대’ 등의 기사를 사진과 함께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 같은 시각 야후코리아의 뉴스 창에는 ‘연예인들 성형공개 이유’ ‘장혁 주민번호 노출 물의’ ‘유진, 송혜교와 김정은 합성’ ‘예쁘면 용서?’라는 뉴스 제목이 도드라지게 올라 있었다. 제목만 봐서는 내용을 알 수 없는 ‘예쁘면 용서?’를 클릭해보면 어이없게도 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방송사를 비판한 한 비평가의 글이 나온다. 이 경우 ‘미모가 전부인가?’라는 식의 제목이 적절할 텐데, 편집자는 엉뚱하게도 이를 ‘예쁘면 용서?’라고 표현했다.

    포털 사이트의 초기 화면에 노출된 뉴스 제목은 대체로 흥미 위주이거나 엉뚱하다. 이는 포털이 추구하는 뉴스 서비스의 목적이 정보와 가치 제공이 아니라, 오로지 사이트에 접속한 네티즌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한 ‘상업성’에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포털 뉴스를 ‘황색언론’ ‘저급한 저널리즘’이라고 단정하는 데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뉴스와 정보, 의견의 전달을 상품화하는 현대의 저널리즘 경향을 놓고 볼 때 포털 사이트의 뉴스 서비스만이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포털은 기존 언론의 권위주의적인 계몽 기능보다 합리적 대중성을 지향하면서 뉴스에 재미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면도 많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뉴스의 능동성이 포털 미디어에서 훨씬 역동적으로 발휘됨으로써 뉴스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고도 한다.

    또한 포털은 각 언론매체에서 공급받는 하루 수천 건의 기사를 그대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편집자가 나름의 가치판단에 따라 크기를 정해 각각의 페이지에 노출시킴으로써 게이트 키핑 기능을 수행하는 면이 있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도 언론 고유의 속보 전달과 감시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점잖은’ 미국 포털과는 달라

    한국언론재단의 초청으로 10월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강연한 미국 AOL(America Online)뉴스 게리 케벨 편집국장의 발언은 포털 미디어에 큰 힘을 실어줬다. 그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뉴스도 저널리즘이다. 포털 사이트는 숙련된 저널리스트들이 뉴스의 취사선택 등 편집을 맡고 있으며, 언론으로서의 가치와 책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OL뉴스의 수익모델은 한국의 포털 사이트와는 판이하며, 포털의 뉴스 저널리즘에도 질적 차이가 있다. 케벨 편집국장의 말이다.

    “AOL뉴스의 편집자들은 AP, 로이터, USA 투데이 닷컴, 워싱턴포스트 닷컴, CBS 닷컴 등에서 경력을 쌓은 저널리스트들이다. 이들이 주요 페이지와 관련 섹션 페이지의 기사 발행을 맡고, 하단 페이지만 자동으로 편집한다. 특정 기사를 선정하고 강화해 독자가 다시 방문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9·11테러 등 큰 사건이 일어나면 독자는 일단 TV 등을 통해 뉴스를 접한 뒤 곧바로 다른 매체로 옮겨간다. 휴대전화, 인스턴트 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의견을 나누며 공동체 일원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과 이해를 구한다. 온라인 뉴스사이트는 한 곳에서 하나의 매체로 이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다.”

    그는 또 “AOL뉴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AOL 회원들의 이용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콘텐츠 제공업체들의 협찬금, 광고, 프리미엄 콘텐츠 이용료로 구성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AOL뉴스는 AOL의 인터넷 접속서비스 가입자들이 내는 이용료를 기본적인 수익기반으로 하면서 광고 등의 부대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아울러 AOL뉴스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선정성에 의존하지 않는다. 국내, 국제, 경제, 과학, 정부, 범죄, 정치, 오피니언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깊이 있는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24시간 실시간 속보성을 자랑한다.

    반면 우리나라 포털 뉴스는 무료다. 유료 회원이 내는 이용료를 뉴스 서비스의 수익모델로 삼는 포털 뉴스 사이트는 없다. 뉴스 서비스의 주된 목적은 페이지뷰 증가를 통한 온라인 광고 및 상거래 수입의 확대에 있다.

    올해 3/4분기에 49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회사의 주된 수입원은 온라인광고(268억원), 온라인쇼핑(124억원), 거래형 서비스(10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중 온라인 광고 매출은 2003년 3분기 대비 32.2%, 온라인 쇼핑은 31.8% 각각 증가했다.

    온라인 광고의 단가는 철저하게 페이지뷰, 순방문자 수 등으로 측정되는 트래픽으로 매겨진다. 다음은 트래픽 발생 분야를 크게 커뮤니티(카페·미니홈페이지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이메일·온라인뉴스 서비스)의 두 분야로 구분한다. 지난 3분기 월평균 페이지뷰는 다음카페 85억6000만, 이메일 27억이었다. 이에 비해 미디어다음의 온라인 뉴스 서비스는 월평균 21억5000만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다음 전체의 3분기 페이지뷰는 182억4800만이다.

    인터넷 불황기에도 광고 독식

    뉴스 서비스가 전체 페이지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8%이다. 이를 온라인 광고매출 비중으로 환산하면 31억6000만원 정도가 지난 7~9월 3개월 동안 미디어다음의 뉴스 서비스로 인해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인터넷 업계의 불황기인 요즘, 페이지뷰가 압도적으로 많은 소수 사이트에만 광고가 집중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인터넷 언론에서도 포털 사이트 뉴스의 광고독식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예상이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 서비스가 철저히 페이지뷰 증가를 통한 이윤추구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앞서 몇 가지 예로 든 포털 뉴스의 선정성을 통해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선정적일수록 페이지뷰는 더 올라간다. 이는 가급적 공공적 이슈를 우선 다루면서 매체 나름의 의제(어젠더)를 설정해 독자에게 제시하는 전통적 저널리즘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신문사들이 운영하는 인터넷뉴스 사이트가 아직까지 전통적 저널리즘에 입각한다면 포털 사이트의 뉴스는 철저히 감성적 만족을 추구하는 상업 저널리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가치 판단은 신문과 방송의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흔히 언론사에서 말하는 ‘무엇이 기사인가’의 판단 척도는 새로운 얘깃거리(news), 기사를 게재할 시점이 적절한지의 ‘시의성’, 기사가 사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의 ‘영향성’,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이 유명하거나 중요한지의 ‘저명성’, 독자의 삶과 어느 정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의 ‘근접성’,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는지의 ‘갈등성’, 일상적인 사건이 아니어야 한다는 ‘의외성’, 그리고 인간적으로 눈길을 끌어야 한다는 ‘흥미성’ 등이다.

    종이신문의 인터넷 사이트는 뉴스에 대한 이러한 가치판단의 척도가 대체로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정치·사회·경제 식의 뉴스 분류체계(페이지네이션)가 종이신문과 유사한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점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신문사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오프라인의 고정관념이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저널리즘에서 통용되는 7가지의 뉴스 판단 척도 중에서 포털 사이트는 ‘흥미성’을 가장 우선시한다. 그러다 보니 뉴스가 눈요깃거리가 될 수는 있지만, 의제설정(agenda-setting) 기능이나 사회의 각종 부조리에 대한 감시견(watchdog) 기능을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물론 포털 사이트로 제공되는 뉴스가 모두 흥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다음의 경우 매일 각 언론사에서 7000여 건의 기사를 공급받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 기사는 잘 훈련되고 문제의식을 갖춘 기자가 정결하게 쓴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사는 ‘의미’보다는 ‘흥미’가 강조되는 포털 사이트의 프리즘을 거치면서 그다지 주목받지 않는 공간에 작게 취급되기 십상이다.

    포털 사이트 뉴스 편집의 주된 목적은 클릭 수 증가에 있다. 클릭 수는 온라인 광고매출과 직결된다.

    온라인 편집이 내포하는 또 다른 문제는 독자(네티즌)를 바라보는 포털 미디어의 시각에 있다. 신문은 소비자를 ‘독자(reader)’라고 하지만,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인터넷업체는 소비자를 통상 ‘유저(user)’라고 지칭한다.

    신문에서 충성도가 높은 독자는 오랫동안 신문을 정기구독하면서 꼼꼼히 기사와 사설을 읽고 때로는 찬사를 보내고 때로는 비판을 아끼지 않는 ‘행동하는 시민(active citizen)’이다. 반면 포털 사이트에서 유저의 충성도는 쉴새없이 옮겨다니면서 클릭 수를 높여주는 것으로 측정된다.

    신문 보도의 지향점이 시민이 사회를 건강하게 해석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틀(프레임)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포털 사이트의 뉴스제공은 유저를 오랫동안 포털 사이트에 머물게 함으로써 광고의 노출 정도를 높이고 각종 상거래를 유도함으로써 포털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문과 신문의 인터넷사이트가 전적으로 주주를 위해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코스닥에 등록돼 있는 포털 사이트는 매분기 실적을 발표해야 하고 그 실적에 따라 회사의 가치(주가)가 오르락내리는 만큼 본질적으로 사주와 주주에게 봉사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은 주주에 제공하는 실적보고서에서 뉴스 서비스가 창출한 페이지뷰를 비중 있게 보고한다. 포털 뉴스가 상정한 유저의 인간상은 공공의 어젠더는 회피하면서 일회적 자극만을 좇는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일지도 모른다.

    뉴스 시장에서도 유통의 일반적인 원리가 그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통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생산자에게서 유통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하나의 흐름이이다. 유통경로는 한번 결정되면 다른 유통경로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소비자와의 최후 접점, 즉 유통망을 소유하지 못한 생산자는 유통상이 요구하는 가격에 맞춰 제품을 만들어 공급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에 수많은 매장을 거느린 대형 할인점 ‘까르푸’가 전자제품 제조회사에 이른바 ‘까르푸 가격’을 정해 납품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뉴스 콘텐츠 유통시장은 포털의 뉴스 사이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오프라인 중심의 언론사는 자사가 생산한 제품(뉴스)을 유통상(포털)에 헐값에 넘긴다. 포털의 힘이 세지면서 포털이 뉴스 생산자 위에 군림하는 현상은 점점 더 노골화하고 있다.

    물론 포털 사이트측에서는 ‘언론사와 상호 협력하는 공존공영’이라고 얘기하지만, 제값을 받고 포털에 뉴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언론사들이 뉴스 공급을 끊지 못하는 것은 포털의 유통 파워가 이미 언론사를 압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포털이 스스로 뉴스의 생산력을 갖추거나, ‘전속계약’을 맺어 뉴스 생산자(언론사)를 사실상 지배함으로써 뉴스 유통의 파워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디어다음은 최근 20명 안팎의 프리랜서 기자를 뽑기 위한 공고를 냈는데 3000명 이상이 응시했다. 또 미디어다음은 최근 국민일보사에 인건비 등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독점계약을 맺고 인터넷 맞춤뉴스인 ‘쿠키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쿠키뉴스는 국민일보 정치부·사회부 기자들의 현장 정보와 취재 뒷얘기 등을 그대로 전하는 서비스다. 아직 실체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디어다음은 독점적이고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또 다른 미디어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사, 포털에 급속히 예속

    ‘야후코리아’는 연예관련 콘텐츠인 ‘쟈스민플레닝’과 스포츠 관련 콘텐츠인 ‘스포츠코리아’를 확보해 네티즌에게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문화웹진 ‘컬티즌’과 함께 공동 기획한 ‘팝뉴스’에 콘텐츠 생산 비용을 일부 지원해 콘텐츠를 독점 공급받고 있다. 파란닷컴이 지난 7월 5개 스포츠 신문의 콘텐츠를 월 1억원에 독점한 것도 포털과 뉴스콘텐츠 생산자의 전속계약을 맺으면서다. 파란닷컴의 스포츠신문 싹쓸이는 금융·증권 전문 뉴스사이트 ‘머니투데이’와 정보기술(IT) 전문 뉴스사이트 ‘아이뉴스24’가 각각 ‘스타뉴스’와 ‘조이뉴스24’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연예전문 뉴스 생산에 뛰어드는 계기로 이어졌다.

    문제는 포털과 언론사의 전속계약에 의한 유통구조가 과연 미디어 전체의 관점에서 바람직한가 하는 것이다. 언론사가 포털에 종속되는 이와 같은 변화는 우선 미디어시장을 흥미와 재미 위주의 ‘클릭 저널리즘’으로 몰아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개방적 유통시장에서는 각 언론사가 신문게재용으로 생산한 콘텐츠를 모든 포털 사이트에 공평하게 제공하여 나름대로 언론사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언론사가 포털에 적합한 흥미성 뉴스를 앞다퉈 생산해 포털에 제공한다면 뉴스의 ‘연성화’, ‘선정주의’를 가져올 것이다. 이런 변화는 사회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사이트가 국내 1, 2위 종합일간지 사이트보다 5배 가량 많은 네티즌을 끌어 모으는 상황에서, 포털에 뉴스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 언론사들의 행보는 스스로 자신의 기반을 좁아지게 만들 수도 있다.

    무가지의 등장으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스포츠신문의 경우, 포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스포츠신문이 견지해야 할 연예와 스포츠 분야의 저널리즘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로지 흥미와 재미를 좇으면서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의 횡포, 연예인과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부조리, 국내 스포츠 역량의 강화 등에 관한 딱딱한 기획기사는 온라인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콘텐츠 유통의 또 다른 맥락이지만,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네티즌이 많이 본 기사 순위’는 다른 미디어를 통해 다시 노출된다. 이러한 역(逆)유통의 과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학생 토막살해’가 1위 뉴스

    11월9일 KBS2TV 8시 뉴스는 미디어다음에 접속한 네티즌들이 하루 동안 가장 많이 본 ‘인터넷뉴스 톱10’을 보도했다. 그 내용을 보면, 1위는 ‘가출여학생 토막살해 일당 3~8년 선고’, 2위는 ‘송승헌씨 등 연예인 3명 15, 16일 입대’, 3위는 ‘남자 리듬체조를 아시나요’였다. 같은 날 주요 신문은 공무원 노조의 파업 움직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의 죽음을 가장 중요한 기사로 다뤘다. 가십거리와 자극적인 뉴스로 일관된 포털 사이트의 뉴스 순위가 국가 자산인 공중파를 통해 중계해야 할 정도로 의미 있는 뉴스거리인지, 공영방송사의 뉴스가치 판단에 의문이 든다.

    이제 포털 사이트는 여론형성에서 실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그 영향력이라는 것이 사회를 일회적, 자극적, 하향적으로 몰고 가는 면이 너무 강해졌다는 데 있다. 우려될 정도로 포털이 너무 커진 만큼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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