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부 회장은 회사가 부도위기를 극복하고 탄탄대로를 걷게 된 데 대해 “시련을 산삼보다 귀한 보약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동제약의 지난해 매출액은 1342억원. 지난 9월에 이미 작년 한 해 판매고를 넘어섰다. 당초 올해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00억원 높게 책정한 1640억원. 하지만 이 수치 또한 무용지물이 됐다. ‘비타500’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예상 매출액을 2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올해로 광동제약 ‘문패’를 단 지 41년째. 20대 후반의 청년 최수부도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제약업계에서 ‘뚝심 경영인’으로 이름난 최 회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 초등학교 4학년 중퇴의 학력과 제약회사 영업사원 출신임에 자긍심을 갖고 산다는 최 회장을 광동제약 본사에서 만나 부도위기를 극복한 경영노하우에 대해 들었다. 짙은 눈썹이 인상적인 그의 얼굴에는 넉넉한 회사의 곳간처럼 여유 있는 미소가 넘쳤다. 먼저 ‘박카스’의 아성을 뒤흔들어 제약업계의 화두가 된 ‘비타500’의 탄생배경이 궁금했다.
“임원회의에서 ‘비타민을 물에 녹여 먹으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기에 괜찮겠다 싶어 개발을 지시했죠. 사실 ‘비타500’을 만들면서 ‘박카스’에 덤빌 생각은 안 했지. 할 필요도 없었고. 마시는 비타민 음료가 웰빙 바람과 맞아떨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겁니다. 계획하지 않았는데 ‘박카스’와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한 거죠.”
1963년부터 생산된 ‘박카스’는 판매 첫해부터 돌풍을 일으켜 불과 4년 만인 1967년 동아제약을 제약업계 1위에 올려놓았다. 이후 지금까지 수십억 병이 팔려나가 ‘대한민국에서 박카스 한 병 안 마셔본 사람은 간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가 됐다. ‘박카스’는 2002년 한 해 동안 198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웬만한 중소기업체의 1년 매출액과 맞먹는 기록이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박카스는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신화’라고 말했다.
2001년 2월15일, ‘비타500’이 처음 세상에 나가는 날 최 회장은 도무지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잘 팔릴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타500’, 하늘이 내린 선물
‘비타500’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첫해 매출액은 53억원. 출시 이듬해인 2002년, 매출액이 두 배로 늘었다. 지난해는 순풍에 돛 단 듯 280억원어치가 팔렸다. 올 연말 ‘비타500’의 예상 매출액은 900억원. 하지만 매출액이 수직상승하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얼마나 더 팔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비타민C 500mg을 섭취하려면 레몬 20개, 사과 60개 정도를 먹어야 해요. 비타민이 몸에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매일 과일을 수십 개씩 까먹고 앉아 있을 순 없잖아요.”
최 회장은 ‘비타500’의 성공요인으로 한 병(100mg)에 비타민C 700mg을 농축시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점과 카페인 등 중독 성분이 전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비타500’이 제트엔진을 달고 쾌속 질주하듯 팔려나간 사이 ‘박카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2년에 비해 20%가 줄어든 상태. 제약업계는 ‘박카스’의 신화를 깨뜨릴 복병으로 지난 5월까지 3억병이 팔린 ‘비타500’을 지목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출시 당시와 마찬가지로 ‘비타500’이 드링크계에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거나 반드시 ‘박카스’의 신화를 깨뜨려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비타500’은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고집스럽게 살아온 내게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선물. 내가 많이 배우길 했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나. 아무것도 없었어요. 돌이켜보면 회사 문을 연 이후 40년 동안 숱한 시련과 우여곡절을 겪었죠. 회사 문을 닫고 당장 길거리로 나앉을 뻔한 적도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