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좡위안방’은 단순 문답식 퀴즈를 지양, ‘행운 2인조’ ‘지력급유소’ ‘도전 영단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2001년부터 베이징과 상하이를 오가며 매년 열고 있는 영어경시대회는 중국 교육계와 언론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1년 베이징시 교육위원회 및 BTV와 함께 개최한 제1회 대회 예선에는 무려 8만여 명이 몰려 ‘좡위안방’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한중 청소년 캠프는 한국의 ‘장학퀴즈’와 중국의 ‘SK 좡위안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두 나라를 오가며 양국의 문화와 전통을 배우는 프로그램. 지난해 이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중국에서 천안문광장 등 역사유적지를 탐방하고 서울의 명동 격인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서 소비문화를 체험했으며 중국 경제전문가들과 한류 열풍이 중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어 한국으로 와서는 경주의 유적지와 울산의 산업단지 등을 견학했다. 캠프를 마무리하면서 한중 합작 사업계획서를 작성, 양국 미래 경제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SK는 5년간 ‘SK 좡위안방’을 단독 후원하면서도 제품이나 사업광고는 일절 방송에 노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SK 좡위안방’을 시청하는 학생, 학부모 대부분이 SK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은 짐작해도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는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BTV측이 더 애가 타서 프로그램 앞뒤에 기업광고나 SK가 중국시장에 내놓을 휴대전화 단말기 광고를 붙이라고 성화다. “이러다간 SK가 일본 화장품 회사 SK-Ⅱ로 오인될 수 있다. 지금 당장 SK가 뭐 하는 회사인지 안 알려주면 SK-Ⅱ 화장품에만 득이 된다”며 가슴을 친다는 것.
그래도 SK는 요지부동이다. SK 노찬규 브랜드 이미지 관리팀장은 “이 프로그램은 10년 이상을 내다본 장기 투자전략 차원에서 기획했고, SK 고유의 인재양성 이미지를 통한 중국과의 자연스러운 인적, 문화적 교류가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팔아서 얼마를 남기겠다고 제품광고를 하겠습니까. 오히려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만 훼손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지금은 SK를 모르겠지만, 훗날 대학에 가고 사회에 진출해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누구보다 SK를 잘 알게 될 겁니다. 이들에겐 직접적인 사업·제품광고보다 이미지 광고가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13억 심금 울린 공익광고
SK는 사업·제품광고 대신 프로그램 협찬 취지에 맞게끔 교육적 메시지를 담은 공익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구팽창 억제를 위해 1973년부터 한 가정 한 자녀 낳기 정책을 실시한 이후 태어난 청소년들은 ‘소황제 세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과보호 받으며 자라 이기적, 의존적이고 낭비가 심한 경향이 있다. 이들의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게끔 공산주의청년단과 베이징 주요 학교 교사들의 자문을 얻어 ‘함께하는 우리 세상’이라는 청소년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 패기, 신용, 선의의 경쟁, 책임과 권한 등 청소년이 갖춰야 할 자질이 그 주제다.
예를 들어 공익광고 ‘패기’편에는 여자 체조선수 쌍란(桑蘭)이 나온다. 그는 유력한 올림픽 금메달 후보였으나 1998년 미국에서 열린 선수권대회에서 부상을 입어 불구가 됐다. 쌍란은 광고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린 시절 내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지만, 지금 내 목표는 인생의 금메달을 따내는 것입니다.” 이 한마디가 수많은 중국인의 심금을 울려 광고가 나간 첫날부터 방송국에 시청자들의 격려전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신용’편의 ‘주인 없는 가게’ 시리즈도 호평을 받았다. 호젓한 숲속 카페에서 한 가족이 차를 마신 후 주인이 없는데도 계산을 하고 나온다. 다음 화면에선 과일가게에서 아이 엄마가 과일을 고른 후 주인이 자리를 비우고 없자 과일값을 바구니에 넣어두고 아이와 활짝 웃으며 가게를 나선다. 이어 “주인이 없어도 신용이 지켜지는 가게. 세상에 이런 가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신용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힘입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중국인들은 이런 행위를 매우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