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잉제(朱英杰·48) 주한 중국문화원장은 스스럼없이 한반도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지한파(知韓派) 중국인이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으로 대학졸업 후 북한으로 유학, 평양무용음악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중국 문화부 아시아처에 근무하면서 한반도를 담당했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는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에 근무하기도 했다. 2003년부터 한국근무를 하고 있는 주 원장은 오는 12월 중국문화원 개원을 앞두고 있다.
먼저 중국인의 특징적인 기질을 중심으로 그들의 겉모습과 내면세계의 진면목을 살펴보자.
-중국이 워낙 넓고 크다 보니까 사람들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둥 사나이(山東好漢)니 원저우 장사꾼(溫州商人)이니 하는 식으로 각 지역 사람을 일컫는 별칭이 많습니다. 대개 지역에 따른 사람들의 생김새나 기질의 차이를 어떻게 분류할 수 있습니까.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고 땅이 넓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기후가 더운 남쪽 사람들은 키가 북방인에 비해 작고 습기가 많아 피부색이 하얀 편입니다. 반면 추운 지역인 북방사람들은 키가 크지만 피부색이 남쪽사람처럼 희지 않습니다. 북쪽은 날씨가 춥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주 움직여야 하지만 남쪽은 더우니까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편입니다. 자연히 생활습관과 성격도 서로 달라서 북쪽 사람들은 성격이 밝고 급한 편인데 비해 남쪽 사람들은 느긋한 편입니다. 이런 차이점이 있어서인지 중국인끼리는 처음 만난 사이라도 금방 상대방이 북방인인지 남방인인지 알아차립니다.”
중국인의 감정 표현
-중국인의 얼굴만 보아서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알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옷입은 것만 보고 신분을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한마디로 겉모습만 봐서는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중국 사람들의 감정표현 방식은 어떤 것인가요.
“사실 오늘 인터뷰가 있어서 이렇게 양복을 입었습니다만, 평소엔 점퍼에 청바지 입고 일할 때가 많습니다. 무슨 공식행사 아니면 양복 정장을 잘 입지 않습니다. 한국인이나 서양사람들처럼 옷차림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양복을 입으면 움직이기 불편하다는 게 중국인 대부분의 생각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겉모습에 신경쓰기보다는 편리한 옷을 입는 쪽을 택하는 것이지요.
옛날부터 중국에서는 특히 돈 많은 사람들이 비싼 옷으로 티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가난한 사람보다도 더 허름한 옷을 입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에 대학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는데요. 지금 중국의 부유층 규모가 한국 전체인구보다 많다고 하는데, 중국사람들을 겉으로 봐서는 누가 부자인지 도저히 모르겠더라는 겁니다.
감정의 표현에선 대체적으로 북쪽사람들이 한국인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얼굴에 감정상태가 잘 드러나지요. 반대로 남쪽지방에 가면 사람들이 좀 복합적인 모습이라고 할까요, 겉으로만 봐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안갈 때가 많습니다. 중국인들은 역사적으로 전쟁과 혼란의 시기를 무수히 겪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급적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게 몸에 배었다는 겁니다. 일리있는 분석인 것 같아요.”
-중국인의 모호성은 언어생활에서도 엿보입니다. 예를 들어 ‘차부둬(差不多)’라는 말은 크게 모자라지 않다, 대충 비슷하다는 뜻으로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인데요. 정확히 어떻다는 것인지 불투명하게 들릴 때가 많아요. 이런 사례가 무수히 많습니다. 이 같은 언어습관은 좋게 말하면 중용지도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고, 중국인의 모호한 태도랄까 보신(保身)주의적 처신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