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립식물원 바오밥나무에서 바라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
하늘바다에 돛을 올린 밤배를 타고 지구 남반부에서만 보이는 남십자성을 등대 삼아 야간항해를 하다 보면, 문득 아침이 밝아올 것이다. 웰컴 투 시드니!
10여년간 세계 1위 관광도시
그 아침에 닻을 내리면 바닷가 노천카페에선 커피향기가 흐르고, 귀밑머리 허연 시인 하나가 부둣가를 거닐면서 밤새워 쓴 시를 낭송하고 있을 것이다.
시드니 물港에 오시거든빨간 모자를 쓰세요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천문대언덕길을 천천히 거닐다가잔디밭 나무의자에 앉아보세요Good morning Sydney!바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면Welcome to Sydney!뱃고동처럼 피어오르는 새들
당신은 녹색바다에 핀한 송이 빨간 꽃이랍니다
자꾸 뒤돌아보지 마세요, 오늘은빨간 모자를 쓴 시드니의 휴일길모퉁이 선술집이 북적이는 시간오페라하우스에 석양이 내리거든왕립식물원 바오밥나무 아래로 가서바다를 닮은 사랑… 고백하세요밤바다에 뜬 두 개의 별이 되세요
그래요, 시드니에 오시거든빨간 모자를 쓴 사랑… 가지세요(윤필립 ‘시드니의 휴일’)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는 세계적 여행잡지 ‘트래블’은 매년 독자투표로 ‘올해의 관광도시’를 선정한다. 2004년 선정 ‘올해의 관광도시’는 시드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줄곧 그래왔듯이.
바다가 내륙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서 도시를 감싸안은 천혜의 항구 도시. 시드니를 대표하는 두 개의 아이콘인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바다풍경과 함께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물항.
그런데 시드니를 보고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시드니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컸기에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관광불감증(?) 환자이기 때문은 아닐까.

로드하우 아일랜드의 바닷가 골프코스.
필자는 20년 가까이 시드니에 살면서 틈만 나면 시드니 안팎의 관광명소와 잘 알려지지 않은 비경들을 섭렵했다. 필자는 지금도 시드니 하버에 나갈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더러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페리에 걸터앉아 ‘바다를 가슴에 안은 도시’ 시드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순간 황홀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 잘 알지 못하면 제대로 즐길 수가 없는 법이다. 적지 않은 경비를 들여 큰맘 먹고 찾아오는 한국 관광객을 위하여 이참에 시드니 여행 10배로 즐기는 비법을 공개하자. 매년 20만명이 넘는 한국관광객이 시드니를 찾는다고 하지 않는가.
밤새워 야간비행을 하던 비행기 안에 불이 켜지면 커튼을 열어제치자. 창밖엔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그 아래쪽으론 호주 섬대륙과 녹색바다가 어른거릴 것이다. 그 순간이 시드니관광의 스타트 라인이다. 호주 동부를 가로질러 내려오던 비행기가 한동안 바다 위를 선회하다가 천천히 시드니로 진입하는 동안,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드니 풍경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