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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식인 동물에 대한 문화 생태학적 고찰 ‘신의 괴물’

  • 글: 김연수 소설가 larvatus@hanafos.com

식인 동물에 대한 문화 생태학적 고찰 ‘신의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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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자연스럽게 맹수의 멸종이 인류에게 합당한 일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책에 나와 있다시피 육식 맹수들과 인간은 최소한 3만5000년 동안이나 심리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참으로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하지만 쾀멘은 불행히도 이들 육식 맹수들이 2150년이면 멸종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구가 증가하고 숲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동물들은 살 곳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태학적으로 볼 때 육식 맹수들이 사라지면 그 동물들의 먹이에 해당하는 동물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한 사람들은 당장 삶의 중요한 요소를 잃게 된다. 그들이 모두 ‘길가메시’ 같은 서사시를 쓰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런 서사시를 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한편으로는 우리 무의식에 오랫동안 각인돼온 식인 맹수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먹이사슬의 파괴나 육식 맹수가 등장하는 문학 작품이 더 이상 씌어지지 않는다는 데 숨어 있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 예컨대 데이비드 에렌펠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시 말해서 인구가 더 늘어나고 산업화, 도시 성장, 표준화, 기업 합병이 일어난다. 더 큰 조직과 동력에 의존하는 소비재와 관광이 늘어나고 더 정교한 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군사 예산이 증가하며 광고와 이미지 메이킹도 늘어난다. 개인적 취향의 여지는 대폭 축소되고 농업의 기계화와 화학 영농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적 취향의 여지가 대폭 축소된다는 점이다. 20세기가 되면서 인간은 못생겼다는 이유로 한 동물을 멸종시키는 체제를 만들었다. 이 체제에 따르면 모든 인간의 취향은 동일해져야만 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동일한 미감(美感)을 갖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럼에도 산업화와 표준화는 단일한 취향을 인간에게 강요했다. 그건 생산 효율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다.



다양한 분별력 상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가 되면 인간은 이전에 지녔던 다양한 분별력을 상실하게 된다. 육식 맹수와 직접적으로 삶이 연결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연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을 더 알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차이를 통해서 끊임없이 성장한다. 어떻게 보면 육식 맹수와 인간이 수만 년 동안 상호 관계를 맺은 결과 인간은 20세기 들어 육식 맹수를 완전히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육식 맹수와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관계를 맺지 않은 인간들만 살아가는 세상보다 훨씬 더 창의적일 수 있다.

여기서 육식 맹수의 멸종을 단순히 먹이사슬의 파괴로만 볼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언젠가 미국 수우족 인디언 추장인 ‘시팅불’의 전기를 읽은 적이 있다. 거기서 가장 놀라운 장면은 미 제7기병대를 전멸시킨 시팅불이 결국에는 뉴욕극장에서 ‘인디언쇼’를 펼치는 장면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각종 식물원, 동물원, 박물관이 늘어나는 게 이와 비슷한 현상이라고 본다. 집 앞에 있는 나무와 꽃과 새를 관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연다큐멘터리에 열광하는 것이야말로 불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우리가 전세계를 찾아다니며 육식 맹수의 생태를 관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주변에 있는 동식물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바로 그것이 이 책의 전언(傳言)이다. 이 책에는 육식 동물과 직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사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건 그들이 있는 한 육식 동물이 완전히 멸종하는 일이 조금이나마 늦춰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히 멸종 위기에 처한 육식 맹수에 대한 자연사를 다뤘다기보다는 현대인의 표준화된 취향이 가져올 파국에 대한 많은 암시를 담고 있다. 인간은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볼 때 발전한다. 내게 길들여진 것은 나를 향상시키지 않는 법이다. 야생 육식 맹수의 존재가 여전히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신동아 200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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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연수 소설가 larvatus@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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