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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신동아’ 독자들을 위한 ‘이달의 경제보고서’

달러 위기론과 국제통화질서의 현주소

  • 유승경│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eungyoo@lgeri.com│

달러 위기론과 국제통화질서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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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외채무에 의존해 국내 경제를 지탱해왔다. 달러화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수출주도 성장을 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로 흘러들어가고, 아시아 국가들은 그 달러화로 외환보유고를 확대하기 위해 미 재무부 채권을 매입해 미국의 재정적자를 보전해주는 구조로 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무한정 유지될 수 없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성장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상수지를 대폭 감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재정균형을 달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출 증대를 위해 달러가치를 절하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은 달러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면서 달러를 평가절하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달러가치가 ‘급격히 무질서하게’ 조정되는 위기상황을 피할 수 있는지는 미국 정부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는지에 달려 있다.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의 큰 흐름을 따라잡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새해 ‘신동아’는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이 매달 작성, 발표하는 연구결과물을 검토해, 일반 독자가 거시경제의 한 복판을 쉽게 꿰뚫을 수 있도록 도와줄 보고서를 한 편씩 골라 게재한다. 그 첫 순서는 2009년 11월말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달러 위기론과 국제통화질서의 현주소’다.

달러 위기론과 국제통화질서의 현주소
세계 경제는 2010년부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미진하나마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미국 금융시장의 파열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충격에 의해 본격화한 만큼, 또 다른 뜻밖의 충격이 다시 오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우려를 낳고 있는 여러 사안 중에서 가장 논쟁적인 것은 미국 경제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에 큰 타격을 준 금융위기가 달러 위기로 이어져 국제통화질서가 급변할 가능성에 대한 논의다.

달러 위기론의 대체적인 내용은 미국 재정적자의 자본조달원인 미국으로의 순자본 유입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역전되어 달러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s)이 더는 지속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글로벌 불균형이란 21세기 들어 한층 심화된, 미국과 나머지 세계 간의 심각한 경상수지 불균형을 지칭하는데, 미국의 국가채무의 과도한 누적과 수출 주도성장을 추진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막대한 외환보유고의 축적이라는 비대칭적 상황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미국은 만성적으로 재정적자에 허덕여왔지만,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등장 이후 재정적자가 더 악화되었고 가계저축률도 크게 하락해 경상수지 적자폭도 크게 늘어났다. 더욱이 금융위기는 재정적자를 급격히 악화시켰는데 2009년에는 GDP 대비 11.2%라는 기록적인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하고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더라도 사회보장, 의료보험 부문에서 지출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특별한 개혁이 없는 한 재정위기는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초에는 균형에 가까웠던 미국의 경상수지는 2006년 적자 규모가 GDP 대비 6%에 이르렀고 2008년에는 약간 회복되었으나 4.9%에 달한다.

한편 아시아의 신흥 경제국은 1997~98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이후 자본 자유화에 따른 세계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대비해 외환시장을 통제하며 수출증대에 힘써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축적했다. 글로벌 불균형은, 달러화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수출주도 성장을 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로 흘러들어가고 아시아 국가들은 그 달러화로 외환보유고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미국의 재정 적자를 보전해주는 일종의 순환구조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비대칭적 균형이 유지되는 것은 달러화가 미국의 정치경제적 리더십에 힘입어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로서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외 국가들의 외환보유고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갚을 것을 재촉받지 않는 부채’인 셈이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의 특권에 힘입어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주는 당장의 제약에서 벗어나 확장적인 대내외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다.

대외부채를 통해 국내 경제를 지탱해나가는 미국 경제의 이 순환구조는 무한정 유지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MIT 교수인 L. 서로우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한 나라에서 경상수지가 적자가 계속되면 다른 나라에서 돈을 빌려와야 한다. 빚이 증가하면 이자가 늘어나고…시간이 흐르면 빚이 쌓이는 속도는 빨라진다…마침내 부채와 이자의 규모가 너무 커져서 다른 나라는 필요한 만큼의 돈을 빌려주지 못한다. 바로 그때 극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극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때, 글로벌 불균형의 순환이 한계에 달하는 시점이 언제냐에 있다. 극단적인 위기론자들은 그 ‘심판의 날’이 목전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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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경│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eungyoo@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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