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3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으로는 처음 한미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에 참가한 에이브러햄링컨함에서 FA-18 전투기가 화염을 내뿜으며 갑판을 박차오르고 있다.
전작권 전환이 공식 논의되던 2006년 하반기 이래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하는 양국군의 작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작게는 지휘체계 변경에 따른 형식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크게는 이를 통해 최근 수년간 급물살을 타온 미국의 대(對)한반도 군사전략 변화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작계5027’로 상징되는 한미연합사 시절의 전쟁개념이 2012년 전작권 전환 이후 어떻게 달라질지는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지형에 중요한 전제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신동아’ 2006년 10월호 ‘전시작통권 환수 이후의 한반도 전쟁 작계’ 기사 참조).
2006년 전작권 환수 일정이 확정된 이래, 합참 작전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부는 새로운 작계를 작성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당초 한미 군사당국은 2009년 7월까지 초안을 완성해 8월 열리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부터 적용훈련을 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여름 이후 그 진척상황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고, 앞서의 국방위 보고 역시 그 때문에 이뤄진 일이었다.
2009년 12월 현재까지 작계는 최종 완성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지지만, 그 명칭과 얼개, 개념 등의 주요 결정사항은 논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국은 예정대로 2009년 8월 열린 UFG를 통해 새 작계의 가안(假案)을 시험운용했고, 그에 대한 평가회의를 가진 바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새 작계의 주요 쟁점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새 작계와 관련해 우선 살펴볼 것은 명칭이다. 이전 논의과정에서 한미 군사당국이 사용한 새 작계의 잠정명칭은 ‘OPLAN 2012(Operation Plan 2012)’였다. 전작권이 전환되는 2012년부터 사용하게 될 작전계획이라는 뜻. 그러나 UFG에서 시험운용을 거치면서 명칭은 ‘Oplan 5012’로 변경됐다. 공식채택까지 2년 이상이 남은 만큼 최종 확정된 이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양국 관계당국이 현재 사용하는 정식명칭으로 ‘작계5012’가 자리매김했음은 분명하다.
‘50’의 의미
숫자에 불과한 새 작계의 이름이 의미심장한 것은 앞에 붙은 ‘50’ 때문이다. 미군은 세계 각 지역의 사령부별로 숫자를 구분해 부여하는 작전계획 명칭체계를 갖고 있다. ‘50’은 한반도를 관할하는 태평양사령부 작계에 붙는 숫자다. 기존의 한미 연합작계5027이나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의 참전과 자위대의 후방지원을 다루는 미국과 일본의 공동작계5055가 모두 이러한 원칙에 따라 ‘50’으로 시작한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이후의 작계에 ‘50’을 붙이는 데 미국이 동의했다는 사실은 이 작계가 미국 군사대비체계 하부구조 지위를 공식 인정받았다는 뜻이 된다. 즉 미군도 이 작계를 ‘자신들의 작계’로 수용하기로 결정했음을 시사한다는 게 한국 측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사실 새 작계에 ‘50’을 부여하는 방안은 한국 측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측, 특히 워싱턴의 미 국방부는 작성 작업 초기 상당기간 난색을 표했다는 것. ‘전작권 전환 이후 한반도 전쟁에 대한 대비는 기본적으로 한국이 담당해야 할 몫’이라는 워싱턴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한국 측으로서는 이를 미국의 공식체계 안에 두기를 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주한미군사의 경우 본국 국방부의 방침과는 달리 한국 측의 견해에 동의를 표하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미 국방부와 한국 측, 주한미군 일각의 이러한 견해 차이는 전작권 전환에 얽힌 3자의 엇갈리는 입장을 반영한다. 전작권이 전환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강조하길 원하는 한국군과 ‘많은 것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 국방부, 전작권 전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원하는 주한미군사의 속내가 각각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