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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한국교원대 권재술 총장

강좌 개설권 및 선택권으로 ‘교실 친화적 교원’ 양성

  • 구미화│동아일보 신동아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한국교원대 권재술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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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는 최고의 배우자감으로 손꼽히는 한편 무너진 공교육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지목된다. 전두환 정권 시절 교직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자는 취지로 세워진 한국교원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초·중등 교원을 한꺼번에 양성한다. 군사정권의 잔재라는 태생적 한계와 교원 양성을 위한 최고의 모델이라는 평가가 엇갈린 가운데, 교직이 직업으로서 인기를 모으면서 교원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원대 권재술 총장
새로운 걸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발명가가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입가에 묻은 음식물을 닦아내는 게 귀찮아 자동 냅킨을 고안했다.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들면 숟가락에 묶여 있던 줄이 당겨져 프라이팬 위에 얹혀있던 빵이 튀어 오르고, 그것을 옆에 있던 새가 먹으려고 폴짝 날아오르면 수평을 유지하던 양손저울이 기울면서 아래 있는 양동이로 물이 쏟아진다. 또 다른 저울 위에 올려져 있던 양동이가 수평을 깨고 내려가면 반대편이 올라가면서 라이터에 연결된 줄을 당겨 불이 켜진다. 그 불로 로켓이 점화돼 날아가면 로켓에 달린 낫이 다시 줄을 끊어 빗자루처럼 생긴 냅킨이 마침내 발명가의 얼굴에 묻은 음식물을 쓱싹 닦아준다.

이쯤 되면 ‘손으로 쓱 문지르면 될 것을’ 하고 혀를 찰지도 모른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만화가 루브 골드버그는 아주 간단한 일을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해결하는 행정절차를 이렇게 풍자했다. 그의 그림이 화제를 모으면서 미국에서는 ‘골드버그 머신’ 콘테스트가 생기기도 했다. 가장 단순한 일을 가장 복잡하게 해결하는 기계를 만들어 경합을 벌인다. 그야말로 최소의 효율을 추구하는 골드버그 머신이 보는 재미야 주겠지만, 우리의 일상이 그런 식이라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일 것이다.

한국교원대학교(충북 청원군) 권재술 총장은 2008년 취임 이래 ‘골드버그 머신 퇴치운동’을 펴고 있다. 대학 내 행정절차를 대폭 간소화하자는 취지다. 행정이 관여하는 곳이면 어디서나 ‘행정 간소화’를 외치고 있으나 실상 실천이 요원한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에게 우리 주변의 골드버그 머신을 찾아 없애자고 한 것이다. 대학 내 사무실마다 골드버그 머신 그림을 걸어놓아, 누구나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골드버그 머신을 닮지 않았는지 수시로 점검하도록 했다.

체계적인 사도(師道)교육

한국교원대는 유·초등·중등 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1984년에 설립된 국립대다. 중등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과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 그리고 유아교육과가 한 캠퍼스에 모여 있는 유일무이한 대학이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교사 리더를 양성해 교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만들어 수업료와 기숙사비 등을 모두 국가에서 부담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육·해·공군 사관학교와 더불어 교원 사관학교라고 부르기도 했다. 권재술 총장은 교원대가 신입생을 받은 첫해부터 25년간 교사 양성에 매진해왔다. 복잡한 행정절차를 단순화하려는 골드버그 머신 퇴치 운동은 ‘기초로 돌아가자’고 하는 그의 교육철학과 연결된다.



▼ 1980년대 학번들에게 물으니 당시 최상위 학생들이 교원대에 진학했다고 하더군요. 교직의 인기도에 따라 교원대의 위상도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우리 대학은 물론 교대와 사범대 졸업생을 교사로 의무 발령 내던 시절엔 굉장히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왔습니다만, 임용고사가 실시되면서 졸업만으로 임용이 보장되지 않으니 지원자 수준이 다소 떨어진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최근 다시 교직이 매력적인 직업으로 각광받으면서 학생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 교직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과거엔 사명감이 더 강했지요. 들어오면 무조건 교사가 되는 것이니까 교직에 대한 자긍심이 있었는데, 요새는 임용시험 준비에 매달리다보니 그런 게 좀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학에선 특별히 사도(師道)교육원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 리더십과 사명감을 고양시키고 있습니다.”

한국교원대는 1, 2학년의 기숙사생활을 의무화하고 그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한다. 박배훈 전 총장 시절인 2006년에 사도교육원을 개원해 교사가 지녀야 할 교양과 전문성, 봉사정신, 협동정신 등을 함양하기 위한 강연, 실습,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했다. 권 총장은 취임 후 사도교육원 프로그램을 생활관(기숙사) 프로그램과 통합하고 사도교육이 학생들의 일상에 스며들도록 한층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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