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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굿바이, 두바이

한 줌의 모래로 돌아갈 것인가

  • 두바이=오응천 │KOTRA 중동·아프리카 지역 본부장│

굿바이,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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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두바이

두바이의 한 시민이 메르세데스 벤츠 매장에서 승용차를 구경하고 있다.

한국에도 두바이 공항 면세점의 규모가 잘 알려져 있다. 두바이 공항은 2000년대 이후 리노베이션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면세점을 개장했다. 부가세를 완전히 면제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1년에 두 차례씩 쇼핑 페스티벌을 열어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두바이 공항 면세점은 전세계의 쇼퍼홀릭을 몸 달게 했다.

두바이 시내의 쇼핑몰도 세계적 규모를 자랑한다. 축구장 50개 크기와 맞먹는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센터 두바이몰이 최근 문을 열었고, 이외에도 실내스키장과 짝을 이룬 에미리트몰, 이집트 피라미드를 형상화한 와피몰 등이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쇼핑몰들은 UAE 각 지역에서 온 쇼핑객뿐 아니라 유럽인 관광객, 두바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로 넘쳐난다. 가족 단위 쇼핑객이 많은 게 두바이 쇼핑몰의 특징이다.

두바이의 자연 환경은 모래가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두바이는 땅 밑에 관을 파묻어 시내의 풀과 나무를 관리한다. 땅을 깊게 파도 푸석푸석한 모래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기온이 50℃, 습도가 90%까지 오른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을 지닌 터라 여름철엔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한여름에도 완벽한 냉방을 제공하는 대형 쇼핑몰에서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놀았다.

두바이에 처음 온 사람들이 가장 당황하는 것은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의 대부분이 UAE 국민이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사람이라는 점이다.

2006년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UAE는 노동력의 90%가 외국인이다. 이는 다른 걸프지역 국가보다 크게 높은 비율이다. 또한 전체 인구 500만명 중 외국인이 80%를 차지하는 기이한 인구구조를 가졌다. 자국민보다 외국인이 많은 것은 걸프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두바이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



외국인이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까닭에 두바이는 안정되지 못한 느낌을 준다. UAE 국적은 ‘금수저’에 비견되곤 한다. 국민을 배부르게 하는 게 국가의 목표인 터라 두바이는 고용안정, 보조금 혜택, 복지제도가 굉장히 잘 꾸려져 있다. 그러나 금수저를 아무에게나 주는 게 아니다. 외국인이 UAE 국적을 얻기는 상당히 어렵다. 두바이를 포함한 UAE에 30년 넘게 거주한 이들 중 극히 일부만 국적을 취득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외국인이 UAE 국적을 얻더라도 두바이 원주민이 받는 금전적·비금전적 혜택의 대부분을 누리지 못한다. 외국인은 영원히 이 사회에서 이방인인 것이다. 이러한 배타적 시스템은 앞으로 두바이가 직면할 불안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두바이에 살다보면 신기한 게 참 많다. 신경을 써서 지은 건물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롤렉스, 오메가, 보메 메르시에 등 사치품 브랜드의 벽시계가 걸려 있다. 벽시계가 롤렉스라면 부자들은 어떤 시계를 손목에 찰까? 쇼핑몰에 가면 파텍필립, 브레게 같은 고가 시계 매장이 즐비하다. 1대당 1500만원이 넘는 휴대전화를 파는 베르투(VERTU) 매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지역 사람들의 과시욕에 기인한다. 두바이 시내엔 벤츠, BMW, 벤틀리 같은 고급차가 즐비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직도 재생 타이어를 사용하는 예가 많다. 재생 타이어는 두바이에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최고가 제품이 잘나가지만 최저가라야 잘 팔리기도 하는‘가격에 민감한 곳’이 두바이다. 최고가, 최저가 제품이 시장에서 공존하는 모습은 ‘급격히 발전했으나 뭔가 중요한 게 빠진 듯한’ 두바이의 현주소를 압축해 보여준다.

부동산에서도 극단적인 이중성이 나타난다. 겉모습은 멋지지만 속은 엉망인 경우가 많다. 눈에 띄게 질이 떨어지는 내장재를 썼거나 생활하는 데 불편한 점이 허다한 건물이 많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는 이렇듯 겉과 속이 딴판인 집과 사무실도 구하기가 몹시 어려웠다. 부동산업자와 함께 집을 둘러보는 10분 사이에도 그 물건을 임차하려는 사람들의 전화가 걸려올 만큼 수요가 많았다.

꼭대기거나 바닥이거나

굿바이, 두바이

두바이의 마천루 숲.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자금이 계속 들어오니 건물의 조악함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외국자본의 유통에 제한을 거의 두지 않았기에 투기자금이 몰려와 부동산 경기 과열을 부추겼다. 국영회사뿐 아니라 민간 개발업자들도 앞 다퉈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한국에선 필수품 격인 내비게이션이 두바이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지만 ‘자고 일어나면 길이 바뀌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에 장착된 소프트웨어가 따라잡지 못할 만큼의 속도로 도시 개발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호시절은 금융위기로 끝났다. 자금줄이 끊기면서 다수의 개발 프로젝트가 취소됐으며 2009년 초부터 건설 경기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엔 두바이의 부동산 및 건설경기가 바닥으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아직도 일부 지역에선 밤새워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메트로(지하철)도 2009년 9월 개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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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오응천 │KOTRA 중동·아프리카 지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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